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미국과 중국이 관세 인하에 합의하면서 AI(인공지능) 관련 기술주가 주식시장의 상승을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시간) 영국과 관세 합의를 발표하며 "당장 주식을 사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12일 중국과 관세 인하에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45%에서 30%로, 중국은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3거래일 만에 S&P500은 4%, 나스닥은 5.5% 각각 상승했다. 코스피도 최근 2거래일 연속 2600선에 안착하며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2600선을 회복했다.
한국과 미국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4월 2일) 이전 수준으로 주가가 돌아갔다.
미국의 경우 실효 관세율이 25%에서 12% 수준으로 내려가며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침체) 우려가 완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미국이 기존 0.9%p 하락에서 0.4%p로 축소했고, 중국도 1%p 하방 압력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연구원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한 미중 협상 진전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인한 침체 위험이 완화하며 금융환경 개선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인하 합의는 '90일 유예'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향후 협상 과정에서 기존과 비슷한 수준의 관세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미국은 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산 수입 물량이 1/3 줄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수준의 공급망 차질을 겪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 보복 조치로 희토류의 수출 중단을 선언하며 미국을 압박한 것도 주요했다는 평가다. 중국이 전 세계 시장의 98%를 장악한 '중희토류'는 첨단 및 방위 산업의 필수품이다. 가격 경쟁력과 정제 과정의 환경 오염 문제로 미국이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KB증권 김일혁 연구원은 "최근 2~3주 동안 미국이 중국을 의미 있게 압박하지 못했다는 게 확인됐다"며 "미국이 다시 중국을 적대시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인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비슷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90일 유예'를 합의했고, 이를 '무기한'으로 확대한 바 있다.
따라서 당분간 주식시장의 상승 기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트럼프 협상전략이 1기 때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1기 당시 90일 유예 이후 S&P500이 전고점을 넘어 신고가를 기록할 때까지 올려치기가 계속됐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탑다운 현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올해 예정된 정상회의 스케줄을 주목해야 한다"며 "6월 회의는 G7(주요 7개국)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트럼프가 관세·방위비 타깃으로 삼는 곳이자 미국 관세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는 곳이다. 6월 중하순이 경계감을 가질만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관심은 AI 관련 섹터에 쏠린다.
PC와 스마트폰 최종 생산의 70% 이상을 담당하는 중국에 대한 관세는 IT 관련 제조 원가 상승 우려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 비용도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겹치며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섹터인 탓이다.
DS투자증권 이수림 연구원은 "관세 합의로 정책 리스크 완화, AI 수요 재가속, 2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이 동시에 겹치는 구간이 시작된다고 판단한다"며 "중단기로 소외됐던 반도체 업종이 반등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