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통상 연말 증시는 배당과 연말 소비 증가로 인한 '산타랠리'로 훈훈한 분위기지만, 최근 국내 증시엔 우울감이 팽배하다.
트럼프 트레이드에서 소외된 코스피가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투자자들의 '주식 이민'도 빨라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변동성이 극심한 시기 오히려 배당주 투자가 빛을 발한다며 선별적 접근을 추천하는 의견도 나온다.
국장 탈출하는 개미들…배당주 투자자는 오히려 웃는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당선된 후 한 주간 코스피지수는 하락세를 거듭하다 2400선이 깨지기도 했고, 최근 사흘째 종가 기준 2410선에 머물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미국 증시 호황 속에서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나 IRP(개인형 퇴직연금)를 통한 절세 혜택을 노리며 국내증시에 꾸준히 남아있던 투자자들마저 국내 상장 해외 ETF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에선 오히려 이러한 상황이 배당주 투자엔 긍정적 환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개인 거래비중이 급격히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기관과 외국인의 영향력이 확대된다"며 "이들이 선호하는 종목과 업종에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증권 리포트 화면 갈무리 2017년부터 지난 10월 말까지 코스피에서 월별 개인 거래비중 변화와 투자스타일의 월별 성과간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개인 거래대금이 감소하면 '기관 1년 순매수 상위' 종목이나 고배당주, DPS(주당배당금) 상향주 등이 유리한 성과를 냈다.
이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한국 경기 선행지수와 고배당주 성과, 코스피 거래대금과 고배당주 성과는 '역의 상관성'이 있다"며 "내년 한국 경기 부진과 국내 증시의 개인투자자 이탈, 반도체 실적 둔화 등으로 거래대금 하락이 예상되는데 고배당주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리포트 화면 갈무리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고배당지수와 금리 간의 상관관계가 낮았던 해에는 고배당지수가 코스피 대비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며 변동성이 큰 최근 시장에서 안정적인 선택지로 배당주를 제안했다.
12월에 몰렸던 배당기준일 분산…"그래도 여전히 적기"
국내 증시에 드리운 암담한 전망과 별개로 배당주 투자가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한 차례 변곡점을 맞은 점도 변수로 꼽힌다. 기존엔 배당기준일이 12월에 몰려 10월부터 배당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이른바 '깜깜이 배당'을 막기 위해 배당기준일을 이듬해 정기 주주총회 이후로 변경할 수 있게 되면서 일부 종목들의 자금 유입 예상 시기가 달라졌다.
또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정부 밸류업 정책에 따라 분기배당을 도입한 회사가 늘어난 점도 기존 배당주 투자의 공식을 깨뜨리고 있다.
다만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기준일이 내년 1분기로 늦춰졌어도 배당주는 매력적"이라며 "9월 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배당주보다는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는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시장 금리 하락 구간에서는 배당주의 성과가 좀 더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선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아직 편입되지 못했지만 배당 매력이 뛰어난 종목이나 내년 순이익이 오를 고배당주를 선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철강과 방산, 유틸리티, 은행, 통신 등이 내년에도 견조한 실적을 낼 업종으로 꼽힌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한국 증시는 절대적으로도 상대적으로도 매력적인 수준이 됐다"며 "2024년 밸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트렌드가 내년에도 지속되면서 배당성향이나 자사주 매입이 확대된 기업에 대한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