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빠진' 의료개혁특위…"의·정 사태 해결 없이는 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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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더 미룰 수 없는 과업"이라지만…의협 등 빠져 '반쪽짜리' 출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특위 테이블서 배제…"사태 조기종결 없이 성과 기대 어려워"
환자단체 등도 '일방적 거수기' 우려 표명…"객관성·공정성 등 유지하며 운영돼야"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고 밝힌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성명서가 게시돼 있다. 황진환 기자'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의대 교수들이 병원과 진료과별 사정에 따라 사직을 실행한다고 밝힌 2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성명서가 게시돼 있다. 황진환 기자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가 닻을 올렸지만, 의대 증원을 두고 정부와 '강대강' 대치 중인 의사단체는 끝내 불참했다. 정부는 '2천 명 증원', 의료계는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두 달 넘게 맞서고 있는 현 사태가 풀리지 않는 이상 특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국민 생명·건강과 직결된 보건의료의 특성상 의료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과업'임을 강조한다. 사안의 시급성과 심각성을 고려할 때 의사들의 특위 동참을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더 이상 개혁의 당위성을 내세우는 것만으로 국면 전환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개혁특위 첫 회의에는 노연홍 특위 위원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포함한 18명의 민간위원과 이주호 사회부총리·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6명의 정부위원 등 총 24명이 참석했다.
 
위원장을 제외한 민간위원은 공급자단체가 추천한 10명, 수요자단체가 추천한 5명, 전문가 5명 등으로 구성됐는데 공급자단체에서는 의료계의 몫으로 6명이 배정됐다.
 
이 중 대한병원협회·대한중소병원협회·국립대학병원협회 등 병원 측은 참여를 결정한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학회 등 '의사'를 대변하는 단체들은 '보이콧' 차원에서 위원을 추천해 달라는 정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의료 현장의 의견을 직접 제시할 위원 3명이 공석인 채 발족한 특위가 '반쪽짜리'란 오명을 뒤집어쓴 이유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회의 후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비대위는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 특위로 알고 있다"며 "제대로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비대위 체제는 이달로 종료되나,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등 차기 집행부도 같은 입장이다. 사직서 제출 한 달을 맞아 본격화되기 시작한 의대교수 사직을 두고 되레 정부를 향해 더 날을 세우는 모양새다. 
 
임 당선인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24일 브리핑에서 "환자를 뒤로 하고 그냥 무책임하게 현장을 떠나는 교수님들은 없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이 모든 파국은 정부의 일방적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발표로 자행된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또 "박 차관이 즉각 자진 사퇴하는 것이 이 나라의 정부 관료로 그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며 정부의 의료개혁을 "허울뿐인, 실질적으로는 '의료 개악'"이라고 깎아내렸다.
 
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특위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의료개혁을 논의하는 사회적 협의체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특위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협도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진료유지명령이 부당한 조치임을 입증하는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등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나서, 당분간 특위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전공의·의대생 이탈을 촉발한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특위 테이블에 오르지 않는다. 노 위원장은 특위의 방향성을 설명한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의료인력에 관한 수급 조정 기전(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의견을 나눌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의대 정원을 논의할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의료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증원 백지화'에 대해 "2025년도 의대 정원은 입시 일정을 감안할 때 학교의 수험생 등의 혼란이 없도록 조속히 확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입생 모집요강 확정이 임박한 2025학년도 입시는 우선 의대 정원을 동결하고, 연구 공모 등 과학적 추계를 토대로 2026학년도 증원을 '원점 재논의'하자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의 제안도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이다.
 
의협 등은 의대 증원의 경우, 기존 '의료현안협의체'처럼 정부와 의료계가 일대일(1:1)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직역 이기주의'란 비판에도, 자신들이 당사자성과 전문성 측면에서 가장 적임이란 인식에서다.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1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주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장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제1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회의 주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한 특위 참여 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가 국민들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건 아니잖나"라며 일단 대화할 '멍석'이 깔린 만큼 의사단체도 조건 없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의협 등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필요하다면 (그 자리에서)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이 의료대란이라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단체의 협조만을 촉구하는 정부의 원론적 대처를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의료계 사정을 잘 아는 또 다른 특위 민간위원은 "(첫 회의에서) 저를 포함한 몇몇 위원들은 의대 증원에서 비롯된 이 혼란이 조기에 종결되지 않으면, 특위 활동이 아무리 훌륭한 성과를 내도 '반쪽'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특위에) 정부 위원들도 많이 계시니, 정부가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며 "어찌 됐든 지금은 (특위 발족보다) 의대 증원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것인지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특위에서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등 4개 안건도 의료계의 공감대 없이는 현실화뿐 아니라, 실행 시 제도 안착을 담보하기 어렵다.
 
맥락은 다소 다르지만, 환자단체와 시민사회계에서도 특위가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거수기'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왔다. 단순 자문기구를 넘어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협의체'로서 독립성과 논의의 실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협 등의 특위 불참을 두고 "조속한 진료 정상화를 바라는 환자와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하면서도, "특위는 모양새만 갖췄을 뿐 올바른 의료개혁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체로 구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병원 노동조합 등이 빠진 점을 들어 자칫 "정부 입맛대로 정부가 하고 싶은 개혁방안에 손 들어주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특위에 수요자단체로 참여 중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특위가 정부가 이미 정해놓은 의료개혁 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모양새를 보여선 절대 안 된다"며 "대통령 지정으로 내정된 노 위원장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특위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제공보건복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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