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사고현장. 황진환 기자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붕괴사고와 관련된 관리 부실 문제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사고 발생 14일 만에 시공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고용부 신안산선 시공사 등 압수수색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사고현장에서 119 구급대원과 경찰 등이 실종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경기남부경찰청 신안산선 공사장 붕괴사고 수사전담팀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25일 오전 9시쯤부터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압수수색 대상은 포스코이앤씨 인천 본사와 현장사무소, 시행사 넥스트레인 사무실, 하청업체, 감리업체, 계측업체 등 7개 업체 9곳으로, 경찰 수사관 60여명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등 90여명이 투입됐다.
노동부는 경찰과 함께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터널의 붕괴 원인, 안전 수칙 준수 여부와 함께 기업 전반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여부도 면밀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신속히 수사하고, 사고 원인 및 책임소재를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 감리사의 현장 관계자 1명씩 모두 3명을 형사 입건했다.
경찰은 CCTV 영상과 근로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붕괴 우려가 나온 때부터 실제로 사고가 난 시점까지를 재구성하는 등 안전 관리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수차례 경고에도 사고 발생…무리한 작업자 투입도
경기 광명시 신안산선 복선전철 5-2공구 붕괴 사고현장에서 119 구급대원과 경찰 등이 실종자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번 사고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인재를 의심할 수 있는 정황은 잇따르고 있다.
2019년 실시된 환경영향평가를 보면 '본 사업은 도심구간 지하공간에 다수의 시설물 설치를 계획하고 있어 대규모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침하 등 구조물 안정성 문제와 인근 지하수 시설에 대한 영향(수위강하 등)이 우려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하천, 저수지의 최대 영향 반경을 388m로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환경부는 '대규모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침하 등 구조물 안정성 문제와 인근 지하수 시설에 대한 수위강하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경기도는 '싱크홀 발생이 없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반조사 심토가 실제 터널구간 깊이에 미치지 못하는 구간이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어 실제 지반 상태 파악이 어렵다'며 '실제 시공되는 곳의 지반조사 결과 자료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작년 말 이번 붕괴 사고가 발생한 제5-2공구 5번 환기구 현장에선 하루 1600톤이 넘는 지하수를 빼내며 공사를 진행했다.지난해 1분기 946톤이던 지하수는 2분기 1223톤, 3분기 1386톤으로 점점 늘어나더니 4분기에는 1626톤을 배출했다. 사고 현장과 저수지 간 직선거리도 350m, 특히 매립 구간과의 거리는 330m에 불과했다.
특히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는 사고 전날인 10일 오후 9시 50분 터널 내부 기둥이 파손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하에 있던 근로자를 대피시킨 이후 하청업체에 기둥 보강을 지시하면서 하부와 상부에 각각 12명, 7명 등 총 근로자 19명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들 근로자가 H빔을 하부로 내리기 시작한 지 불과 40여분 만에 사고가 발생했다.
광명시·경실련 "경고 무시한 국토부에도 책임 있어"
현안 보고 하는 박상우 국토부 장관. 연합뉴스인재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리 미흡의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명시민은 불안한 마음으로 며칠 낮밤을 지새웠고, 광명시 전 공직자들은 사고 수습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지원했다"며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인 국토부 장관이 진심을 다해 사과해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사고조사위원회에 광명시 추천 전문가를 위촉해줄 것을 요청했다.
광명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같은날 입장문을 내고 "사고 이전에 지하수 배출 문제, 터널 중앙기둥 파손에 대한 시공법의 문제 등이 노출됐다"며 "이런 경고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했다는 것인데 이는 사업의 관리 책임부서인 국토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하 구조물이 점점 늘어나서 단순 일회성 사고가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 돼 버렸다"며 "민자사업 전반에 대한 관리체계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쯤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포스코이앤씨 근로자 1명이 숨지고, 하청업체 굴착기 기사 1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한 근로자는 125시간여를 실종 상태로 있다가 16일 오후 8시 11분쯤 지하 21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