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구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지고 있다. 독자 제공29일 오후 1시, 대구 산불이 약 23시간 만에 진화됐다. 도심에서 난 산불로 자칫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
발생 몇 시간 만에 민가 바로 앞까지 불길이 들이닥치는 아찔한 상황이 한때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은 인명 피해나 뚜렷한 재산 피해 없이 진화됐다.
산림당국은 조속한 화재 진화를 이끈 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진화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야간 진화 헬기 수리온. 이번 산불에는 수리온 헬기 2대가 투입됐다.
최악의 산불로 평가 받는 지난 경북 산불보다 1대가 더 투입된 것. 당시는 동시다발적으로 타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나 여력이 없었던 반면 이번에는 대구 외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투입 대수를 늘릴 수 있었다.
수리온 헬기의 영향은 위대했다. 수리온 헬기 2대는 각 8차례 투입됐고 총 3만6천L의 물을 산불 현장에 투하했다.
보통 안전상의 문제로 일반 헬기가 일몰 이후 철수 하기 때문에 야간 진화율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리온의 영향으로 이번에는 야간 진화율이 크게 상승했다. 전날 오후 7시 30분 19%였던 진화율은 이날 오전 4시, 60%까지 올랐다.
수리온은 야시경 등 야간비행 장비가 갖춰진 헬기다. 공중·지상 충돌 방지 시스템이 구축돼 있고 헤드업 디스플레이 계기판이 설치돼 있어 계기판 가시성도 좋다.
야간 진화 작업이 가능한 수리온 헬기. 산림청 제공하지만 실제 투입은 신중하게 결정된다. 시정, 구름 높이, 바람세기 등 안전성이 담보돼야만 투입시킬 수 있다.
다행히 함지산 인근은 철탑과 공중 선로 등 주변에 위험한 구조물이 적었고 산세가 험하지 않아 투입에 무리가 없었다.
바람의 방해도 받지 않았다. 불이 난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대구 북구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 결과 블이 난 지 30분 뒤인 전날 오후 2시 33분 순간 풍속 초속 12m의 강풍이 불었지만 이후 바람이 잦아들었다.
점점 약해지던 바람은 오후 7시 초속 3.6m, 오후 10시에는 초속 0.5까지 발걸음을 늦췄다.
바람이 약해지면서 산불 확산이 더디게 진행됐고 헬기 운용은 더욱 쉬워졌다. 연무도 없었다.
정진원 기자
화재 현장이 대구공항과 인접해 있던 것도 진화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수리온 헬기를 띄우려면 이착륙 관제가 가능해야 하고 물 보급이 쉬워야 하는데 지척에 있는 대구공항이 모든 조건에 들어맞았다. 특히 공항 안에 소방차가 있어 물 보급이 빠르게 됐다.
산불 발생 직후 김포에서 대구로 달려온 조종사들이 일몰 전부터 헬기를 운용한 덕분에, 미리 지리를 익힐 수 있었던 점도 야간 비행에 도움이 됐다.
주변에 금호강과 낙동강 지류가 있었던 점도 진화에 유리한 조건이었다.
짧게는 왕복 10분 안에 불을 끌 물을 채울 수 있었고 담수 용이성은 진화율 상승에 기여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발생 직후 가용 자원을 최대한 투입하는 것이 산불 조기 진화의 운명을 가른다. 여러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그게 어려워지는데 이번에는 자원의 분산 없이 집중 지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날씨, 주변 지리 등 모든 조건이 뒷받침해줘서 조속하게 불을 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