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국무부가 자국 유학 비자 신청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심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유학생 비자 인터뷰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주한미국대사관도 28일 신규 비자 발급을 위한 인터뷰 예약을 잠정 중단했다.
이에 따라 9월 새 학기를 앞두고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비자 발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비상이 걸렸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주한미국대사관은 학생 및 교환 방문자 비자 인터뷰를 당분간 추가로 진행하지 않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이미 예약된 인터뷰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국대사관 측도 "국무부의 비이민 비자 인터뷰 예약 일정은 유동적"이라며 "비자 신청자는 계속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고, 영사과는 이를 검토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청자가 미국의 안보 또는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한미국대사관의 온라인 비자 신청 시스템에 접속해 보면 인터뷰 예약이 가능한 날짜를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예약 대기 시간과 예약 가능 일정 등을 확인한 뒤 희망하는 날짜를 선택해 대면 인터뷰에 응할 수 있었다.
이번 조치는 미국 국무부가 유학생의 SNS 계정 활동을 심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날 실제로 비자 발급 절차가 잠정 중단되자,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유학 관련 업계 전반에서는 당혹감이 느껴졌다.
더반포유학그룹의 벤자민유 대표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대학가의 일시적인 힘겨루기라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9월 새학기 입학을 앞두고) 합격자 발표를 받은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당장 비자 면접을 봐야 하는 데 길이 막힌 것"이라고 전했다.
월드넷 미국유학센타 관계자도 "코로나19 셧다운 사태 이후로 유학길이 막힌 게 이번이 두 번째"라며 "새 시스템이 정비되는 대로 열릴 것이라고는 하지만 유학생 입장에선 마음 졸이며 관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입학허가서 등 기본적인 서류 작업을 탄탄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의 온라인 활동을 근거로 정치적 성향을 검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학생들 사이에선 자신의 견해를 굳이 드러내지 않는 것이 낫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테러와 관련한 위험한 언행 등은 굳이 장난 삼아라도 올리지 않아야 한다"며 "개인의 생각을 온라인에 드러내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 유학 준비를 위해선 자제하는 게 좋다는 게 현재의 매뉴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023년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내 대학에서 친팔레스타인 및 반유대주의 시위가 잇따르자 시위에 참여한 유학생들의 SNS 활동을 감시하고, 비자 심사 요건에 이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사상 검증을 위한 수단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인 학생의 온라인 활동이 미국 유학 비자 발급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