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세월호 父가 물었다 "대한민국, 지금 안전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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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김환태 감독 <상>
세월호 피해자 아버지가 직접 기록한 10년이 아카이브 다큐멘터리가 되기까지

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 스포일러 주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 2학년 1반 지성이 아빠 문종택 감독은 카메라를 들었고, 3654일 동안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만하라 외쳤고, 누군가는 진실을 가렸고, 누군가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불명예스러운 낙인을 찍기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문종택 감독의 카메라는 세월호 가족들에게는 진실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동시에 위로이자 힘이 됐다. 세월호 가족이자 세월호의 기록자인 문 감독의 카메라 앞에는 성역이 존재하지 않았다. 오롯이 '세월호 가족'과 '진상규명'이라는 목표 하나만으로 올곧게 나아간 그의 카메라에는 그 누구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세월호 가족의 '진실'이 담겼다.
 
문종택, 김환태 두 감독은 과연 세월호 가족의 진짜 바람을 담은 유일한 기록을 어떻게 104분의 시간 안에 담아냈는지, 무엇을 담아내고자 했는지 그리고 관객들에게 어떤 걸음으로 다가가고자 했는지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

세월호 10년의 기록을 압축한 방식

 
문종택 감독은 자신이 기록한 세월호 가족들의 10년을 함께 다큐멘터리로 옮겨줄 감독으로 김환태 감독을 선택했다. 자신의 기록 50TB에 더해 1인 미디어 활동가 미디어몽구가 건네준 자료 4TB를 살펴본다는 건 의지와 생각만으로 해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문 감독은 "일차적으로 내가 추려내겠지만, 추려낸 걸 가지고도 과연 다 볼 수 있는 감독이 있을까 싶었다. 뜻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웬만한 정신력이 아니면 수행하지 못한다"며 "어떻게 보면 인간의 임계점을 넘어가는 지점도 있고, 생업에 대한 부분을 내려놔야 과정이 있다. 그걸 실질적으로 수행하느냐는 의지와 별도로 아주 큰 다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 4기 위원장이자 '망각과 기억2: 돌아봄'과 '모든 날의 촛불' 등 두 차례 세월호 관련 작업을 해 온 김환태 감독에게도 공개되지 않은 처음 보는 자료들까지 담긴 세월호 10년을 다시 마주하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었다.
 
김 감독은 연출 제의를 받은 당시를 떠올리며 "세월호 가족의 10년을 잘 정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 온전하게 세월호 가족분들의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며 "많은 푸티지를 보면서 못 봤던 것도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잘해야겠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김 감독을 향해 문 감독은 그를 선택한 건 "역시 옳았다"며 미소지었다.
 
3654일의 기록, 5000여 개의 영상을 추리는 과정에서 문 감독은 김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한 가지를 약속했다. "분노하고 울기 위한 영화는 아니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김 감독 역시 문 감독의 말에 동의했다. '바람의 세월'이 자극적이고 슬픔을 소비하는 방식이 되거나 과도하게 피해자성만 부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절제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10년의 세월을 따라가야 하다 보니 못 넣은 부분도 많다. 가급적이면 참사를 겪었지만, 가족분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 안에서 겪는 다른 감정도 많이 집어넣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못 넣어서 아쉬웠다"며 "그분들의 삶을 더 보여줘야 한다는 게 하나의 숙제로 남은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문종택 감독.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 

'세월호 가족'이라 가능했던 것들


'바람의 세월'은 제삼자가 아닌 당사자의 시각에서 남긴 기록이자 당사자들, 다시 말해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이 다 함께 만든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더 특별한 작품이다. 문종택 감독은 당사자이자 기록자로서 지난 10년 세월의 중심에 있었고, 정부와 언론이 가렸던 진실은 그의 카메라 안에 고스란히 기록됐다.
 
김환태 감독은 이러한 지점이야말로 '바람의 세월'이 기존에 나왔던 다른 세월호 관련 작업과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문 감독이 아닌 제삼자인 다른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세월호 가족들과의 관계, 카메라의 거리 등 고민할 지점이 많았을 것이다. 또한 진실도 없었을 테다.
 
"아버님의 카메라가 가진 기본적인 관계, 기본적인 힘이 내재한 영화라 생각해요. 이건 누구도 흉내 낼 수도 없고, 그 자체로 아버님의 걸음이 세월호 가족의 걸음과 맞닿아 있어요. 누구도 담아내지 못했던 장면들, 그런 걸 포착해 낸 지점이 있죠.
 
