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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금규 변호사 "尹 파면은 시작…내란 잔불 정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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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8년 만에 또 파면됐습니다. 위헌·위법한 국가긴급권을 행사한 대통령을 끌어내리며 흔들린 헌정 질서를 바로 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도 깊게 남았습니다. 같은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번 파면 결정에서 무엇을 새겨야 할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을 대리한 변호사들의 소회를 들어봤습니다.

▶내란해제.zip_파면 그 후 인터뷰①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 이금규 변호사
"계엄 못 막고 동조한 국무위원들 아직 현직에"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한 제도 정비해야"
尹에 위자료 소송, 파면 결정문 읽기 제안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한 이금규 변호사가 1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도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한 이금규 변호사가 1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도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글 싣는 순서
①[인터뷰]이금규 변호사 "尹 파면은 시작…내란 잔불 정리해야"
(계속)

"우습기도 무섭기도."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심판정에서 마주한 이금규 변호사(법무법인 도시)는 지난 변론기일을 돌이켜보며 윤 전 대통령을 상반되는 두 이미지로 묘사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국회 탄핵소추위원의 법률대리인단으로 참여했지만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심판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아무 일도 없었다"거나 "호수 위 달그림자 좇는 듯 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땐 황당함을 넘어 우습기까지 했지만, 이내 그의 언행이 심판 내내 위협적이었고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 일주일이 되어가던 시점인 지난 10일 CBS노컷뉴스와 만난 이 변호사는 "이제 호랑이의 발톱을 뽑았을 뿐"이라며 "내란 잔불을 정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였다.

-막판까지 가슴 졸이게 했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파면으로 끝났다.
"당연히 8대0 전원일치로 파면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11시22분에 주문 15글자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를 들을 때까지 계속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드는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민가로 내려와 사람을 해치는 호랑이, 사나운 맹수의 발톱을 뽑았다는 생각이다. 구속취소로 풀려나 있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붙잡은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국민을 상대로 비상계엄 같은 못된 짓은 못하겠구나 하는 정도의 안도감이 들었다."
 
-본인은 완강히 부인했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윤 전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했을 때 2차 계엄이 일어날 것 같아 두려웠다.
"제 아들이 현역 군인인데 포병이다. 제가 어렸을 때 상무대 뒤편에 살아서 5·18 당시 탱크가 지나가는 걸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땐 어려서 간첩이 내려 왔는지 민주화 운동인지 몰랐지만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났는데 마침 아들이 그 탱크 비슷한 자주포의 조종수인 것이다. 계엄군이 자주포를 몰고 서울에 진입하는 것 아닌지 위협이 실질적으로 느껴졌다. (이 변호사는 마지막 변론기일 국회 측 최종진술자로 나서 '내 아들이 계엄군이 될 수도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두려웠다'는 마음을 털어놨다.)

"지금도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완전히 다 없어졌다고 하긴 어렵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재 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을 보면 내란의 잔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윤 전 대통령 파면은 시작일 뿐이다?
"탄핵심판을 통해 국민들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보도를 통해서만 전해 듣던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통령이 회의 등에서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지 않고) 혼자 1시간 이상 이야기 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심판정에서 발언하는 것을 보면) 사실이지 않았나. 평소 회의에서도 그런 식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다른 의견은 얼마나 내쳤을지,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었는지 충분히 짐작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12·3 당일 이 전 장관은 울산 행사장으로 향하는 국내선 항공기를 타는데 같은 행사장에 가던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그 항공기에 탔다. 그런데 이 전 장관이 서로 인사는커녕 아는 체도 안했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원팀으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인데, 너무 부끄러운 장면 아닌가? 이게 이 나라의 국무위원들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당연히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이 모였을 때도 누구 하나 자기 직을 걸고 온몸을 던져 막은 사람이 없었다. 정말 한심하다. 그런데 그들이 지금 현재도 국무위원으로 있다. 그래서 내란 잔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나온 윤 전 대통령의 말이나 국무위원들의 태도가 유튜브를 통해 거의 실시간 공개되면서 여론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윤 전 대통령은 8차례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발언했다. 어쨌든 파면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인데 윤 전 대통령은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증언대에 선 사람들에게 위협감을 주고 그들의 발언을 통제하려는 계산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 증인뿐 아니라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나 참고인 등도 탄핵심판 중계를 보면서 '혹시 대통령이 복귀하면 나는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게 하려 했을 것이라고 본다. 나 역시 맞은편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을 보면서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다. '호수 위 달그림자' 같은 표현은 황당했지만 피청구인(윤석열)의 발언 태도를 보면 뒤로 갈수록 몸이 앞으로 나오고 증인 쪽을 향한 손짓 등이 거침없어진다. 증인들로선 상당히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한 이금규 변호사가 1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도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률대리인단에 참여한 이금규 변호사가 10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도시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헌재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그런 위협감이나 불안감도 커졌을 것 같다. 탄핵심판을 시작할 때만 해도 박 전 대통령 사건보다 훨씬 더 빨리 끝날 것이란 전망이 많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저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국회 소추위원 대리인으로 참여했지만 그 사건은 쟁점도 많았고 헌법 위반의 중대성에 대해 과연 전원일치 파면 결정이 날지 염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뇌물을 얼마나 받아야 대통령직 파면에 이르는 중대한 위법으로 볼 것인지 기준이 없고 의견이 갈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비춰보면 윤석열 사건은 워낙 선명하고 증거도 명백했다.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봤기 때문에 너무 쉽다고 생각했고 늦어도 3월 초에는 선고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늦어지면서 상당히 긴장했다. 특히 5대3 교착상황 가설이 보도되고 나서는 2월 25일 변론종결 후 모인 적 없던 대리인단이 다시 모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선고기일 지정 신청 등 각종 방안을 논의했다. 4월 18일 두 재판관 임기 만료 이후로 선고를 미뤄버리면 정말 큰일이니까. 그러다 4월 1일 선고기일이 지정되는 것을 보고 '이제 됐다'라고 했다. 선고가 나지 않는 것이 걱정이었지 결과가 파면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

