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YMCA 플라스틱 대장간에 수집된 폐 플라스틱 병뚜껑들. 박사라 기자 ▶ 글 싣는 순서 |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 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 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 ⑥ 냉난방 없이도 가능한 삶, 순천 사랑어린학교가 살아가는 법 ⑦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 ⑧ 버려질 뻔한 병뚜껑, '플라스틱 대장간'에서 변신하다 (계속) |
우리가 무심코 여닫는 플라스틱 병뚜껑. 하지만 모든 병뚜껑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음료수와 생수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은 각기 다른 재질로 제작되며, 기후 위기의 시대에 그 재활용 가능성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병뚜껑, 모두 재활용될까?
정답은 '아니다.'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은 선별장에서 PET, PE, PP 등 재질별로 나뉘며, 이에 따라 재활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병뚜껑과 같은 작은 플라스틱들은 선별 공정에서 분리되기 어려워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재활용되지 못한 플라스틱은 결국 폐기되거나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 바다에는 약 1억 5천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으며, 매년 800만 톤이 추가로 유입된다. 플라스틱이 자연 분해되는 데에는 무려 500년이 걸린다.
순천YMCA 플라스틱 대장간에서 폐 병뚜껑으로 만든 물건. 순천YMCA 제공 플라스틱 병뚜껑, 새 생명을 얻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뚜껑을 재활용하는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중 전남 순천YMCA와 노플라스틱팩토리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플라스틱 대장간'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모여 만드는 큰 변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플라스틱 대장간은 재활용이 어려운 페트병 병뚜껑을 키링과 치약짜개 등 매력적인 생활용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공간이다. 플라스틱 대장간의 활동은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시민과 기업이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순천시민들이 PP, HDPE 재질의 작은 플라스틱 제품(주로 병뚜껑)을 모으면, 수집된 플라스틱은 깨끗하게 세척되고 색깔별로 분류된다. 이후 분쇄한 플라스틱을 녹여 금형에 주입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에는 동백꽃 키링, K-water 마스코트 키링, 치약짜개 등이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플라스틱을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원으로 인식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순천YMCA 플라스틱 대장간에서 병뚜껑을 분쇄하고 있는 학생. 순천YMCA 제공 플라스틱 대장간에는 광주 동명초, 순천 별량초 등 여러 학교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해 하반기에는 세풍초, 별량초, 구례 용방초 등 452명의 학생이 플라스틱 재활용 체험에 함께했다. 체험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최소 4명에서 최대 30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아이들은 직접 병뚜껑을 분쇄하고 가공하며 자원순환과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체험한다.
이중 재질로 된 병뚜껑들. 박사라 기자 병뚜껑 재질도 '제각각'… 확인하는 방법은?
병뚜껑의 재활용을 돕기 위해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재질을 확인하고 따로 모아 분리배출하는 것이다. 병뚜껑 안쪽을 살펴 '02' 또는 'HDPE' 표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페트병 라벨에서 분리배출 표시를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또한, 식약처나 식품안전나라에서 브랜드명을 검색하면 병뚜껑의 재질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이렇게 모은 병뚜껑을 지역의 업사이클링 공간에 가져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와 맥주병에는 재활용이 가능한 PP 재질이, 기타 음료수 병뚜껑에는 HDPE 재질이 사용된다. 하지만 복합 재질로 만들어진 이중 병뚜껑은 재활용이 어렵다. 이에 서울환경연합은 지난해 이러한 병뚜껑 사용 규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플라스틱 대장간에서도 고무 패킹이나 부직포가 포함된 병뚜껑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업들도 병뚜껑을 보다 단순한 재질로 제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이경 순천시 NO플라스틱카페 대표는 "알록달록한 디자인이나 복합 재질로 덧씌우면 분리배출이 어렵다"며 "기업들이 단순 재질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새로운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재생 원료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순천YMCA 플라스틱 대장간 체험 교실. 순천YMCA 제공 한편, 순천YMCA가 운영하는 노플라스틱협동조합은 업사이클링을 실험하는 리빙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플라스틱 카페와 세제 소분샵, 업사이클링 물품샵을 운영하며 시민들에게 환경 교육을 제공한다. 커피 찌꺼기로 만든 커피박 벽돌을 활용한 캔들 만들기, 나무를 태워 디자인하는 우드버닝 체험, 플라스틱 통 대신 샴푸 비누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