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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우리 대통령들은 왜 히로시마에 가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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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일본 히로시마 한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 후 "(한일)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는 것은 최초이며, 한국 대통령이 위령비를 찾아 참배 드린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임기 중 한두 차례 이상 일본을 방문했던 우리 대통령들이 히로시마의 한인 위령비는 그간 한 번도 찾지 않았다는 것은 새삼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 민족 수난사의 가장 참담한 사건 중 하나이자 시기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고국 정부가 오랜 세월 외면해온 것은 어찌됐든 반성해야 한다. 
 
하지만 복잡다단한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아니다. 일단 우리 정상의 일본 국빈방문은 2003년 6월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을 끝으로 지난 20년간 없었다. 
 
(왼쪽부터)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왼쪽부터)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수차례 일본을 방문했지만 공식방문이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예 일본에 가지 않았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다자회의 참석 계기에 두 차례 방일했다.
 
통상 최상급 의전이 따르는 국빈방문 때라야 수도와 다른 지방도시 한 곳 정도를 방문할 여유가 주어진다. 이명박 대통령 때부터는 히로시마 방문 자체가 힘들었던 셈이다.
 
물론 우리 측이 한인 위령비 참배를 강력히 요구했다면 혹시 모를 일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국빈 자격으로 방일했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겐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이전까지는 우리가 일본에 대체로 아쉬운 형편이었다. 이후로는 나름 대등해졌지만 이번엔 관계가 악화됐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그 상징적 분기점이다. 
 
과거에는 현실적 여건상 위령비 참배를 요구하기가 어려웠고 지금은 요구한들 일본이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는 한인 원폭 피해자 문제의 복합적 함의가 있다. 1945년 히로시마 거주 한인 2~3만명이 일시에 폭사한 이 참극은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원폭 투하 탓이지만 일본도 나몰라라 할 수 없다. 
 
당시 숨진 한인들의 상당수는 일제 강제동원의 희생자였다. 원치 않는 전쟁에서 전쟁 소모품처럼 쓰이다 억울하게 스러졌다. 일본인 원폭 피해자와 달리 2중의 피해자인 셈이다. 
 
만약 한국 대통령이 히로시마에 간다면 희생자들을 추모함과 동시에 일본의 과거 잘못을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반성과 사과 없는 일본이 이를 수용할리는 만무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히로시마에 가지 않은, 아니 가지 못한 본질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전 고베총영사)는 "일본 내에서도 (히로시마는) 좀 터부시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한국 대통령이 혼자서 거기를 방문한다는 것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인 위령비 공동참배를 제안한 것은 윤 대통령의 말처럼 '용기 있는 행동'이다. 갈수록 우경화 하는 일본 정치 환경에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한일 공동참배가 원폭 희생자 추모에 그치고 강제동원 책임은 회피한 것은 아쉬움을 넘어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기시다 총리는 2주 전 방한 때 개인적으로 "가슴 아프다"고 했을 뿐 이번에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일본은 원폭 피해를 내걸어 잔혹한 전범 이미지를 희석하고 오히려 피해자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와중에 '진짜 피해자'인 한국이 별 문제 제기 없이 공동참배 의식을 치렀으니 일본의 다음 행보는 명약관화하다 하겠다.
 
대통령실은 "그간 한일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보면 말 위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실천을 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아무리 꿈보다 해몽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히로시마의 원혼들을 결코 달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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