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야당동 새암공원에서 열린 '더 편하게 더 든든하게' 유세에서 GTX 기관사 모자를 쓰고 다음 유세장으로 출발하고 있다. 파주=황진환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이재명의 '지방소멸' 공약 '서울대 10개 만들기'…정말 가능할까?[노컷체크] ②김문수 'GTX 30분 출퇴근 혁명' 지방소멸 해법될까?[노컷체크] (계속)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주요 업적으로 과시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모델을 전국급행철도망으로 확장해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지방소멸 방지와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국토균형발전'은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고 균등하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이다. '국토균형발전' 구현을 위해선 광역경제권을 구축하거나 지역특화 산업 육성, 수도권 기능 조정 등이 필요한데 김 대선후보는 이를 위한 해법 중 하나로 GTX 모델의 전국화 공약을 제시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교통 공약이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까.
"서울로, 광주로"…대도시 접근성 높아지면 오히려 빨대 효과?
김 후보의 말처럼 전국을 빠르게 오가면 지방소멸 대응이 가능할까. 사진은 서울역에 고속철도가 대기하고 있다. 최보금 기자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홈페이지에 올라온 후보별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김 대선후보는 공약 4순위로 GTX 전국화를 내걸었다. 경기도지사 시절 경험을 살려
수도권 GTX 모델을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장해 '전국급행철도망' 구축하겠다는 공약이다.
그는 광역·도시철도 확충으로 30분 출퇴근 혁명 및 정주(定住)환경 대혁신을 이루겠다면서
△역내 GTX·광역철도·도시철도 등을 통한 교통시설 확충 △교육·의료 인프라 확충을 통해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여건 마련 △문화·체육시설 확충을 통해 젊은 세대들의 유입 확대 등을 이행 방법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허문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GTX 전국화 공약은) 제가 정책 당국자라면 반대다. GTX를 건설함에 있어서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이 되는데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수요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며
"GTX 건설이 지방소멸 완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따져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소멸 완화를 위해선 기업 유치를 통해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주민 유출을 방지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며
"GTX를 건설할 정도의 예산이 있으면 오히려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시 말해
대도시와 지역 간 교통을 개선하는 것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에 분산시킬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일자리 등 때문에 대도시로 이동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GTX 전국화의 경우 막대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방 인구가 줄어든 상황에 수요자 자체가 적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GTX A·B·C 기존 노선 연장과 D·E·F 신규 노선 신설에만 약 134조 원이 투입된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GTX 전국화'를 공약한 가운데 순천역 앞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순천=최보금 기자GTX로 인한 '빨대 효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허 선임연구위원은 "KTX가 생기면서 블랙홀 현상이 일어났다.
과거 대구경북 지역 중증·암 환자들은 대다수 수준이 높던 경북대병원을 이용했었다. 그런데 KTX가 생기면서 전부 서울 빅5 병원을 이용하게 됐다"며
"신용카드 지출액을 보면 쇼핑까지도 KTX를 이용해 서울에서 이용하는 게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까 지방 경제가 오히려 더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GTX가 개통되면 지역 경제의 자원이 대도시로 쏠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보여지며, KTX 사례만 봐도 거점 기관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순천에 있는 사람이 서울까지는 오지 않더라도 GTX가 광주와 연결되면 광주에서 쇼핑을 하지 순천에서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전남권에 GTX가 생기면 이동시간이 단축되는 만큼 거주 지역보다 환경이 더 좋은 거점 지역에서 소비 활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런 측면에서 상권이 적은 소규모 지역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즉,
GTX 전국화 등 교통망 확충으로 대도시 접근성이 강화되면 오히려 '빨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대구·경북지역 대학병원들은 과거 KTX 개통 등으로 인한 환자유출 현상으로 대책마련에 부심하며 시설과 장비 확충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린 바 있다. 지난 2005년 4월 대구·경북지역 5개병원들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용역 의뢰한 '대구∙경북 권역 의료기관 경쟁력 강화방안' 중간보고 결과를 살펴보면, 환자유출 현상의 주요 원인은 의료 수준 차이가 아닌 시설 및 환자 서비스 부족 때문이었다.