-선고기일 지정 신청도 정식 절차는 아닌 셈이니 사실 선고기일 지정이 되지 않았다면 뾰족한 방법은 없었던 것 아닌가.
"그렇다. 선고를 촉구하는 각계의 성명 수백 쪽을 모아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지만 국민도 대리인단도, 당사자인 국회 탄핵소추위원 법제사법위원장도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법사위원장이 어떤 요구를 한다고 해서 선고기일을 지정해야 할 의무가 헌재에 전혀 없다. 이런 부분에서 한계를 느꼈다. 향후 헌법재판소법이나 헌법을 개정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60일 이내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탄핵소추되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데 그 정지되는 기간에 대한 제한은 없다. 헌재법에 심판사건은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하라는 훈시규정만 있다. 만약 윤 전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끝날 때까지 탄핵심판 선고를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나. 법적으로 규정이 없어 손 볼 필요가 있다."


-윤 전 대통령 개인을 상대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지만 패소로 끝났는데 이번엔 결과가 다를 수 있을까?(1차 소송은 원고 105명·인당 10만원 청구, 2차 소송은 원고 1만명·인당 1만원 청구로 진행 중이다.)
"박근혜 사건의 경우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을 국민의 기본권 침해로 직접 연결시키기 어렵다. 그런데 비상계엄은 전혀 다르다.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고 내 생명권이 위협 받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2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됐으니 피해가 없다고 말할 수 있나. 이를테면 살해 위협에 가까운 것이고 살인미수 내지는 예비의 죄책을 져야 할 정도다. 피해자인 국민은 최소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 헌재도 결정문에서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썼다.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상당히 유력한 증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1만명 소송은 진행 중이지만 인력상의 한계 문제 등이 있다. 저는 이런 제안을 드리고 싶다. 위자료 소송에 대해 듣거나 알고 계신 국민들 스스로가 각자 거주지 관할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는 것이다. 제가 작성한 소장에서 원고의 이름만 바꿔 쓰면 된다. 개인인 윤석열 씨는 그 소송에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 이런 것도 우리 국민들의 분노와 피해를 표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 파면에서 우리 국민이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해 파면 결정문 제목 읽기도 제안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114쪽 결정문에 헌법과 민주주의 교과서 같은 가르침이 있다"며 "다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결정문 목차라도 써보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결정문 '결론' 부분의 첫 소제목은 '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제1항).'로 시작한다.

▶ 헌법재판소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결정문 中 결론(83p) 소제목
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제1항).

나. 피청구인은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제22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병력을 동원하여 타개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계엄을 선포하였다.

다. 우리 헌법은 기본적 인권의 보장, 국가권력의 헌법 및 법률 기속, 권력분립원칙, 복수정당 제도 등 국가권력이나 다수의 정치적 횡포를 바로잡아 민주주의를 보호할 자정 장치를 마련하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야당이 중심이 된 국회의 권한행사가 다수의 횡포라고 판단했더라도 헌법이 예정한 자구책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였어야 한다.

라. 민주주의는 자정 장치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그에 관한 제도적 신뢰가 존재하는 한, 갈등과 긴장을 극복하고 최선의 대응책을 발견하는 데 뛰어난 적응력을 갖춘 정치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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