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서울 광남고등학교에서 시험이 끝난 수험생과 가족들의 모. 박인 기자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4일 서울 광남고등학교(광남고) 앞에는 시험이 종료되기 1시간 전부터 우산을 들고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재수생 딸을 둔 이주영(51)씨는 언니를 응원하러 온 막내딸과 함께 노심초사 했다. 이씨는 "공부 때문에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느라 단풍 든 걸 오늘 처음 봤다고 해서 마음이 아팠다"며 "전국의 수험생들이 계절이 가는지도 모르고 공부를 했을텐데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시험 종료 시각이 조금 지나자 수험생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정문을 나선 수험생은 나오자마자 아빠에게 달려가 손을 잡고 귀가했다. 한 할머니는 고사장에서 나온 손녀딸을 안으며 "우리 강아지 수고했다"며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14일 서울 광남고등학교 앞에서 손녀를 껴안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 박인 기자수험생들은 한결 가벼워진 표정과 발걸음으로 12년의 여정을 일단락 했다. 김효빈(18)양은 "공부하느라 여태까지 옷을 못 사서 엄마한테 옷을 사 달라고 할 예정"이라며 "대체로 시험이 쉬워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친 표정으로 정문을 나선 김보민(18)양은 "집에 가면 여태까지 참아왔던 넷플릭스를 몰아서 볼 것이다"며 "시험이 끝나서 후련하다"고 말했다.
광남고에서 두 명의 딸을 기다리던 송영미(49)씨는 "시험이 끝나면 아이들이랑 필리핀에 가서 다이빙을 하기로 했다"며 "우리 모두의 아들, 딸들에게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일부 수험생들은 시험이 끝나도 웃지 못했다. 긴장한 표정으로 귀가 중이던 재수생 조나현(20)씨는 "국어나 수학에 비해 탐구 영역의 개념 문제가 헷갈려서 그때부터 '멘붕'이 왔다"며 "채점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비를 맞으며 택시를 기다리던 문윤하(18)씨도 "수능이 끝나도 남은 입시 일정이 있어 자유롭지 못하다"며 "모든 과목이 대체로 다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수험생은 가족에게 안긴 채 "배운 데에서 하나도 안 나왔다"며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한편 수험생들의 입시 일정은 계속된다. 수도권 주요 대학 면접 일정은 오는 16일부터 차례대로 예정돼 있다. 연세대학교는 16일 활동우수(인문·통합) 전형 면접, 17일 활동우수(자연) 전형 면접이, 서울대학교 일반 전형 면접은 오는 22일 진행된다. 논술 일정은 16일과 17일에는 건국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등 대학들의 논술 시험 등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