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박종민 기자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출마 여부에는 입을 닫는 대신 미국과의 통상전쟁에서는 스스로를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한 대행이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행 체제에서 대미협상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덕수, 대정부질문 불참하며 호남행 광폭행보
한 대행은 15일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기아자동차 오토랜드 광주 공장을 시찰했다.
그는 공장 방문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 때문에 전 세계가 큰 충격과 이에 대해 어떠한 대응을 해야 될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 동맹국과 우선적으로 협상한다고 밝힌 방침이 있는 만큼,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상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한 대행은 공장 방문 뒤 광주 대인시장에서 어려운 이웃에게 1000원 백반을 제공해온 '해뜨는 식당'도 방문하려 했지만, 일정상 사비 격려금과 자필 손편지를 보냈다고 총리실은 전했다.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한 대행 측은 "대통령 파면 후 권한대행이 대정부질문에 참석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불참했다. 여의도 대신 선택한 호남행을 두고, 한 대행이 호남(전북 전주) 출신인 점과 맞물려 정치적 해석은 이어지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광주 대인시장에 있는 1000원 백반식당인 '해뜨는식당'에 사비 격려금과 함께 보낸 손편지. 총리실 제공 출마설 부인 않으며 "트럼프 통화 후 관세 90일 유예" 자찬
출마 여부에 답을 않는 대신 한 대행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한미 고위급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 대행은 "필요한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소통을 통해서 해결점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며 트럼프와 소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의 90일 상호관세 유예와 스마트폰‧컴퓨터 등 일부 품목의 관세 재조정을 본인의 치적으로 포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관세정책 변화가 '본인과의 통화 이후'라고 강조하며 "성실하게 윈윈하는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지에 트럼프 대통령도 동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통화에 "트럼프도 매우 만족해했다"고도 덧붙였다.
미국과의 상호관세 대응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한 시점에서 외교‧통상 전문가로서 본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동시에 빠른 협상 진행을 통해 '대행 정부'의 존재감도 키우는 모양새다.
두 달 뒤 새 정부 출범하는데 …'존재감 과시용' 대미협상?
한 대행의 광폭행보를 두고 대미협상을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 부각에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알래스카 LNG 사업, 조선 협력과 같은 민감한 사안을 협상하겠다고 한다"며 "불과 두 달 뒤 새 정부가 출범할 상황에서 대행 정부가 졸속 협상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의문을 표시했다.
무엇보다 권한대행 체제 하에서 대미협상을 서둘러 결론내기보다는 차기 정부의 협상 공간을 넓히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미국은 관세 문제를 방위비 분담금과 연계하는 이른바 '원스톱 쇼핑'을 요구하는데, 경제를 넘어 안보 영역에 걸친 포괄적 합의를 권한대행 체제에서 하는 건 월권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