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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하다" 울분 속 5·18 왜곡·폄훼 찾아 신고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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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2·3 내란사태는 1980년 5월 광주를 다시 소환했다. 이어진 서울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5·18 왜곡에 불을 붙였다.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이들은 5·18민중항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묘사하고 있을까.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일까. 광주CBS는 5·18민중항쟁 45주년을 맞아 특별기획 '新5·18 왜곡 추적기'를 마련했다. 오늘은 마지막 순서로 온라인 플랫폼 곳곳을 넘나들며 5·18 왜곡 게시글을 추적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新5·18 왜곡 추적기②]
AI 모니터링 활용해 왜곡·폄훼 게시물과 댓글 선별
왜곡 사례 신고하는 시민들 울분·억울함 터뜨리며 제보
폄훼를 원천적으로 막을 법적·제도적 장치 없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건 왜곡·폄훼 발견 시 재단 신고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군·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군·경찰과 대치하던 시민들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자 환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서부지법 폭동'과 5·18이 같다?…12·3내란 후 왜곡·폄훼 급증
②"참담하다" 울분 속 5·18 왜곡·폄훼 찾아 신고하는 시민들
(끝)

지난해 12월 3일 불법 계엄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극우 성향의 게시판에 1980년 5월 당시 광주시민을 무참히 학살했던 주범인 고 전두환씨를 지칭하며 "전두환이 옳았다"로 시작하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우리 모두 빨간 약(영화 '매트릭스'에서 먹으면 진실을 알게 되는 약)을 먹어야 한다"며 "광주의 폭도들을 쓸어버렸던 것처럼 12월 3일 국회 앞 군중들을 다 쓸어버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당 커뮤니티를 24시간 모니터링 중이던 AI 프로그램은 이 게시물을 발견했다. AI 프로그램은 이미 국가보훈처가 정리한 5·18 가짜뉴스의 유형, 5·18기념재단이 발행한 5·18 가짜뉴스 실태 분석 자료 등을 학습한 상태다.
 
AI 프로그램은 이 게시물이 '5·18 왜곡 게시물로 의심된다'는 의견과 함께 게시물 하이퍼링크를 남겼다.
 
모니터링 결과를 확인한 AI 모니터링 전문업체 대표 A씨는 이 게시물을 5·18 왜곡 게시물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왜곡 게시물이 맞다고 판단되는 즉시, 해당 게시글의 캡처 이미지가 PDF로 저장되어 증거자료가 된다. 게시 중단 요청까지 자동으로 이어진다. AI는 이 과정에서 왜곡 게시물의 특성을 또 한 번 학습한다. 정확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다.
 
A씨는 모니터링 결과를 주기적으로 5·18기념재단에 전달한다. 5·18기념재단은 아직 삭제되지 않은 게시물을 확인해 해당 인터넷 커뮤니티에 삭제를 요청한다.
 

5·18 왜곡에도 유행이 있다…사람이 그때그때 AI에 교육해야

AI 모니터링 시스템의 운영 흐름을 묘사한 모식도. 5·18기념재단 제공AI 모니터링 시스템의 운영 흐름을 묘사한 모식도. 5·18기념재단 제공
"5·18을 비하하고 왜곡하는 방식에도 트렌드가 있습니다."
 
A씨는 5·18 왜곡 발언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의 회사는 지난해 3월부터 5·18기념재단과 협업해 온라인상의 5·18 폄훼 게시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모니터링에는 AI를 활용한다.
 
A씨는 이제 '전통적인 5·18 왜곡 발언'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비하와 폄훼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를 피하고자 주어를 빼고 이야기하는 '각도기' 방식의 폄훼, 과거의 사진이나 발언들을 가져와 비난하는 '파묘' 방식의 비하가 온라인상 5·18 왜곡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A씨는 "텍스트로 5·18을 비하하는 이들의 대부분이 북한군 침투설, 유공자 명단의 신뢰도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AI 모니터링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사람이 직접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최근 들어 5·18 왜곡 발언이 많이 보이는 플랫폼을 찾거나, 왜곡 발언의 발화 방식을 분석해 AI 프로그램을 교육한다.
 
A씨는 "5·18 왜곡의 트렌드나 유형을 지속적으로 따라가면서 AI에게 '이런 것도 정답이다'라고 알려줘야 한다"며 "그렇게 해야 AI 적중률이 내려가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고 말했다. A씨가 개발한 모니터링 프로그램의 정확도는 지난해 3월 72%에서 11월에 93%까지 올랐다.
 

