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다음 주 중 광물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결 톤을 낮추며 "그를 비난하진 않겠다"고 말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그들(우크라이나)이 그 협정을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음주 목요일(24일)에 서명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우크라이나가 광물 협정 체결과 관련해 한발 진전된 단계인 의향서(MOI)에 서명하면서, 조만간 최종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광물 개발에 관한 협정 체결을 위한 초기 단계로 의향서에 서명했다.
다만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이 같은 날 "현재 세부 조율 중이며, 협정은 26일쯤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소 다른 일정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광물 협정 체결을 시도했으나, 평화협정과 안보 보장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협상은 고성 끝에 무산됐다.
당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확실한 안보 보장 없이, 러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스관의 통제·관리권까지 요구했고, 이에 우크라이나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해당 협정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내 희토류·석유·가스 등의 개발 수익 50%를 확보하고,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재투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협상은 결렬됐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면서 다시 협상이 재개됐다.
최근 중국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면서 급변한 국제 정세도 미·우크라 간 협상에 다시 불을 지핀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공개 비난을 서슴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정말로 그의 팬은 아니다"라면서도 "젤렌스키에 전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매우 근접해 있다"고 말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제까지 휴전 제안에 응답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주, 매우 곧 그들로부터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미 대표단 맞는 마크롱 대통령.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미국과 우크라이나, 프랑스, 영국, 독일은 최근 파리에서 종전 협상을 위한 릴레이 회담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는 우크라이나 측에서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장과 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이 참석했으며, 프랑스 엘리제궁은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의 견고한 평화에 대해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영국과 프랑스가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위해 주도하고 있는 국제 연합체 '의지의 연합'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간의 사실상 첫 고위급 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