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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바다"…바다를 살리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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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역대급 폭염과 폭우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것 밖에는. 다만 다행인 건 기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만큼 기후위기를 '네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 속에 지역 곳곳에서도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CBS는 기후위기를 향한 냉소와 포기를 넘어, 한걸음의 작은 실천을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기후행동이 가진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시민들⑮]
'가플지우' 기업, NGO, 공공기관 협업 환경 플랫폼
전국 4년째 해양 정화… 1만 4천kg 수거
순천 유익컴퍼니 총괄 기획, 여수·순천·광양서 200여 명 참여
올봄 여수 손죽도·신항 등 해안서만 3톤 쓰레기 처리

지난 17일 여수 손죽도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 중인 '가플지우' 참가자들. 유익컴퍼니 제공 지난 17일 여수 손죽도에서 해양 쓰레기를 수거 중인 '가플지우' 참가자들. 유익컴퍼니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
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
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
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
⑥  냉난방 없이도 가능한 삶, 순천 사랑어린학교가 살아가는 법
⑦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
⑧  버려질 뻔한 병뚜껑, '플라스틱 대장간'에서 변신하다
⑨ "노플라스틱 육아, 가능해?" 환경 덕후 엄마의 실천법
⑩ "손은 아프지만, 지구는 웃는다" 종이팩을 살리는 카페들
⑪ '지금 바로 여기'…작은 극장에서 시작된 기후 연대
⑫ 텀블러 500개, 쓰레기는 바나나 껍질뿐
⑬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법…"멈출 수 없다면, 느리게 천천히"
⑭ "꽃을 보니까, 지켜주고 싶어졌어요"…기후위기 시대, 아이들은 이렇게 자라고 있다
⑮ "가져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바다"…바다를 살리는 시민들
(계속)


"멀리서 보면 깨끗했지만, 돌 밑엔 쓰레기가 가득했어요"

 바다의 날을 앞둔 지난 17일 새벽, 순천에 사는 장선아(35)씨는 평소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다. 가방에는 물과 개인 텀블러, 장갑을 챙겨 들고 여수 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여수 손죽도. 이마트의 해양 정화 캠페인 '가플지우(가져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바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유익컴퍼니 활동을 SNS로 보면서 언젠가 한 번은 꼭 참여해보고 싶었어요. 이번에 시간이 맞아 신청했는데, 정말 다녀오게 될 줄은 몰랐죠."

활동이 펼쳐진 곳은 손죽도의 몽돌 해변. 거금도 인근의 작은 섬이다. 고요한 풍경 속에서 진행된 정화 활동은 예상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멀리서 보면 깨끗해 보여도, 돌을 들춰보면 밧줄, 어망, 깨진 유리 조각, 플라스틱 포장지가 쏟아져 나왔어요. 가정집에서 쓸 법한 컵 조각이 왜 여기 있을까 싶었고, 맨발이었다면 다칠 뻔한 것도 있었죠."

장 씨는 집게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하나하나 주워 포대 반 분량의 쓰레기를 모았다."하도 열심히 돌아다니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저기에도 있네' 하면서 멈출 수가 없더라고요."
참가자 장선아 씨가 여수 손죽도에서 해양 쓰레기를 줍고 있다. 유익컴퍼니 제공  참가자 장선아 씨가 여수 손죽도에서 해양 쓰레기를 줍고 있다. 유익컴퍼니 제공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바다를 남기고 싶어서"

이날 활동에는 가플지우에 다섯 차례 이상 참여한 최인철(46)씨도 함께했다. 이마트 소속인 그는 2022년 캠페인 첫해부터 자발적으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저분했던 해변이 참가자들 손으로 점점 깨끗해질 때 느끼는 뿌듯함이 있어요. 우리가 모든 걸 바꿀 순 없지만, 기후위기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죠."

