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인 김태흠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촉박한 일정을 이해하지만 단순히 반(反) 이재명 정서에 기대어 대선을 치르면 필패합니다.
당 소속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성찰과 자성이 우선돼야 합니다."(4월 10일 불출마 선언을 하며) 충청 대권 주자로서 주목받은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는 대선링에 오르는 대신 자당을 향해 '반 이재명 필패론'을 날렸다. 경선이 한창인 현재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재명만 이길 수 있다면' 한덕수와의 단일화도 불사하겠다는 경선 후보들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여전히 '찬탄', '반탄' 프레임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한 당 내부를 지켜보는 김 지사의 마음은 그래서 더욱 복잡하다. 그가 강조한 '성찰과 자성'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 것인지,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떠해야 하는지 대전CBS는 들어봤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 대해 묻자 "답답해서 밥이 안 넘어갈 지경"이라는 답이 먼저 돌아왔다. "'반 이재명'만을 외치는 (경선 후보들의) 모습이 국민께 신뢰를 드리기보다는 오히려 피로감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반 이재명'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외면 받았던 프레임인데 또다시 앞세워 대선을 치른다? 이건 설득력도 없고 결과는 필패라고 봅니다." 김 지사는 잘라 말했다.
"이재명의 부도덕한 면은 서브로 가되, 대한민국이 어떻게 나아가야 될 것인지 하는 큰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김 지사는 말했다.
그는 그 논의의 핵심을
'통합'과
'공존'으로 봤다. 그러한 점에서 여전히
'찬탄',
'반탄'으로 구분되는 경선 구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찬탄'이냐 '반탄'이냐 하는 문제가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얼마나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 탄핵 당시의 선택은 각자의 신념과 판단 하에 이뤄졌고, 그에 대한 평가는 이미 국민들이 내리셨을 거라고 본다.
이제는 당이 중심을 잡고 '더 이상 이 문제로 당을 분열시키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김 지사는 말했다.
실패한 프레임인 '반 이재명'을 위해 또다른 '실패한 전례'인 '용병'을 다시 데리고 오는 것에 대해서도 김 지사는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에도 그렇고 지난 총선 때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용병을 썼는데도 불구하고 실패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일화의 형태로 또 용병을 데리고 오는 것이 맞나 의구심이 듭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이미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한덕수 대행은 총리를 두 번이나 하셨고 주미대사도 하셔서 국제적인 감각이 탁월하신 통상전문가이시기 때문에 현재 미국과의 관세전쟁에 역할을 하실 적임자입니다. 하지만 국가를 이끌어가는 국정 운영은 종합적인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봅니다. 어느 한 측면에서 뛰어난 것을 가지고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볼 땐 이재명 후보보다는 훨씬 나은 분 같다"고 김 지사는 덧붙였다.
반 이재명 정서에서, 찬탄과 반탄에서, '용병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 모든 상황은 '성찰과 반성'이 빠져있기 때문이라는 자성도 나왔다. "탄핵 당한 대통령을 배출한 우리 당에서 성찰과 반성 없이 대권 후보가 된들 제대로 국정을 이끌 것인지 참 염려스럽다.
대통령 탄핵을 두 번이나 겪은 정당으로서 진정한 보수의 철학과 가치가 무엇인지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보수정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는 '대통합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보수의 철학과 가치'란 무엇인지 묻자
"'통합과 실용, 포용의 보수', 그것이 곧 보수가 지향해야 할 미래이며, 제가 가고자 하는 정치의 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JP(고(故) 김종필 전 총리)께서 살아생전 하신 말씀 중 '정치는 허업(虛業)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가 사익을 위한 수단이 아닌 국민을 위한 헌신의 영역이라는 깊은 통찰이 담긴 말씀인데 저는 보수 정치의 본질도 그렇다고 봅니다. 여기에 '실사구시'의 정신이야말로 지금 시대에 필요한 핵심 가치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의 보수는 전통을 존중하되,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과 비전을 보여줘야 합니다."
인터뷰 중인 김태흠 충남지사. 충남도 제공
조기 대선에서 '도민'을 택한 김 지사에게는 목표가 있다.
"더 이상 충청이 '캐스팅보트'에 머무르지 않고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가는 지역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충청권 주자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에 대해 "이번 대선에 충청권 주자가 없다고 해서 충청권에 기회가 없고 영향력이 낮아진다? 저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지금이 충청권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기회"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특히 충청 자강(自强)을 위해 김 지사가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충남-대전 행정통합'과 '충청권 메가시티'다. "우선 충남-대전이 통합되면 인구 360만, 지역내총생산(GRDP) 190조 원, 무역수지 1위 경제규모의 초광역경제권이 형성되고 궁극적으로 충북, 세종까지 통합을 이루면 인구 560만 덴마크에 버금가는 단일 경제권이 구축됩니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충청권이 영호남과 수도권에 밀리지 않는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갖게 될 겁니다."
지역공약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대통령 지역공약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되지 못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
대통령실이 직접 챙기고, 국정과제처럼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관리해야 한다. 대통령이 지역에 한 약속은 지역 간 경쟁 없이 반드시 이행돼야 하며, 그 책임 역시 국가가 져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충남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 나가겠다"고 김 지사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