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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성찰의 시대…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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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 인플루언서 등 추천 도서 영향력 커져
자기계발서→철학적 사유에 관한 도서 인기 이동
소설 분야 양귀자 '모순'·최진영 '구의 증명' 1·2위

쓰다·유노북스 제공 쓰다·유노북스 제공 
2024년 상반기 출판 시장은 북튜버, 인플루언서의 추천으로 서양 철학과 에세이 도서가 인기를 끌었다. 소설 분야에서도 10년 넘은 책들이 추천을 받으며 역주행 베스트셀러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반면 경기불황이 이어지며 자기계발 등 경제·투자서는 주춤했다.

교보문고가 3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및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는 강용수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차지했다.

지난해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탤런트 하석진이 "인생은 혼자다. 혼자서도 단단해질 줄 알아야 한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명언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고, 쇼펜하우어의 30가지 조언을 담은 이 책은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사상가 아르투어 쇼펜하우어(1788-1860)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이 책은 160년이 넘은 오늘날에도 쇼펜하우어가 전하는 삶의 태도와 철학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철학 서적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특히 철학 분야 도서는 전년 대비 43.1% 성장세를 보였다. 쇼펜하우어를 비롯해 니체, 마키아벨리, 플라톤, 칸트 등 서양철학 관련 도서는 무려 125.8%나 성장했다.

서양 철학의 붐을 일으킨 쇼펜하우어 관련 책은 2021년 1종, 2022년 2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8종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13종이 출간됐다. 쇼펜하우어의 글들을 모은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등이 상반기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에서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인문서 중 철학 분야 도서가 전년 대비 43.1%의 신장세를 보였다. 서양철학 관련 도서의 신장률은 125.8%를 기록했고 판매 비중도 58.6%를 차지했다.

이에 편승해 지난해 -32.1%를 기록했던 동양철학 관련 도서도 16.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신주의 장자수업', '오십에 읽는 장자' 등 장자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상반기 '세이노의 가르침'을 필두로 자기계발서의 인기가 삶의 태도에 대한 성찰을 다룬 고전 철학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설 분야에서는 출간한 지 오래된 소설들이 '역주행'하며 깊이 있는 소설과 마주하려는 독자들의 선택이 많아졌다. 북튜버와 인플루언서들이 꼽은 '인생 소설'에 더해 부커상 등 해외 문학상에 대한 공신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수상작·후보작이 독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주목받은 소설 분야 1위는 단연 양귀자의 '모순'이다. 1998년 출간돼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가난과 불행을 지고 시장에서 내복을 팔고 있는 억척스런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이모를 바라보며 모순투성이인 이 삶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지는 여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 분야 2위를 차지한 최진영의 '구의 증명'도 대표적인 역주행 작품이다. 제46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단편소설 '홈 스위트 홈'으로 주목 받으면서 전작인 '구의 증명'도 조명을 받았다.

세상에 내동댕이 쳐진 연인이 어이 없는 죽임을 당하자 식인 행위라는 괴이한 방법으로 사랑을 증명하는 독특한 소재의 단편소설이다. 2015년 출간된 이 책은 입소문만으로 역주행하며 15만부가 팔리는 등 작년 상반기 서점가 베스트셀러로 독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소설 분야 30위 내에서 무려 11종이 출간한 지 10년 이상 된 작품들이다. '인간실격'(소설 6위), '데미안'(소설 12위), '노르웨이의 숲'(소설 23위)과 같은 스테디셀러들이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삼체 1'(소설 4위), '듄 1'(소설 24위)과 같이 올해 영화와 OTT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원작 소설도 역주행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반면 신작 소설은 힘을 잃었다. 올해 상반기 출간 종수 1500여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9%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웅진지식하우스·비채 제공 웅진지식하우스·비채 제공 
시·에세이 분야는 16.5% 상승해 전 분야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에세이 분야 1위를 차지한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는 상실의 고통으로 삶이 무너진 순간 미술관으로 스며든 저자의 내밀한 고백과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에 대해 다루며 커다란 화제를 모았다. 상반기 인생의 굴곡에서도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목 받은 데는 장기화되는 경제 불안이 컸다.

시집의 경우 문학과지성사 시집 600호, 창비시선 500호가 출간되며 독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물가 상승, 가정 경제 위기 등 경제 불안으로 인해 재테크나 자기계발보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하거나 공감을 이끌어내는 에세이에 독자들의 관심이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10대인 Z세대 독자 사이에서는 아이돌의 추천 도서가 급부상 했다. 방탄소년단(BTS) RM이 추천한 파스칼 메르시어의 '언어의 무게', NCT드림 재민이 추천한 윤홍균의 '자존감 수업' 등이 선택 받았다. 40대 이상에서 주목 받았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도 최근 아이브 장원영의 추천으로 다시 화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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