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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성규 "그냥 냅다 휘둘렀어요"…야구가 더 재밌어진 2군 홈런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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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당시 삼성 이성규. 삼성 라이온즈 제공홈런 당시 삼성 이성규. 삼성 라이온즈 제공
홈런 한 방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모든 혈을 뚫었다.

주인공은 퓨처스(2군) 리그 홈런왕 출신 이성규다. 이성규는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SSG랜더스 원정 경기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역전 투런 포를 터뜨렸다.

8회 2사 2루, 이성규는 SSG 조병현과 맞붙었다. 조병현은 초구와 2구 모두 빠른 직구로 승부했다. 이성규의 방망이는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3구째 승부에서 또 조병현의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 존 안쪽 높게 들어왔다.

이번엔 놓치지 않았다. 이성규는 이 공을 힘껏 받아 쳤고, 타구는 115m를 날아 좌익수 뒤쪽 담장을 넘어갔다.

이 홈런 하나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다. 경기 내내 끌려가던 팀이 처음으로 리드를 잡게 됐고, 홈런 이후 7점이나 더 터지며 삼성은 12 대 4로 역전승을 거뒀다.

부진하던 1선발 코너 시볼드는 이날도 승리를 쌓지 못하는 듯했지만, 이성규의 홈런은 코너가 승리 투수가 될 수 있는 요건을 만들어 줬다. 또 SSG에 올 시즌 전패를 당하던 삼성이 상대 전적 첫 승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경기 후 인터뷰하는 삼성 이성규. 이우섭 기자경기 후 인터뷰하는 삼성 이성규. 이우섭 기자
경기가 끝난 뒤 이성규는 먼저 홈런이 나왔던 타석 당시를 돌아봤다. 이성규는 "초구, 2구 타이밍이 되게 늦었다"며 "그냥 냅다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얻어걸린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솔직히 어떻게 홈런을 쳤는지 잘 모르겠다. 운이 좋았다"고 돌이켰다.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좋아서"고 말했지만, 머릿속에는 이미 상대 투수에 대한 계산이 돼 있었다. "조병현이 직구 위주로 투구를 많이 하니까 (코칭 스태프가) '직구를 쳐라'라는 얘기를 해주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초구 이후로 타이밍이 잘 안 맞아서 (조병현이) 아무래도 직구를 계속 던졌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말 기분이 좋았다"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니) 동료들이 되게 좋아해 줬다. '미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도 덧붙였다.

이성규는 2016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하지만 많은 기회를 받진 못했다. 주로 교체 선수로 경기를 뛰었을 뿐이다. 사실 이날도 선발 출전이 아닌 오재일의 대타로 6회가 돼서야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렇다고 실력이 부족한 선수는 아니다. 2018년 퓨처스 리그 경찰야구단 소속으로 뛰던 당시 홈런 31개로 2군 홈런왕에 오를 정도의 장타 능력을 갖췄다. 이에 '거포 유망주'라는 별명도 얻은 바 있다.

그러나 1군에만 올라오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자신의 장점인 장타로 진가를 발휘해야 한다. 이성규가 1군에서 기록한 홈런은 총 19개다. 그중 10개를 2020년에 터뜨렸고, 6개를 이번 시즌에 쌓고 있다.

삼성 이성규(왼쪽)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오면서 류지혁과 기뻐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삼성 이성규(왼쪽)가 역전 투런 홈런을 친 뒤 홈으로 들어오면서 류지혁과 기뻐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해에는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홈런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성규는 "그런 욕심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냥 하루하루 출전하는 것에 열심히 할 뿐"이라며 "한 번도 장타를 욕심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외려 최근 주춤했던 타격감 탓에 고민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성규는 "이럴 때가 힘든 것 같다"며 "(강)민호 형이 야구는 매일 하는 거니까 하나하나에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다. 하루 못 쳤다고 기분 상할 필요 없다는 조언을 해줬다"고도 알렸다.

그래도 최근 야구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성규는 "아무래도 야구가 잘 되니까 진짜 재밌다"며 "작년 시즌엔 자신감도 많이 없었고, 위축될 때도 많았는데 요즘엔 그런 거 없이 즐겁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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