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이정후. AP=연합뉴스메이저 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이정후(26)가 얕보는 상대에 대해 확실하게 존재감을 뽐냈다.
이정후는 14일(한국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홈 경기에 4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특히 이정후는 홈 경기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7 대 4로 앞선 8회말 2사 1, 2루에서 쐐기 3점포를 터뜨렸다. 앞서 4개의 홈런은 모두 원정에서 나왔는데 5호 홈런을 안방에서 터뜨렸다.
무엇보다 앞선 타자를 거른 상대를 호되게 혼냈다. 8회말 1사에서 1번 타자 마이크 여스트렘스키가 2루타로 출루하자 상대 벤치는 3번 타자 엘리오트 라모스를 고의 4구로 내보냈다. 라모스의 최근 타격감이 좋은 데다 좌완 조 맨티플라이가 좌타자 이정후를 상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애리조나의 계산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이정후는 1볼-2스트라이크에서 맨티플라이의 몸쪽 낮은 커브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만들어냈다. 빨랫줄처럼 뻗을 만큼 잘 맞은 타구였다.
실제로 이정후는 우완보다 좌완을 상대로 잘 쳤다. 전날까지 이정후는 좌완 상대 타율 3할1푼8리에 OPS(출루율+장타율) 0.879였고, 우완을 상대로는 타율 2할7푼2리에 OPS 0.752였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이정후의 좌투수 상대 강점을 간과한 선택이었고, '코리안 헤리티지 나이트'(한국 문화유산의 날) 행사에 모인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고 촌평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을 한국 문화유산의 날로 정해 이정후의 한글 이름이 박힌 유니폼 상의를 제작하는 등 행사를 진행했다.
경기 후 이정후는 "채프먼이 아웃됐을 때 상대가 라모스 대신 나와 대결할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저 1점이라도 보탤 수 있었으면 했는데, 그렇게 큰 점수가 될 줄은 몰랐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정후의 쐐기포로 샌프란시스코는 10 대 6으로 이겼다. 4연패에서 탈출한 이정후는 15일 같은 장소에서 애리조나와 홈 경기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