시설과 서비스가 좋은 서울 지역 병원의 접근성이 향상되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이 상경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국토연구원 제공또 지난 2017년 호남선 KTX 정차도시의 활동인구 공간분포를 2014년·2016년 모바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활동인구의 중심점이 KTX 역 주변으로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광주광역시와 익산시, 정읍시, 공주시 등 4개 도시를 분석했더니 인구활동 중심점이 각각 KTX 정차역 방향으로 51.9m~647.8m 이동한 것이다.
이는
KTX 정차역 주변 활동인구 증가와 역 주변 신규 아파트 입주민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활동면적의 경우 광주광역시는 확대된 반면 나머지 도시들은 인구 감소 등으로 축소됐다.
고속도로 개통시에도 비슷한 현상이 포착된 바 있다. 지난 2010년 12월 경남 거제와 부산을 잇는 거가대로 개통 이후 1시간 생활권이 되면서 거제시민들은 의료, 쇼핑, 외식 등 생활 각 부문에서 선택의 폭이 커지면서다.
부산 롯데백화점이 분석한 결과 2013년 1월~11월 거제지역 고객(롯데카드 및 멤버스 실적 고객 기준)은 개통 이전 201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부산시내 롯데백화점 4개 점포의 전체 구매고객 증가율인 24%의 8배 수준이었다.
다만 KTX 개통으로 당시 빨대효과가 발생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국토연구원이 같은해 12월에 발표한 '고속철도 개통에 따른 빨대효과 분석 : 쇼핑통행을 중심으로' 자료에 따르면
고속철도 이용자·지방도시 상점 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빨대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교통 여건' 나아지면 서울 사람이 지방으로 가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경기 화성시 동탄역 앞에서 광역급행철도(GTX) 전국화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 대선후보는 국민의힘 경선 투표를 앞둔 지난 2일
GTX 완공이 늦어지는 이유가 '서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GTX가) 18년 동안 왜 아직 완공이 안 됐나. '삼성역' 하나가 안 되고 다 돼 있다"며 "삼성역이 왜 늦어졌나. GTX의 필요성을 모르는 전임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요성을 잘 몰라서"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사람들은 서울로 들어와야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매일 하루에 두 번 (탑승)해야 되는데 서울 사람은 경기도 갈 일이 별로 없다"며
"서울시장이나 서울사람들은 GTX가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잖나"라고 덧붙였다.
일자리와 대형병원 등 주요 시설들이 서울에 몰려있어 수도권 외곽을 위해 급행철도망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다만 당시 경선에 참여하고 있던 김 대선후보의 발언은 수도권 외곽 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아닌 서울로의 이동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각에서는 GTX 전국화 등의
교통 공약은 구시대적이며 주민 이동으로 서울 집값까지 자극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는
"균형 발전이 중요하지만 GTX·공항·도로를 까는 것은 옛날 방식이다. 우리 국토가 개발이 안 된 게 아니잖나"라며 "
지방에서 필요한 것은 일자리로 예산을 일자리 늘리는 데 투자해야 한다. 서울 집값이 최근에 많이 올라가는 것도 지방에서 많이 올라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GTX를 깔지 않는 것보다 (까는 것이) 좋겠지만 수십 조 돈이 든다. 그러나 수입 대비 효율을 따져본다면 이득은 크지 않다"며
"GTX를 깔면 계속 적자를 볼텐데 공사비도 못 건지고 뒷감당도 안 될 것이며 그렇다고 (지방)인구가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TX 전국화로
교통 여건이 나아진다고 해도 대도시 거주자가 지방으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공약마당 홈페이지 캡처▶ 김문수 'GTX 전국화' 세부노선 |
*수도권 GTX : A, B, C, D, E, F 노선 적시 개통 및 연장 추진 *부울경권 GTX : 울산~양산~김해~창원 *대구경북권 GTX : 대구경북신공항~대구~영천~포항 *충청권 GTX : 청주공항~청주~대전~세종 *광주전남권 GTX : 광주~송정~나주~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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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는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선 단순한 인프라 개발이 아닌 포괄적인 접근을 통해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지방을 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단기적 편익보다 장기적이고 일관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승규 국립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교수는
"(수도권) 일극화는 결과다. 교통 접근성 (향상) 등으로 일극화가 가속화된 것이고, 시간이 장기화될 때 격차는 완화될 것"이라며
"지방은 일자리, 주거, 교육 등 3개만 잡아도 그 지역을 성장하게 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의료, 교육, 교통, 일자리 부족은 인구이동의 원인 역할을 한다. 반대로 충족시켰을 때 이동이 발생하는지 따져보면 그 반대가 될 것"이라며
