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AHR엑스포'에서 삼성전자 모델이 하이브리드 가정용 히트펌프 EHS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2030년 14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속속 뛰어들고 있다.
HVAC 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시장이지만 다양항 역량을 갖춰야해서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혀왔는데 양사 모두 사업 역량을 집중해 시장 공략에 가속 페달을 밟을 방침이다.
삼성전자, 8년만에 조 단위 M&A…HVAC 시장 성장성 주목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플랙트)의 지분 100%를 15억 유로(우리돈 약 2조376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의 조 단위 인수합병(M&A) 성사는 지난 2017년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오디오 기업인 하만을 약 80억 달러(당시 기준 약 9조4천억원)에 인수한 후 8년 만이다.
1918년 설립된 플랙트는 65개국의 가정, 사무실, 학교, 병원과 첨단 시설에 중앙 공조 제품 및 설루션을 공급해온 공조 업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가정용·상업 시설 위주로 공조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AI열풍에 따라 AI후방산업인 인프라 투자의 일부로 HVAC 사업이 주목 받으면서 공조 사업의 영역을 넓힐 목적으로 빅딜을 단행했다.
데이터센터는 AI 연산 처리를 지원할 수 있는 AI데이터센터로 전환되고 있다. 방대한 연산처리가 진행되는만큼 AI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수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고, 저녁소모량에 비례해 커지는 발열문제 때문에 더욱 고도화된 HVAC 설비를 필요로 하고 있어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공조 사업 중 공항과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이 전망되고, 특히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플랙트를 전격 인수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조주완 대표 주도 일찌감치 시장 진출…속속 성과
연합뉴스LG전자 역시 HVAC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며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2023년부터 미국과 중국, 유럽의 주요 대학과 손잡고 HVAC 연구 조직을 만들어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말엔 HVAC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사업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취임후 B2B(기업간거래) 비지니스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주도하고 있는 조주완 CEO(최고경영자)의 진두지휘로 인도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시장 내 사업 발굴에도 나선 모양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5월엔 북미 AI데이터센터에 5만 냉동톤 규모의 칠러Chiller.중앙공조 냉각시스템) 공급 계약을 따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월엔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HAVC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ES사업본부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난 3조544억원, 영업이익은 21.2% 늘어난 4067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센터 등 대형 공조 사업은 설계와 설루션, 유지 보수 등 다양한 역량을 갖춰야 하는 등 진입장벽도 높다. 설비 다수가 야외에 설치되는 특성상 현지 환경에 대한 이해와 특화 기술도 필요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냉난방공조 사업은 설계 기술은 기본이고 지역에 대한 이해와 현지 네트워크 등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기술 역량과 글로벌 영업망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었을때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