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현, '디너쇼(Dinner Show)', 캔버스 위에 혼합 재료(Mixed media on canvas), 130.3 × 162.6 cm, 2024. 금산갤러리 제공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 다르다.
차갑게 혹은 따뜻하게, 날카롭게 혹은 부드럽게 각자의 온도에 맞춰 바라보는 우리들의 사회는 다양한 온도로 빛나며 그려진다.
이는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1908~1961)가 말한 '지각의 현상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우리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이 단순한 시각적 수용이 아니라, 몸과 감각을 통해 구성되는 주관적 경험임을 강조했다.11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 'Eleven Degrees'이 6월 10일(화)까지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열린다.
김도훈, 박현욱, 윤필현, 이계진, 이혜진, 전영진, 지혜영, 최명원, 해나킴, 허은오, 허현숙 등 작가 11명의 감각의 '온도'가 각기 다른 작품을 통해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역시 '지각의 현상학'처럼 각자의 신체적 경험과 감정, 그리고 내면의 온도를 통해 현실을 해석하고, 그 주관적 지각을 시각 언어로 풀어낸다.
회화의 서사적 잠재력을 탐구하며 이미지 너머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윤필현 작가는 모듈(module·부품) 개념을 도입해 낮과 노을, 밤 등 시간대별 구성을 건축적 요소를 통한 도시적 풍경으로 재구성했다.
윤필현 작가는 한세대학교 디자인대학 실내건축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2023 Kiaf에서 화장품업체 메디힐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전영진, '회화 위에 회화 2415(Painting on painting)', Acrylic, light molding paste on canvas, 112.1 × 145.5 × 3.0 cm, 2024. 금산갤러리 제공멀리서는 구상적 풍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색면의 조합이 추상적 구조로 보인다.
디지털 이미지의 구조인 '픽셀(pixel·이미지를 이루는 최소 단위)'을 연상시키는 시각 언어를 도입해 회화와 디지털 감각 사이의 긴장을 탐구해 온 전영진 작가는 회화의 평면 위에서 세계, 감각, 시간, 지각의 구조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전영진 작가는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마치고 같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으며 지난 2022년 화랑미술제 특별전 ZOOM-IN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해나킴, 'E9에서 이 검은고양이를 본 적이 있나요(Have You Ever Seen This Black Cat in E9)', 캔버스 위에 아크릴, 102×102cm, 2022, 금산갤러리 제공해나킴 작가는 도시 개발로 철거된 유년의 거주지를 '기억의 외피(mnemonic skin)'인 회화로 복원하고 제시한다.
작가에게 '집'은 더 이상 거주의 '기능적' 단위가 아니라, 자아의 심리적 저장고, 혹은 몸과 정체성을 보관하는 기억의 컨테이너로 제시된다.
해나킴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회화와 미술사를 전공하고 영국 런던 왕립예술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202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김도훈, 박현욱, 윤필현, 이계진, 이혜진, 전영진, 지혜영, 최명원, 해나킴, 허은오, 허현숙 등 11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그룹전 'Eleven Degrees'이 6월 10일(화)까지 금산갤러리(대표:황달성)에서 열린다. 금산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