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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지법 폭동'과 5·18이 같다?…12·3내란 후 왜곡·폄훼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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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2·3 내란사태는 1980년 5월 광주를 다시 소환했다. 이어진 서울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5·18 왜곡에 불을 붙였다.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이들은 5·18민중항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묘사하고 있을까.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광주CBS는 5·18민중항쟁 45주년을 맞아 특별기획 '新5·18 왜곡 추적기'를 마련했다.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온라인 5·18 왜곡 사례를 살펴본다.

[新5·18 왜곡 추적기①]
서부지법 사태와 5·18을 '같은 성격'이라고 주장하는 글 다수
스레드·엑스 등 짧은 글 SNS 중심으로 날개 돋힌 듯 퍼져
'계엄군이 되어 시민 때린다'는 설정의 온라인 게임도 등장
5·18재단 "상업적 목적 5·18 왜곡하는 시도 멈춰야"

서부지법 사태가 벌어진 지난 1월 19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서부지법 사태가 폭동이면 5·18은 테러라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캡처서부지법 사태가 벌어진 지난 1월 19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서부지법 사태가 폭동이면 5·18은 테러라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캡처
▶ 新5·18 왜곡 추적기
① '서부지법 폭동'과 5·18이 같다?…12·3내란 후 왜곡·폄훼 급증
(계속)

12·3 내란사태와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력 난동 사태(서부지법 폭동)를 거치며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 수위와 빈도가 크게 높아졌다. 5·18민주화운동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특히 서부지법 폭동이 벌어진 지난 1월 19일 이후 각종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에서 많은 수의 5·18 폄훼 발언이 발견됐다. 대부분 서부지법 사태와 5·18 민중항쟁을 같은 선상에 두고 평가하는 내용이었다.
 
"119가 폭동이면 518은 테러지"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유저 A씨는 서부지법 사태가 일어난 지난 1월 19일 "119가 폭동이면 518은 테러지"라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A씨는 1980년 5월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김군'이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함께 첨부하며 "테러리스트 XX들"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같은 날 소셜미디어 엑스(X) 유저 B씨는 서부지법 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하는 이들을 향해 "너네가 하면 로맨스 우리가 하면 불륜이냐"고 말했다. B씨는 "무기고 탈취해서 경찰 탱크로 밀어버린 5·18은 민주화운동이고, 우리가 한 건 폭동이냐?"라며 5·18 왜곡 주장과 함께 비난을 이어갔다.
 
대학생 커뮤니티에서도 5·18을 폄훼하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충남 한 사립대학교 게시판에서 학생 C씨는 "너희가 좋아하는 5·18은? 아따 그건 '민주화 운동'이고 이건 '폭동' 이랑께요?"라는 글을 작성했다.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스레드(Threads) 유저 D씨는 "지금은 폭도라고 불리지만 곧 유공자가 되어 평생 연금 받고 자손만대 잘 먹고 잘 살거다. 광주에서도 그랬다며?"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은 1600여 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190여 개의 댓글 속에는 5·18을 폄훼하는 발언이 줄지어 이어졌다.
 
메타가 운영하는 텍스트 중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스레드(Threads)에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스레드 캡처메타가 운영하는 텍스트 중심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스레드(Threads)에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스레드 캡처

서부지법 사태 이후 온라인상 5·18 폄훼 폭발적 증가

    
서부지법 사태 이후 온라인상 5·18 폄훼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18기념재단이 시민들로부터 받은 '5·18 왜곡 제보' 내용을 정리하면, 1월 19일 이후 5·18 폄훼 게시물 신고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1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 동안 24건의 제보가 들어왔지만, 1월 16일부터 31일까지는 104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서부지법 사태가 있었던 1월 19일 하루에만 36건의 신고가 들어왔다. 서부지법 사태가 불러온 5·18 폄훼 물결은 2월까지도 이어졌다. 2월 1일부터 보름 동안은 50건의 제보가 접수됐다.
 
