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 제74조에 규정된 당무우선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 후보는 "지금 진행되는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 분쟁으로 갈 수 있다" 며 "현 시점부터 지도부는 강압적 단일화 요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황진환 기자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측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분노를 터트렸다.
김문수 후보 측근인 차명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한덕수 일정표'라며 3장의 문건 사진을 올렸다. 해당 문건에는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참석 △국민의힘 대선 후보 촬영(비공개) △손학규 전 대표 만찬 등 5일 일정이 담겼다.
차 전 의원은 "이날의 국민의힘 공식 대선후보는 김문수다. 그런데 무소속에 아직 출마도 안 한 한덕수를 국민의힘 소속 대선후보로 실무 지원하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며 "대변인 이정현 배석이 명시돼 있는 것으로 보아 한덕수 일정이다. 그리고 대선후보 사진 찍기에 국힘당 사무처 직원이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으니 국힘당이 개입된 문건"이라고 지적했다.
차명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페이스북 화면 캡처그는 "더욱 가공할 일은 한덕수가 국힘당 대선후보 자격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는 것"이라며 "이건 윗선의 확실한 지시 없이는 성사될 수 없다. 권영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와 이양수(국민의힘 신임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가 아니면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이건 양심 불량일 뿐만 아니라 타당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선거법 88조 위반"이라며 "이들 프로그램이 명백히 비양심에 불법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실행하고 자신은 마치 마음을 비운 듯 쇼를 하는 한덕수의 후안무치는 또 뭡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차 전 의원은 "당신이 김문수라면 이들을 믿고 국힘당에 맡겨서 여론조사를 하겠습니까? 한덕수라는 자를 믿고 후보 단일화를 하겠습니까?"라며 "단일화하라고 성명서 발표하고 단식농성하고 난리 치기 전에 본인들이 그런 자격을 갖추었나 돌아보라"고 강조했다.
김문수 후보 캠프의 시민사회총괄단장 맡으신 김행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특히 김 전 비대위원은 김문수 후보가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당선됐음에도 '당선증'을 아직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행 전 비대위원은 "지금 후보로 선출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증도 받지 못했다. 당 안에 후보 사무실도 없고, 백드롭(뒷배경)도 바꾸지 않았다"며 "그러면서 비대위는 계속 굴러가고 있고, 선관위가 아직도 살아 있다. 이건 경선이 종결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누가 우리 당 후보인지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전당대회를 할 거였으면, 전당대회를 하지 말든지 당신(한덕수)께서 들어와서 후보 경선에 참여했어야 한다"며 "일국의 총리를 지낸 분인데 당사자가 이해당사자하고 직접 말해야지 이걸 당으로 미루고 당이 이 전면에 나서면 오히려 우리가 무소속 개인 같다. 당의 후보는 한덕수 후보 같고"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까지의 단일화 과정이 "한덕수 후보한테 엄청난 프리미엄"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김문수 당 대선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간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김 전 비대위원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상임고문단이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단식하시는 분들은 대통령 탄핵 때 왜 단식 안 하셨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당은 두 분의 대통령을 다 탄핵하는 데 당이 나서지 않았고, 당에서 정정당당하게 전당대회로 뽑은 후보도 보호하지 않는다. 지금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단식을 하시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오전 김문수 후보는 여의도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있는 당 지도부를 향해 "후보 단일화란 미명으로 정당한 대선 후보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에서 손 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진행되는 강제 단일화는 강제적 후보 교체이자 저를 끌어내리려는 작업이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알량한 대통령 후보 자리를 지키기"라며 "정말 한심하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국민의힘 비대위는 당 주도의 후보 단일화 절차에 본격 착수,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후 4시까지 '단일후보 선호도' 여론조사를 강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