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를 비롯한 재학생들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에서 열린 남녀공학 전환과 총장 직선제 문제를 논의하는 학생총회에서 남녀공학 전환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동덕여자대학교(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두고 학교 측과 학생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국 67개 여성단체에서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와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라"며 학교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등 67개 여성단체는 전날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하고 "대학 본부 측은 지난 25일 진행된 제3차 면담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 철폐'는 약속한 적도 없고 약속할 수도 없다며 '불법', '법적 조치' 운운하며 학생들을 겁박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학교는 학교 공동체의 민주적 운영에 관한 학생들의 정당한 문제 제기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커녕, 여전히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심각한 것은 학교 측이 학생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민주주의 교육공동체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규탄했다.
또한 "이와 같은 상황임에도 학교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비판과 민주적 학교 공동체의 회복에 집중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불법', '손해'의 프레임으로 이동시키는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언론과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어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불법'과 '손해'의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학생들을 '악마화'하는 정치권, 언론, 기업의 성차별적 시선과 태도가, 그리고 이런 담론에 힘 얻은 혐오 세력들이 온라인상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협박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현실이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지금 필요한 것은 학교와 학생 간 평등하고 투명한 의사소통 절차를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학생 의견 수렴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금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다"고 촉구했다.
동덕여대 사태는 학교 측이 이달 7일 대학비전혁신추진단(추진단) 회의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에 학생들은 지난 11일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본관을 점거하는 방식으로 집회를 시작했다.
지난 21일 대학 처장단과 학생회 간 면담으로 본관 외 다른 건물에 대한 점거는 해제됐으나 지난 25일 면담이 결렬되면서 양측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졌다. 이에 학교 측은 법원에 본관 점거 퇴거 단행 가처분 신청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