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에 '셰셰', 일본에는 '감사하무니다'…잘못됐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대구 중구 동성로 광장에서 열린 대구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 하는 모습. 대구=류영주 기자이른바 '이재명의 셰셰' 발언이 다시 소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왜 중국에 집적거리나. 그냥 셰셰(謝謝, 감사합니다),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라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이 후보는 이 발언을 재차 언급하며 "제가 틀린 말을 했나"라고 반문했다. 필요하다면 중국, 러시아와도 잘 지내는 것이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라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즉각 비난했다. "이 후보의 '셰셰 외교'가 국익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양안 관계가 우리와 무관하다는 이재명의 친중 외교에 대해 미국 조야의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 굴종 외교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정쟁으로 비화한 이 논란의 본질은 두 가지다. 좁게는 양안 갈등에 대해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넓게는 국가 지도자의 외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보수 진영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여기는 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은 오랫동안 양안 문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유지해 왔다. 이는 군사 개입 여부를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함으로써 중국의 침공과 대만의 독립 선언이라는 양극단의 행동을 모두 억제하는 전략이다. 협상과 유연성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자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명료성(Strategic Clarity)'으로 선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미군 병력이 대만을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섯 차례나 "Yes"라고 답했다.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연합뉴스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는 같은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하며, 전통적인 전략적 모호성 기조로 복귀했다. 여기에 더해 대만에는 방어 비용을 더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압박하는 한편, 중국을 향해서는 대만조차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전략적 모호성에 거래주의 외교를 덧붙인 것이다.
그 누구의 편도 들지 않지만, 미국의 이익이라면 누구와도, 그 무엇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트럼프 식 '셰셰 외교'라고 할 수 있다.
'장사꾼' 출신 트럼프이기에 이런 외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의 만연한 인권 침해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미국 영주권자였던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에 사우디 왕실이 개입된 정황이 드러난 데 따른 대응이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미국 물가가 치솟자 바이든의 입장은 달라졌다. 국제 왕따로 만들겠다던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정겹게 '주먹 인사'를 나누며 석유 증산을 요청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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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외교를 표방하던 '젠틀맨' 바이든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못마땅한 상대에게 고개를 숙이고 '셰셰'를 건넨 셈이다.
한국은 땅이 좁고 자원이 부족한 만큼,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리적으로도 열강에 둘러싸여 있다. 외교적 공간을 최대한 넓히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그런 만큼 한국의 외교는 '누구의 편이냐'가 아니라 '무엇이 우리에게 이익이냐'를 따지는 영역이 되어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가 현실인 지금은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의 '셰셰' 발언은 실용인가, 굴종인가?
박형주 칼럼니스트박형주 칼럼니스트
- 전 미국 VOA 기자, 『트럼프 청구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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