"이 부분을 완화시키는 정책을 단기가 아닌 장기간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지방소멸의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 임형백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국민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수도권에서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겼다. 수도권에서 교육환경 등 정주환경이 좋아지는 상황에서 수도권 집중은 당연한 결과"라면서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더라도 지방에서 출산율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 문제가 적은데 지방에서 노령화로 출산율이 낮아져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65세 인구가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는데 농촌은 65세 이상 인구가 약 80%이며 앞으로 농촌의 자연사망율 등으로 인하여 지방에서의 인구감소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도시권과 비도시권의 인프라 격차가 소멸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있으나 이를 측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즉
지방소멸 위기의 원인은 단순히 인프라 격차 문제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양질의 직업, 인프라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정주환경(settlement environment) 측면에서 분석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GTX 확대…'비용대비 효과·지방소멸 대응' 의문?
순천 시내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의 지역 공약 현수막이 걸려있다. 참고로 전라남도는 작년 기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이다. 순천=최보금 기자김 대선후보는 'GTX로 연결되는 나라, 함께 크는 대한민국' 공약을 통해
GTX 전국 5대 광역권 확대 추진과 광역철도, 도시철도 확충으로 30분 출퇴근 혁명 및 정주환경 대혁신, 초광역권 메가시티 조성과 미래첨단산업기반 마련을 위한 메가프리존 도입, 중앙정부의 권한과 자원 지방 이양 확대를 약속했다.
이에 대해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CBS 경제연구실 '경제적본능'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현 상태에서 김 대선후보가 제시한 GTX망이 수도권에 지어져도, 개혁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저출산으로 지방소멸하는 도시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 도시 권역에 교통 기능이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일자리, 교육 등도 살리는 노력이 수반됐을 때 좋아지는 것이지, 현재처럼 '서울쏠림'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지방에 GTX를 깔면 미래에 인프라 유지보수 재정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상희 한국지역개발학회 이사도 "도시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지방소멸의 발생했다. 선진국의 수도권 집중도는 20~30%이지만 우리나라는 50%가 넘기 때문"이라며
"인프라 격차가 절대적으로 소멸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지만, 수도권에 가야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청년들의 인식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즉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선 청년들의 인식 개선이 필수적이고, 현재와 같은 도시구조에서 GTX 확장만으로는 지방소멸을 막지 못하며 오히려 미래 부담이 우려된다는 전망이다.
연합뉴스고속철도 개통의 이질적 효과가 산업별로 다르다는 연구결과도 눈여겨 볼 만 하다. 2024년 8월에 발행된 산업연구원의 '고속철도 개통이 비수도권 지역에 미치는 산업별 경제효과' 자료에 따르면 고속철도의 개통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효과는 낮은 것으로 추정되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다만
전문성을 요구하는 산업, 집적효과를 누리는 산업과 질 좋은 서비스 수요가 높은 산업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고, 관광 관련 산업과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산업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지방소멸 위기 지역들의 산업 특성을 파악해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산업별로 검토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진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지역인구 감소 지역의 인구 유출에 대비하기 위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지역의 주력 산업별로 모색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선 현장에서 GTX 확대 공약이 나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국비 철도시설은 국토균형발전이나 국가적으로 감당해야 될 인프라 등 국토 전체적으로 지역을 연결하는 시설일 때만 국비 지원의 정당성이 있다"며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데 수도권 출퇴근을 위한 사업에 국비를 투입하는 건 이런 원칙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선후보의 GTX 확장 공약은 국가 재정의 과잉 투자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정책 우선순위에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편에서는 기호4번 이준석 후보의 지방소멸 대응 공약을 팩트체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