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기 사장으로 내정된 박장범(왼쪽) 후보자와 여의도 KBS 사옥. 황진환 기자·KBS 제공기자 출신인 KBS 박장범 앵커가 신임 사장 후보로 낙점된 가운데 500명 가까운 KBS 현직 기자들이 반대 성명을 내놓으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KBS 보도본부 기자들 성명은 지난 24일부터 시작됐다. 박장범 후보자가 몸담았던 보도본부의 각 기수별 취재·촬영 기자들은 일제히 그의 사장 후보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공통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건희 여사가 받은 고가 브랜드 가방을 '파우치'로 지칭한 대담, 편파적 보도 개입 등을 일삼은 박 후보자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 미달이란 비판과 함께 정권을 비판·감시하지 못하는 '용산방송'을 거부한다는 것.
45기 기자들이 '파우치 앵커 박장범 후보자의 즉각 사퇴를 촉구한다'라며 처음 성명서를 내놓은 데 이어 6일간 495명에 달하는 18~50기 기자들이 참여했다. 현재 전국 KBS 기자 직군(취재·촬영) 총 인원이 800여명 정도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60%를 넘어서는 수치다.
여기에 박 후보자가 현재 구성원들이 반대하는 조직개편안을 그대로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부 불만은 더욱 들끓고 있다.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에 따르면 박민 사장은 30일 이사회에 참여해 '직제규정(조직개편) 개정안'의 시행일을 기존 11월 4일에서 12월 16일로 변경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박 사장은 "후임으로 제청되신 분(박장범 후보자)도 전체적인 직제개편의 취지에 공감하고 그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을 저와 소통했다"라고 밝혔다는 전언이다.
이에 KBS본부는 "사내 구성원 대부분은 박 사장이 만든 조직개편안이 KBS의 제작역량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수없이 문제제기했다. 제대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는데다 조직개편에 어떠한 철학도 보이지 않는 단순 통폐합이기 때문"이라며 "박장범은 전임 사장과 이사회의 결정은 존중하면서, KBS의 미래를 위해 '조직개편안'을 재고해달라는 구성원들의 아우성은 무시하나"라고 되물었다.
또 아직 박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도 거치치 않은 '사장 후보자' 위치임을 강조하며 "당신은 아직 후보자일 뿐, KBS의 사장이 아니다. 조직개편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것 자체가 월권이다. 이미 '파우치'로 국민적인 신뢰를 깎아 먹은 박장범은 조직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말할 자격조차 없다. 당장 사장 후보자를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구성원들의 반발에 박장범 후보자와 KBS 사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