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진취재단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 등 의료개혁 추진으로 촉발된 의료대란이 1년을 넘겨 지속되는 가운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이 제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환자 등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개혁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의사 등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를 통해 정책을 조율하겠다는 구상이다.
李 '응급환자 전원체계'…"인프라 어떻게 만들지 중요"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최근 발표한 10대 공약에서 "'국민참여형 의료개혁 공론화위원회'로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 등 주요 현안을 국민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논의해 의료대란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필수의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체계 마련,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 진료권 중심의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국립대병원은 거점병원으로 기능을 강화하며, 응급환자 전원체계를 개선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증·응급 환자를 위한 24시간 전문의 대응체계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료현장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지역 완결형 의료제도라는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 이를 가능하게 할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핵심"이라며 "전원체계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를 받을 병원이 부족한 게 문제다. 단순한 체계 조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 사용자 중심의 위원회는 대중의 인기영합적 정책으로 흐를 우려가 있다"며 "시민단체의 의견 제시는 필요하지만, 정책 결정 단계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인력 확보 방안으로 지역의사제, 지역의대, 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을 제시했으나, 이는 지난해 의정 갈등의 핵심 원인이었던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돼 있어 의료계와의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역의사제 및 지역의대·공공의료사관학교 신설 등 의사 정원 확대 방안은 지역 및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라며 "해당 재정을 기존 지역의료기관 인프라 개선 및 필수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金 '전문가 중심 협의체'…"환자 목소리 반영 안되면 문제 되풀이"
김문수 후보는 "의료안전망을 복구하고, 합리적인 의료시스템을 재구축하겠다"며 현 정부의 의료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특히 6개월 내에 붕괴된 의료시스템을 복원하겠다는 구체적 시한도 제시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직속 '미래의료위원회'를 신설하고, 의사 등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의대생들의 위원회 참여도 보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김 후보의 접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의협은 "현 정부의 의료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붕괴된 의료시스템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대통령 직속 미래의료위원회 신설 및 전문가 중심 협의체 구성을 통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방향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다만 "붕괴된 의료시스템을 재건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의료시스템을 운영하는 의료계와의 신뢰 회복 및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며 "미래의료위원회 신설시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제한하고 보건의료정책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전문가 중심 접근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전문가 논의는 필요하지만, 환자와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 기존처럼 특정 집단의 주장만 반영되는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며 "의료계가 현장을 떠난 1년 반 동안 환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데, 또다시 전문가 중심으로만 논의하겠다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분리해 보건의료 분야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위해 보건부 신설을 요구해 온 의협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응급·중증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재정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광역거점외상센터 국가 완전책임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권역외상센터의 과잉 분산 문제를 해결하고, 운영과 소송 리스크를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간담회·영입·포럼 참석…의료계와 접촉면 넓히는 후보들
연합뉴스후보들은 공약 발표와 함께 의료계와의 접촉면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김윤 의원은 지난 15일 의협을 방문해 김택우 의협 회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문수 후보 측은 정책총괄본부 의료정책위원장으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을 영입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현 정부의 의료개혁에 반발하며 의료개혁에 반대하는 집회를 주도한 바 있다.
이준석 후보는 지난 17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가 공동으로 연 '젊은의사포럼'에 참석해 젊은 의료인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