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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고유가 중동전쟁에 '파생관세'까지…韓 산업계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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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속 함량 15% 이상이면 신규 관세 정책 적용
가전업계 "물가 상승 불가피, 수요 위축 우려"
철강업계 "과세 기준 전환, 철강 산업에 영향 예상"
철강업계, 유가·환율 상승→생산비·원가 상승

한국무역협회 제공
중동전쟁 여파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등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기준을 변경하면서 가전업계와 일부 철강업계는 겹악재를 맞게 됐다.

특히 제품 전체 무게 중 철강 등 중량이 전체 15%를 넘을 경우 고환율·고유가로 인한 원자재·물류비 부담에 관세까지 늘게 돼 산업계가 겪는 고통은 가중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철강 관세 조정 포고령 서명…6일 오후 1시 1분부터 적용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2일 철강 관세 조정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 6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6일 오후 1시 1분)부터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제품에 대해 금속 함량에 따라 25%의 관세를 부과한다.

기존 철강·알루미늄·구리 원자재에 대한 품목 관세 50%는 유지되는 상황에서 금속 함량이 15% 이상이면 신규 관세 정책을 적용받게 된다.
 
이들 금속 함량이 15% 미만인 완제품에는 해당 품목관세가 면제되지만 초과할 경우 25% 관세가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당초 미국은 완제품에 포함된 철강 등 금속 함량 비중을 따져 50%의 관세를 적용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해당 수출국에 대한 일반 관세율을 적용해 왔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주요 가전과 보일러, 변압기 등의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 비중이 15%가 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수 제품이 새로운 관세 부과 기준을 적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일단 달라진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가전업계 등 완제품 제작 업체들이다. 코일, 판재 등의 철강제품을 납품하는 철강업체의 경우 기존과 동일한 관세 50%를 적용받는다. 특히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15% 이상인 제품을 주로 수출하는 가전업계의 경우 부담해야 하는 관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금속 함량이 15%보다 낮으면 관세가 면제된다는 조항도 있어 바뀐 관세 내용을 토대로 그 영향을 면밀하게 분석 중"이라며 "물품별로 세세하게 관세 조정 영향을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세 변수는 생산 전략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이전과 차이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단기 파급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관세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가전제품 등의 물가 상승이 불가피하고, 곧 수요 위축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가전업계들은 관세 방식에 따른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 논의에 나섰다.

정부도 관련 대응 논의에 착수했다. 산업통상부는 전날 관계부처를 비롯해 철강 등 주요 업종별 업계 및 유관기관과 함께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다. 산자부는 "기존 함량 기준 계산이 폐지돼 전반적으로 우리 업계의 관세 산정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25% 관세를 부담해야 하는 일부 품목에는 관세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간재 납품 철강업계도 간접 영향…중견·중소 철강업계 상황 '더 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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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 완제품에 들어가는 철강 등 중간재를 납품하는 철강업계도 미국의 파생관세 정책의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가전업계 등 완제품 업체는 향후 납품하게 될 관세까지 고려해 상품 가격을 정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철강업체에 돌아가는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늘어난 관세의 일부가 중간재를 납품하는 철강업체에 전가되는 양상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환율·고유가로 원자재·물류비로 고통받는 철강업계의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원자재 수입 의존 비율이 높은 철강 업계 특성상 유가상승은 곧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철광석·원료탄을 대부분 달러로 수입하고 있어 환율 상승 역시 원가 상승과 직결된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 특성에 물류비, 보험료까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철강업체들은 파생제품 관세 확대에 따른 간접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행정조치는 파생제품 관세 부과 체계 전환에 초점을 두고 있고 철강 1차·중간재 제품에 대한 관세율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한국 철강 수출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파생제품에 대한 과세 기준이 함량에서 전체 제품가치로 전환됨에 따라 철강을 사용하는 산업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철강 생산과정에서 나프타 등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사용은 줄고 있지만 고급 철강재 보호에 필요한 필름을 만드는 과정에는 나프타가 사용되고 있다. 중견·중소 철강업체들 중 일부는 절단 등 가공 과정에서 나프타가 기반이 된 산업용 가스를 쓰고 있다. 중견·중소 철강업계의 경우 현재 상황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 중소 철강 업체 관계자는 "일부 원자재 가격이 절반 가까이 올랐지만 이미 수주한 물량에는 가격 변동을 반영할 수 없다"며 "신규 계약 상담도 줄었지만 계약 체결 기회가 있더라도 체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지원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위기 상황에 대한 관련 대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은 위기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중견 철강업체들에 대한 점검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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