'너무 참담합니다' 울분 토하며 왜곡 사례 제보하는 시민들

2023년 3월 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사죄 기자회견에서 5·18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광주=박종민 기자2023년 3월 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의 사죄 기자회견에서 5·18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광주=박종민 기자
이미 오래전 재판부는 5·18이 '내란 및 내란 목적의 살인 행위'라고 단정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이어지는 왜곡과 폄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5·18기념재단은 홈페이지 '5·18 왜곡 제보'란을 통해 시민들로부터 5·18 왜곡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한 가지 게시물이 여러 사람에 의해 제보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재단 관계자는 "똑같은 게시물을 하루에만 다섯 번 제보받은 경험도 있다"며 "알고리즘 기반의 SNS는 파급력이 높다 보니 이렇게 제보가 여러 번 들어오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시민들이 5·18 왜곡 게시물을 제보할 때 감정을 많이 드러내신다"며 "너무 화가 나고, 참담하고, 엄벌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고 했다.
 
실제 5·18기념재단에 접수된 '5·18 왜곡 제보' 내용을 살펴보니 시민들은 5·18을 왜곡하고 비하하는 이들이 그에 맞는 처벌을 받길 원하고 있었다.
 
한 제보자는 "SNS에서 이 5·18 왜곡 영상을 보고 플랫폼 자체 기능을 이용해 신고했지만, 이 플랫폼 내부에서는 대응하지 않을 것 같아 5·18기념재단에 신고한다"며 "제작자가 엄중한 처벌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이 13일 발표한 '올해 5·18 인식 조사' 결과에서도 5·18 왜곡을 멈추고자 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잘 드러난다. 5·18과 관련해 시급하게 규명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5·18민주화운동 은폐·왜곡·조작'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9%로 가장 높았다.

'왜곡 게시물' 작성자 막을 법적·제도적 실천 필요


이미 결론 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이들을 법적으로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5·18기념재단은 이미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이들에 대한 형사고발과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재단은 2024년 하반기에만 8건의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됐거나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또 수사나 처벌 모두 더디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5·18민주화운동이 그저 특정 세력을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지점이다.
 
특히 해외에 본사를 두고 운영하는 플랫폼에 게시된 왜곡 발언에 대한 조치는 더 어렵다. 계정을 가지고 있는 이의 신원을 확인하는 등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서구 국가에서는 극우에 의한 자국 역사 부정과 왜곡에 대해 어떻게 법적 조치하고 처벌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단호하고 체계적인 법과 제도적 실천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눈앞의 왜곡 게시물들은 어떻게? "오월메이트 활동 함께"

지난 1월 22일 5·18기념재단 왜곡 제보란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본인을 경북 안동에 살고 있다고 소개한 최 씨는 '사과하러 왔다'고 말했다. 최 씨는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있는 어떤 글을 보고 5·18이 폭동인 줄 알았고 이 내용을 근거로 한 온라인 대화방에서 5·18을 폄훼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최 씨는 "5·18민주화운동 설명자료를 보고 난 뒤에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온라인 속 5·18 왜곡과 폄훼는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정립시킬 만큼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5·18기념재단은 '5·18 왜곡 대응 서포터즈 오월메이트'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원하지 않아도 마주하게 되는 5·18 왜곡에 다 함께 대응해 보자는 취지다.
 5·18기념재단 제공5·18기념재단 제공
'오월메이트'의 주된 임무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5·18 왜곡 사례를 찾아 재단에 알리는 것이다. 전체 활동은 비실명,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담도 적다.
 
온라인에서 보이는 자극적인 5·18 왜곡 게시물의 경우 대부분 금전적인 이득과 연결된 경우가 많다. 시민들이 직접 '내 피드에서 보지 않기' 혹은 '신고' 버튼을 누르는 활동을 통해, 그들의 5·18 왜곡 동기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현재는 90여 명의 시민이 '오월메이트' 활동에 참여해 주위의 5·18 왜곡을 잡아내고 있다.
 
12·3내란사태 당시 시민들이 계엄을 저지하기 위해 국회로 몰려갈 수 있었던 건 5·18민주화운동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자가 산자를 구한다"는 표현처럼 현재를 사는 이들이 과거 죽은자들의 도움을 받은 셈.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폄훼하는 시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함께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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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새로고침
  • NAVERㅂㅂ2025-05-09 18:51:49신고

    추천0비추천0

    비상대책위서 결정하면, 경선은 좆ㅃ다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