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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율 최저?…'텍스트힙' 20·30대는 지금 독서 열풍 [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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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10명 가운데 6명은 1년 간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8년에 10명 중 4명이 1권도 읽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2022년 9월~2023년 8월)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직전 조사 시점인 2021년 대비 4.5%포인트 줄었다.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처음 조사가 이뤄진 1994년 86.8%에 달했지만 전자책이 통계에 포함된 2013년(72.2%)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으며 매번 역대 최저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우리나라 성인 독서율은 90년대 중반부터 2009년까지는 70%대를 유지했지만 2010년도 들어 60%중후반대로 떨어지면서 선진국을 밑돌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 결과, 종이책과 전자책 독서율은 2014년 76% → 2016년 73%으로 줄었다. 일본도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월평균 서적 독서율이 2015년 49% → 2017년 45%로 감소했다.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 독서율. 문체부 제공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 독서율. 문체부 제공 
독서량 감소의 원인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쇼츠 동영상,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들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노동 환경을 꼽는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일에 대한 피로도나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편이어서 휴식을 취할 때 영화, 게임, 웹서핑 등 손쉬운 오락에 집중한다"며 "독서는 한 단계 높은 차원이라 휴식이라고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독서실태조사에서 독서 장애요인으로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24.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10-50대 스마트폰 보유율은 99%가 넘는다. 연령별로 10대(95.5%)와 20대(91.6%)는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선택한 비율이 90% 이상, 60대는 48.0%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스마트폰 이용률은 91.4%로 연령이 낮을수록 스마트폰 이용 빈도가 높았다.

이쯤 되면 스마트 기기와 디지털 콘텐츠 소비에 친숙한 20·30대가 독서율 하락을 견인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올 만 하다. 그런데 조사 결과는 그 반대다. 20·30대 연령층에서 최근 독서량이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연합뉴스연합뉴스
60세 이상 노년층의 종합독서율이 15.7%로 2021년(23.8%)보다 크게 줄어든 반면, 20대(19~29세)는 74.5%로 조사 연령 가운데 가장 높은 독서율을 보였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젊은 관람객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전체 관람객 15만 명 중 70% 이상이 이른바 MZ세대인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독서를 즐기는 것이 멋지다'는 의미를 담은 '텍스트힙'(Text Hip)이 SNS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SNS에서 책을 펼쳐 보이거나 책이 가득한 도서관, 서점, 휴식처에서 책과 함께 한 인증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의 독서 인증샷도 넘친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쇼츠와 같은 영상, 디지털 콘텐츠 소비를 즐기는 세대지만 한편으로는 '텍스트힙'을 추구한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들을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모두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레트로 열풍이 가져온 아날로그적 감성의 소수적 취향인 책, 연예인·인플루언서의 독서와 팬덤 효과, '북튜버'들을 통한 지적 호기심, 자기 과시 욕구가 복합적으로 결합된 트렌드다.

일각에서는 이를 '지적 허영'이라고 비틀기도 하지만, 출판계의 어려움을 덜어내고 지적 취향을 확산할 수 있다면 조금 발칙해도 어떻게든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작가 황석영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텍스트힙' 현상에 대해 이를 "자기 콘텐츠를 자기가 채우고 싶은 욕구"라고 평가했다.  


황석영 작가. 연합뉴스황석영 작가. 연합뉴스
황 작가는 "그동안 요약본이나 소개글로 읽은 척 하다 보니 콘텐츠 창출이 불가능했다. 창출 하려면 그 콘텐츠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며 이른바 '스노비즘'(snobbism)을 꼬집었다.

이에 한 관객은 독서 클럽에서 아이유가 방송에서 읽어 화제가 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선택하자 참가자들이 크게 만족해 했는데, 고전을 '있어 보이는' 목적으로 소비하는 것이 올바른가 물었다.  

황 작가는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책 읽기는 운동과 같다. 작은 아령부터 시작해 근육을 키우듯이 독서력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항간에 그럴듯하게 꾸며진 사진을 통해 SNS에서 자신을 과시하는 '있어 보이는' 행위를 의미하는 '있어빌리티'(있어+bility)가 유행하기도 했다. 고전에 이어 최근에는 비교적 덜 종교적인 부처의 언행이나 철학 서적을 찾는 MZ 세대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황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자기 과시적 허영(스노비즘)의 시대일지라도 책을 통해 그 빈 공간을 메울 수 있다면, 책을 가까이 하고, 독서 습관이 자리 잡는다면, 지적 허영심도 어느 정도는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고대 로마의 정치가였던 키케로는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도 같다"고 했다. 허영과 빈곤의 자리를 이 참에 '마음의 양식'인 책으로 채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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