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연합뉴스"수영장에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 유명한 주식 격언은 워런 버핏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시장에 유동성 파티가 벌어질 땐 아무도 관심이 없지만, 불황이나 위기가 찾아오면 누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를 했는지 또 누가 무리한 레버리지를 사용했는지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공개되자 미국 주식시장이 공포에 빠졌습니다. S&P500 –14%, 나스닥 –19% 등 증시가 약세장을 뚫고 하락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미국 국민이 화가 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주식투자 비중이 70%가 넘는 퇴직연금(401k)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말 그대로 노후 자금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가 됐기 때문이죠.
서학개미 계좌에도 파란불이 켜졌습니다. 그러면서 2023년부터 주식을 팔아 현금을 쌓아 둔 버핏을 재평가하고 있습니다. 버핏은 2023년 챗GPT 등장으로 시작한 AI(인공지능) 랠리와 반대 행보를 보인 탓에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 다시 '혜안이 증명됐다'는 것이죠.
버핏이 회장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3년부터 10개 분기 연속 현금 보유를 늘리면서 지난해 말 기준 3342억달러(약 485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됐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325조원이 조금 넘으니 버크셔는 보유 현금만으로 삼성전자 지분 100%를 인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버크셔 주가도 고점 대비 4% 하락에 그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풍을 피한 모양새입니다.
이같이 '잃지 않는 투자'의 핵심은 포트폴리오에 반드시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현금이 충분하면 갑작스러운 기회가 발생했을 때 투자에 나설 수 있고, 반대로 현금이 없으면 시장이 하락할 때 공포가 커지기 때문이죠. 그래서 많은 그루들은 투자에서 수익이 발생하면 현금 비중을 줄이며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반대로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현금 비중을 늘리며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뉴욕 증권거래소. 연합뉴스
또 현금이 있더라도 무조건 투자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버핏의 영원한 파트너인 고(故) 찰리 멍거의 투자철학을 담은 '찰리 멍거 바이블'을 보면, 그는 2020년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직장 동료 중에 5년 동안 주가 하락을 기다리며 계속 현금을 보유하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옳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최근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만족 지연 능력은 타고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신이 즉각 만족해야 직성이 풀리는 충동적인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풍요롭게 살지 못하며 그 성향은 고칠 수도 없습니다. 즉각적인 만족 추구는 망하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