왜곡 발언의 출처는 다양했다. 포털 뉴스나 유튜브 영상 댓글, 일부 커뮤니티에서 주로 발견되던 5·18 왜곡 발언은 이제 짧은 글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스레드·엑스의 왜곡 게시글… 체류시간·공감·댓글·공유에 날개 단 듯 전파


12·3 내란사태 이후 518기념재단에 제보된 왜곡 게시물을 확인해보니, 스레드와 엑스의 게시물을 제보한 경우가 전체 314건 중에 72건이었다. 스레드에서만 57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스레드에서 5·18 왜곡 게시물이 가장 많이 발견된 것은 왜일까.
 
이는 스레드의 시스템 설계 때문이다. 사용자가 5·18 왜곡 게시물을 비교적 오래 읽어보기만 해도 관련 게시물이 무한정 추천된다. 공감 버튼을 누르거나, 댓글을 달거나, 공유를 해도 마찬가지다.
 
스레드를 운영하는 메타는 '중독성'을 높이는 것을 사업의 목적으로 둔다. 그래야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수익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레드의 첫 화면인 '뉴스피드'에는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게시글이 우선 보이게 된다. 조금이라도 오래 읽은 게시물,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남긴 게시물과 비슷한 내용의 글을 꾸준히 뉴스피드를 통해 추천한다.
 
이렇게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기반의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5·18 왜곡과 폄훼는 파급력이 크다. 한 번이라도 5·18 왜곡 게시글에 반응하면, 비슷한 게시물을 계속 추천하기 때문이다.
 
1980년 이후 5·18 왜곡 양상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는 이재의 5·18기념재단 연구위원은 "자극적인 요소가 있어야 조회수가 오르고, 이는 곧 상업적인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이 왜곡과 폄훼의 동기가 되고 있다"며 "아직 비판적인 시각이 형성되지 않은 이들이 무조건적으로 (5·18 비하 발언을) 받아들이면서 왜곡과 폄훼가 온라인상에서 계속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저하지 말고 때리세요" 계엄군이 되어 시민 때린다는 설정 '경악'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변형시켜 공유하는 창작활동을 허용한다. 최근 한 이용자는 <광주 런닝맨>이라는 이름의 시민군 학살 게임 모드를 제작해 공유했다. 스팀 홈페이지 캡처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은 이용자들이 게임을 변형시켜 공유하는 창작활동을 허용한다. 최근 한 이용자는 <광주 런닝맨>이라는 이름의 시민군 학살 게임 모드를 제작해 공유했다. 스팀 홈페이지 캡처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을 변형한 뒤 공유할 수 있는 '게임 창작마당'에서도 5·18 폄훼 시도가 빈번하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3월 한 시민의 제보로 게임 플랫폼 '스팀(Steam)' 내 '전두환 찬양 게임 모드'의 존재를 확인했다.
 
5·18기념재단은 곧바로 '전두환 찬양 게임 모드'를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전달해 조치를 요청했다. 이를 통해 해당 게임 모드는 한국에서 유통되지 않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이 모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 플랫폼 스팀은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변형하는 창작활동을 허용한다. 이 활동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모드(Mod)라고 부른다. 특정 게임 안에서 아이템의 형태를 바꾸거나 새로운 캐릭터나 공간 등을 만들면, 그것을 모드라고 할 수 있다. 게임의 변형판인 셈이다. 모드 파일이 게시판에 올라오면, 사람들은 이를 다운로드해 게임에 적용시킬 수 있다.
 
현재도 '광주 런닝맨'이라는 이름의 게임 모드에 접근할 수 있다. 이 모드를 다운받아 적용하면 게임 안에 전두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임을 하는 본인은 계엄군이 되는데 화면 속에 광주 시민이 보이면 가서 때리는 것이 임무다.
 
모드를 적용하지 않은 본 게임에서는 좀비를 뚫고 탈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 모드에서는 계엄군이 광주 시민을 때려서 잡는 것을 목표로 바꾼 것이다.
 
지난해에도 5·18을 폄훼하는 로블록스 '그날의 광주' 게임이 등장해 논란이 일었었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5·18 왜곡 발언들을 무조건 수용해 최대한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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