최 씨는 "이건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일상 속 실천"이라며 "한 번 해보면 왜 계속하게 되는지 알게 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마트에서 진행되는 플라스틱 회수 캠페인에도 참여하며, 생활 전반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여수 손죽도에서 수거한 해양 쓰레기 포대를 들고 있는 참가자 최인철 씨. 유익컴퍼니 제공 여수 손죽도에서 수거한 해양 쓰레기 포대를 들고 있는 참가자 최인철 씨. 유익컴퍼니 제공 

아이도 놀란 바다 모습…"엄마, 누가 이렇게 버린 거야?"

가플지우에는 어린이 참가자도 있었다. 순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양경화(39) 씨는 아들 현태오(10) 군과 함께 지난해 여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아이가 기후위기를 어렵게 느끼지 않고, 현실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지금 자기가 환경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는 성취감도 느끼면 좋겠고요."

양 씨는 "책이나 영상으로 배우는 것보다,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이 훨씬 강력해요. 손으로 쓰레기를 줍는 순간, 환경이 자기 일처럼 다가오죠"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태오 군이 해변의 깨진 병조각과 버려진 어망을 보고 "이걸 누가 이렇게 버린 거야?", "이렇게 큰 게 여기 있다고?"라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이후 친구들과 함께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양 씨는 "이게 진짜 환경 교육이죠. 자연이 왜 소중한지, 왜 지켜야 하는지를 몸으로 배운 날이었어요. 아이와 함께여서 더 의미 있었죠"라고 전했다.

지난해 여름 가플지우 활동에 참여한 양경화 씨의 아들 현태오 군과 아버지. 유익컴퍼니 제공 지난해 여름 가플지우 활동에 참여한 양경화 씨의 아들 현태오 군과 아버지. 유익컴퍼니 제공 

'가플지우'… 지역과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

가플지우는 이마트가 진행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캠페인의 하나다. 여러 기업, NGO, 공공기관이 협업하는 환경 캠페인 플랫폼이다. 이 가운데 해양 정화로 순천에 기반을 둔 기획사 유익컴퍼니가 총괄 기획과 운영을 맡고 있다.

유익컴퍼니는 2022년부터 전국 단위로 가플지우를 실행해오고 있다.

양진아 대표는 "이마트는 전국에 매장이 있으니, 그에 맞춰 전국의 바다로 갑니다. 시민들이 쓰레기를 직접 보고, 손으로 주워보는 경험은 생각을 바꾸는 데 가장 효과적이에요. 백문이 불여일견이죠"라고 말했다.

유익컴퍼니는 캠페인 기획 전 단계부터 현장성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쓰레기가 실제 많은 장소를 사전 조사하고, 가플지우 공식파트너사인 해양환경공단, 시민단체들과 협업해 수거부터 처리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여수는 올해만 네 차례 정화 활동이 집중된 지역이다. 3월 돌산읍 큰끝등대, 4월 화태도, 5월 신항 방파제와 손죽도에서 시민 200여 명이 참여해 약 3톤의 해양 쓰레기를 수거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가플지우'가 전국 해안에서 수거한 해양 쓰레기는 누적 1만4천kg을 넘어섰다.

양 대표는 "진짜 쓰레기가 있는 현장에서, 안전하게 수거하자는 것이 이 캠페인의 철학이자 원칙입니다. 보이는 쓰레기를 줍는 일이 결국 보이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요. 중요한 건, 그 쓰레기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 있게 처리하는 것까지 포함된다는 점이죠"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번이라도 가플지우에 참여해보면 알아요. 바다를 지키는 일이 왜 중요한지. 그걸 직접 본 사람은 다시는 무심할 수 없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제는 바다에 가면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쓰레기가 먼저 보여요. 한 번이라도 가플지우에 참여해보면, 누구나 그 필요성을 체감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경 문제는 개인, 기업, 국가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예요. 가플지우는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걸 막기 위한 실천이자,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여수 손죽도에서 쓰레기 수거 활동을 마친 가플지우 참가자들. 유익컴퍼니 제공 지난 17일, 여수 손죽도에서 쓰레기 수거 활동을 마친 가플지우 참가자들. 유익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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