아버님이 우직하게 걸어오신 거예요.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세월호는 해결되지 않은 과정으로 남았는데, 일반 국민은 '세월호 아직 해결 안 됐어?' 그런 이야기를 했을 거예요. 그랬을 때도 아버님은 계속 남아서 기록하셨죠. 그런 것들이 힘을 발휘하는 거라 생각해요." _김환태 감독

 
영화 '바람의 세월' 김환태 감독.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김환태 감독.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10년 세월을 연대기 형태로 구성한 영화의 시작은 사건의 시작점이 아니다. 벚꽃 핀 단원고의 모습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에 환호하며 웃는 세월호 가족들의 모습으로 영화를 연다. 이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이자 문 감독에게 중요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구성했다. 특히 탄핵 선고일은 영화 속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가장 환하게 웃은 날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프롤로그 장면을 가장 인상적으로 느끼면 좋겠고, 사라져 버린 지금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문 감독은 "벚꽃은 304명, 특히 단원고 선생님과 우리 아이들을 상징한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좀 들어봐 주십시오"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두 감독은 프롤로그부터 시작해 장면 하나하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고민했다. 그리고 관객들이 보다 마음으로 다가가길 원했다.
 
이러한 고민에서 나온 또 다른 장면이 세월호 안에서 밖을 바라볼 때, 마치 바다 위에 있는 것처럼 흔들리는 카메라다. 문 감독은 "영화관에 계신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세월호를 타고 있다고 느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이 '제2의 세월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묻는 거다. '이 배가 지금 안전한가?'라고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게 당사자성과 연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생전 본 적 없는 방식이고, 나라면 그렇게 안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건 아버님의 마음이 강한 것"이라며 "세월호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같이 인지했으면 좋겠고, 세월호에 같이 타고 있는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감독이라서, 세월호 가족이라서 넣을 수 있었던 장면을 한 가지 더 들려줬다. 김 감독은 "아버님이 밤에 전화하셨다. 단원고 정면이 나온 다음, 차웅이(2학년 4반 정차웅) 방부터 해서 세월호 바깥과 안의 장면까지, '세월호의 마지막 눈물'이라고 생각한 그 장면까지 가면 좋겠다고 하셔서 들어가게 됐다"며 "그게 당사자성이란 거다. 내가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는 걸 아버님이 짚어주신 부분이 있다. 결과적으로 잘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영화 '바람의 세월' 스틸컷. 시네마 달, 연분홍프로덕션 제공 

담담한 내레이션에 숨겨진 마음

 
영화는 두 감독의 의도대로 10년의 기록을 차근차근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문 감독의 담담한 내레이션과 맞물리며 오히려 더 울컥하게 다가오게 된다. 김 감독은 내레이션 녹음 과정에서 문 감독에게 미안할 정도로 '담담하게'를 주문했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내레이션이 많지 않았는데, 가편집 상태를 보니 가족분들이 싸우고 걸어온 걸음들이 잘 설명돼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내레이션을 많이 쓰게 됐다"며 "아버님에게 10년을 회상하듯이 담담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정말 감사하게도 돌아보는 게 정말 힘드셨을 텐데, 되게 잘 해주셨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난 감정을 뺀다고 뺐는데 환태 감독은 '더 담담하게' '담담하게'라면서 계속 다시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속으로 그랬다. '네가 해봐라!'"라며 웃은 뒤 "내레이션을 하다 보면 영화 속 장면은 아무리 앞뒤 상황을 잘라놨어도 난 내가 찍은 거라 다 안다. 당사자다 보니 그 상황을 다 아는 데서 오는 감정이 복합적으로 쌓이는 것"이라고 했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10년, 아직도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은 참사를 다시 되돌아본다는 건 김 감독에게는 물론 문 감독에게도 너무나 아픈 일이었다. 그럼에도 '바람의 세월'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건 세월호가 단순히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0년 동안 '진상규명'이라는 단 하나만의 바람을 갖고 걸어온 세월호 가족들이 그동안 함께해준 시민들, 그리고 앞으로 다시 함께 걸어갈 시민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연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바람의 세월'은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10년 동안 걸어온 길입니다. 그리고 너무나 소중한, 가족 옆에서 아직도 함께 잊지 않고 기억을 넘어 행동으로 해주신 시민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_문종택 감독
 
"아버님이 이 영화를 만드시고자 했던 계기는 가족분들의 10년 걸음과 마음을 온전하게 보여주고 싶은 거였어요. 그 걸음 안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보이는 게 중요했어요. 그리고 시민들께서 같이 기억하고 있고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그런 우리들도 위로하고 응원하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우리 가족들의 영화에서 나아가 촛불 시민을 포함한 '우리들'의 영화가 됐으면 하는 게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_김환태 감독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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