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연합뉴스"보수 잠룡들이 20명이나 되는데 그 나물에 그밥이다", "흥행 카드가 없다".
조기대선 일자가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국민의힘 경선 후보만 20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적할 만한 '흥행 카드'가 없다는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 의원이 8일 나란히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에서는 지지층 외연을 확장할 만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만 한 대행은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 난립상에 돌고 돌아 한덕수 출마론까지?
한덕수 국무총리. 박종민 기자
국민의힘은 이번 조기 대선에서 '인물론' 빼고는 대선을 치르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국민의힘 출신 대통령 탄핵으로 치르게 된 조기 대선이어서다.
특히 대통령과 손절하지 못한 친윤 중진들과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이재명 대표를 누를 만한 강력한 인물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당 안팎에서는 엇비슷한 정치적 체급을 가진 후보들만 쏟아져 누구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자체장들이 경선에 몰리는 걸 두고 "자신의 몸집을 키우면서 차기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미리 점 찍어놓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같은 편의주의적인 행보는 당내 경선 흥행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대통령 파면 이후 당의 혼란상만 드러낸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새로운 후보를 찾자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한덕수 출마론'에도 불을 지폈다.
친윤계 한 다선의원은 "한 대행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이미지와 풍부한 행정 경험이 있으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로서 강성 보수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 대행은 "대통령의 ㄷ자도 꺼내지 말라"고 측근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선 경쟁력이냐, 윤심(尹心)이냐
홍준표 대구시장. 윤창원 기자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었던 원외 조직과 친윤계 의원들은 한 대행 뿐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에게도 우호적이다. 탄핵 반대 모임을 주도했던 관계자들 상당수는 "의원들도, 지지자들도 조금씩 홍 시장한테 쏠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전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예상보다 일찍 출마 선언을 한 것도 이같은 기류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다만 김 장관은 지지율 하락세에도 보수 진영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윤 전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조언을 해 오던 원조 친윤 인사들이 김 장관 캠프에서 비공식적 역할을 맡으면서 선두 자리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경선 기간 내내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측근 인사들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면 그게 바로 '윤심'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윤상현·나경원 의원의 출마 여부도 변수다. 두 의원 모두 대선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데, 당내 경선 룰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후보들간 합종연횡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영남권 한 재선의원은 "홍 시장이 약간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의원들은 최소한 컷오프 결과를 보고서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고지를 누가 점령하는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