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K텔레콤의 유심 대란 사태 이틀째인 오늘도 전국 곳곳의 SKT 대리점에선 '유심 찾아 삼만리'가 펼쳐졌고, 일각에선 큰 웃돈을 얹어 유심을 팔려 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대혼란 속에 정부는 오늘 민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산업부 김명지 기자와 자세한 얘기 해보겠습니다. 김 기자.
[기자]
네.
[앵커]
SKT가 어제부터 전국 대리점에서 무료 유심 교체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틀째인 오늘 현장 상황은 어땠나요?
[기자]
네. SKT 이용자들은 어제 오전부터 매장이 열리기 전부터 대기를 하고 번호표를 받았지만 재고 부족으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CBS 취재진이 오늘 오전 찾아간 서울 성북구의 한 SKT 대리점 매장 앞에도 수십 명의 이용자들이 줄지어 대기하며 유심 교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틀째 매장을 찾아왔다는 한 대기자의 말, 들어보시죠.
류영주 기자[SKT 이용자]
"어저께 한번 왔어요. 어제 왔는데 줄이 이렇게 막 서 있더라고요"
[기자]
SKT에 따르면 어제 하루 동안 약 28만 명의 이용자가 유심을 교체했고, 예약 신청에는 약 400만 명이 몰렸습니다.
[앵커]
현장에서 또 다른 특이 사항도 있었나요?
[기자]
취재진이 찾은 현장의 경우, 온라인 예약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 상당수였습니다.
이들은 자녀에게 해킹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매장을 찾았지만, 곧바로 교체를 받기도 어려웠던 데다 QR코드를 통한 대기 예약에도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용자의 말 들어보시죠.
[또 다른 SKT 이용자]
"나와 가지고 대리점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지. 사람들이 줄 서 있어서 그래서 접수했지."
[앵커]
이런 상황에 온라인에서 웃돈을 얹어 유심을 팔려 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고요.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기자]
네. 어제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8000원짜리 유심에 웃돈을 얹어 무려 15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플랫폼 정책 위반으로 게시글은 지워진 상태지만, 유심 품귀로 어려움을 겪는 SKT 이용자들을 겨냥한 꼼수까지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대란이 이어지는데, 오늘 정부가 SKT 해킹 사태에 관한 민관합동조사단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면서요. 예상보다 빠르게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민관합동조사단은 조사 착수 1주일 만에 중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우선 가입자 전화번호 등 총 25종의 정보들이 빠져나갔고요.
대신, 유출됐을 시에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단말기 고유식별번호, IMEI라고 하는 건데요, 이 정보의 유출은 없었다는 게 골자입니다.
따라서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이른바 '심 스와핑'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입니다.
심 스와핑은 유출된 정보로 유심을 복제해 다른 휴대전화에 꽂아 금융자산을 갈취하는 등의 불법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하면 일단 이 부분은 안전하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해킹 주체는 좀 파악이 됐나요?
[기자]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사단은 이번 사태에서 서버 침투에 사용된 'BPF 도어' 계열의 악성코드 4종을 발견했는데요.
BPF 도어 수법은 중국 해커 그룹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은닉성이 높아 해커의 통신 내역을 탐지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유출 정보의 분량은 최대 9.7기가바이트, 즉 300쪽 분량의 책 9천 권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어마어마하네요. SKT에서 초기에 축소 신고했다는 의혹도 계속되고 있죠?
연합뉴스[기자]
네. SKT가 실제 해킹을 확인했음에도 '의심 정황'으로 사건을 축소 신고한 정황이 제기됐습니다.
국회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입수한 SKT 신고 자료엔 '해커로 추정되는 불상의 자에 의해 당사 내 시스템 파일을 유출한 의심 정황이 파악됨'이라고 적힌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KT 측이 신고 이틀 전 이미 해킹 공격과 심지어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하고서도 신고서엔 '의심 정황'이라고 표기하면서 축소 신고를 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동시에 신고 과정에서 당국의 모든 기술적 지원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나 신속한 초기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용자들의 불안은 더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SKT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 건가요?
[기자]
우선 SKT는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네트워크인프라센터 등 개발 역량을 총동원해 유심 소프트웨어 변경, 즉 유심 포맷 방식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유심 물량난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외 다른 제조 업체들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김명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