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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 통해"…佛 메디치문학상 수상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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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내
프랑스 4대 문학상 메디치, 한국 작가 수상 최초

작가 한강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뒤 현지 출판사에서 관계자들과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작가 한강이 9일(현지시간)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한 뒤 현지 출판사에서 관계자들과 축하 파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프랑스어 표제 Impossibles adieux)가 9일(현지시간) 올해의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에 선정됐다.

프랑스 파리에 머물고 있는 한강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신작 장편소설로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제목이 '작별하지 않는다'인데, 제가 닿고 싶은 마음이 끝없는 사랑, 작별하지 않는 마음이었다. 그 마음을 독자들이 느껴주시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메디치 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날 프랑스 파리의 레스토랑 '메디테라네'에서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1958년 제정된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외국문학상은 1970년부터 수상작 발표를 해 왔다. 상금은 1천 유로(약 140만 원)다. 한국 작가의 작품이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017년 한강의 '희랍어 시간'이 메디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있이다. 이날 수상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페미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을 놓쳤다.

2021년 펴낸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프랑스에서는 최경란·피에르 비지우의 번역으로 지난 8월 말 그라세(Grasset)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에 가서 어머니 정심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이다.

한강은 "수상까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최종 후보에 들었다는 것 자체가 기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소한 제주 4·3 소재가 프랑스 독자들에게 어떤 공감을 불러 일으켰는지 질문하자 그는 "역사 속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일이기 때문에 설령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고 해도 인간으로서 공유하는 것이 있어서 당연히 누구든 이해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사건 당사자들을 만나는 대신 기존에 연구된 자료들을 대부분 활용하고 제주에 자주 내려갔다고 했다.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그분들(제주 4·3 관련자)의 상처를 다시 열고 싶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문학동네 제공 문학동네 제공 ​르몽드는 이 책에 대해 "꿈의 시퀀스를 통해 여주인공의 정신적 풍경과 내면을 드러내는 매우 현실적인 글"이라며 "독자는 여주인공의 서사적 기교에 이끌려 현실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고 경이로운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고, 어쩌면 소설 자체가 알 수 없는 긴 악몽일지라도 과감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피에르 비지우와 함께 번역 작업을 맡았던 최경란 번역가는 "이 작품은 주인공도 세 명이고, 현실과 꿈, 과거와 현재가 왔다 갔다 하며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돼 있다"며 "그렇지만 너무 서사가 투명하고 맑았다"고 말했다.

그라세 출판사의 조하킴 슈네프 편집자는 "프랑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제주 4·3 사건을 알게 됐다"며 "프랑스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포함한 역사에 대한 이해를 더 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 르피가로 등은 "여주인공의 서사적 기교에 이끌려 현실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맥락을 놓치지 않고 경이로운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며 비중 있게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써온 한강은 현재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겨울 3부작'을 집필 중이다.

그는 "제 소설엔 겨울 이야기가 많은데 지금 준비하는 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이야기일 것 같고, 바라건대 다음엔 좀 봄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현대사에 대해선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메디치 심사위원단은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외에 포르투갈 작가 리디아 조르즈의 '연민(Misericordia)'도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공동 선정했다.

프랑스어 문학상은 캐나다 퀘벡 출신 케빈 램버트의 '우리의 기쁨이 계속되길(Que notre joie demeure)', 에세이상은 프랑스 작가 로르 뮈라의 '프루스트, 로마의 가족( Proust, roman familial)'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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