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10일 오후 대구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가 범람한 금호강에 침수된 모습. 연합뉴스기후위기로 예측이 어려운 극한 호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데다, 봄철 영남지역 대규모 산불 영향으로 홍수 위험이 높아지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여름철 홍수 대응력 강화를 위한 홍수 대책을 마련했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올해는 지난 3월 낙동강 유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홍수 발생 시 빗물이 빠르게 유입되고, 떠내려온 나뭇가지, 흙, 돌 등이 하천에 퇴적되어 홍수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돼 더욱 세심한 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번 대책은 '위험을 빠르게 인지하고 일제히 전파하여 민생 안전을 지키는 홍수 대응체계 구축'을 목표로, △과학기술 활용으로 홍수위험 신속 인지 △홍수 정보의 일제 전파 △홍수 취약지역 사전대비 강화 △위험요소 관리 강화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 대응역량 극대화 등 5가지 중점 분야로 추진한다.
우선 AI(인공지능), 댐-하천 가상모형(디지털트윈) 등 홍수 관리에 과학기술 활용해 홍수 위험을 신속하게 인지한다. 댐 방류, 예상 강우로 인한 홍수상황을 3차원 가상세계에 시각적으로 표출하는 '댐-하천 가상모형(디지털트윈)'을 이달 중순부터 시범 도입한다.
하천 주변 사람과 차량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알리는 AI CCTV(폐쇄회로텔레비전)도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CCTV를 직접 인력으로 감시했으나, 전국 국가하천 CCTV 2781곳 중 1000곳 이상의 지점에 AI CCTV를 시범 도입해 보다 신속한 위험 상황 확인과 대처가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도입한 AI 홍수예보 및 도시침수 예보도 개선한다. 홍수특보(홍수주의보·경보) 발령 지점 수를 75곳에서 223곳으로 늘리고, 지난해 신설된 수위관측소(260개) 및 강우레이더 자료를 반영해 예보 정확도를 높인다. 도시침수 예보 대상 지역을 지난해 4개 지역(도림천, 황룡강, 냉천, 창원천)에 더해 2개 지역(무심천, 온천천)을 추가한다.
전파 역량도 강화한다. 종전에는 223곳의 '홍수특보(홍수주의보·경보)' 지점에 대해 특보 발령 시 안전안내문자(CBS) 및 차량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내했으나, 올해부터는 전국 933곳의 수위관측소에서 실시간으로 위험이 상황이 인지되는 경우에도 신속대피 등 관련 안전정보를 알린다.
홍수에 취약하지만 시설 개선 공사 등 구조적 대책을 즉시 할 수 없는 곳은 '홍수취약지구'로 지정해 전문기관(한국하천협회)과 함께 합동점검, CCTV 감시, 홍수상황 정보 제공, 주민 대피 계획 마련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또한 제방 보강 등 장기적인 대책도 함께 마련한다.
홍수 발생 시 피해 우려 지역을 표시한 '홍수위험지도'의 활용도도 높인다. 현재 '홍수위험지도'는 관련 정보제공포털(data.floodmap.go.kr)을 통해 올해 3월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다양한 용도로 2차 활용을 할 수 있도록 지도 정보가 5월 15일부터 전면 공개(오픈API)된다.
지난 2일 대구 북구 함지산 산림 일부가 대형 산불로 검게 탄 모습. 연합뉴스올해는 특히 영남지역 대규모 산불 영향으로 홍수 위험이 증가한 상황이다. 이에 하천·배수로 내 퇴적토를 미리 제거하고,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하천 수위 감시망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산불로 변화된 환경에 맞춘 홍수예보를 위해 해외 사례 검토 및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홍수예측 모형의 정확도도 높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 국내외 논문을 보면 산림 손실이 15% 정도 발생할 때 유출량이 100% 증가했단 연구가 있다"며 "올여름 낙동강 유출량이 분명히 증가할 걸로 예측돼 낙동강유역은 특히 보수적으로 접근해 최대한 빨리 홍수예방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국 다목적댐 20곳에 홍수기 전까지 방류량을 증량해 약 68억㎥의 홍수조절용량도 확보하고, 제방 사면 유실 등 긴급하게 보수가 필요한 부분은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전까지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환경부는 전했다. 하수도정비 중점관리지역도 기존 210곳에서 220곳 이상으로 확대하고, 빗물펌프장 설치 등도 추진한다.
북측 유역면적이 70%에 달하는 임진강은 북측 황강댐의 무단방류로 지난 2009년 행락객 6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만큼, 황강댐 하류 우리측 군남댐의 방류량 조절을 통해 하류 행락객 대피시간을 최대 15시간 확보하는 등 접경지역 관리도 강화한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기후위기로 인해 급증하고 있는 극한 강우 유형(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험 예측과 빠른 전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장 위험 요소에 대해 선제적 대비를 강화하고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 올여름 홍수 대응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