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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성폭력'…얼버무린 '남성' 후보들[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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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부터), 민주노동당 권영국,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정치 분야 TV토론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예견된 일이었다. 이준석 후보가 성폭력 언어를 여과 없이 방송에서 읊는 동안 아무도 제지하지 못하고 그의 추궁(?)에 무대 위 모두가 당황스러운 기색만 보였던 27일 21대 대통령 3차 대선 토론은 예견된 일이었다.
     
여성 의제가 거대 양당 10대 공약에서 빠졌을 때, 18년 만에 대선 후보에 여성이 자취를 감췄을 때, 여성 의원 비율이 수십 년째 하위권을 전전했을 때 이준석 후보는 저 정도 발언을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폭력의 재현이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이준석 후보는 "과거 심상정 후보는 대선 토론 때 홍준표 후보에게 돼지 발정제 문제를 공격했다"며 또 다른 사람을 진흙탕에 끌어들였다.
 
토론을 보면서 이준석 후보가 언급한 19대 대선 토론(2017.4.23)이 떠오르긴 했다. 당시 어떤 후보도 이준석 후보처럼 성폭력 발언을 구구절절 읊지 않았지만 말이다. 인용을 빙자해 성폭력 발언을 그대로 읊는 것은 2차 가해라는 건 상식이니까.
 
이준석 후보는 자신이 토론회에서 내뱉은 말에 대해 "순화할 수 없었다", "심상정 후보가 돼지 발정제 문제를 굉장히 세게 들고 나오셨다"고 해명했다. 성 문제에 대한 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고 싶었다는 취지로도 항변했다. 본인이 소환한 심상정 당시 대선 후보처럼 에둘러 문제적 발언을 거론하더라도 얼마든지 '세게' 진보 진영 후보들을 향해 성 비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었다.
 
심상정 후보는 시작발언에서부터 과거 성범죄를 두둔하는 듯한 홍준표 후보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심 후보는 "토론에 앞서 국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며 "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경쟁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 국민 자괴감과 국격을 생각할 때 홍 후보의 사퇴가 맞다"고 말했다.
 
유승민 후보는 "돼지흥분제 강간미수 공범"이라며 "이제까지 한 번도 피해 여성에게 진심 사과하고 용서 구한 적 없다"고 홍 후보를 맹비난했지만, 마찬가지로 홍 후보의 자서전을 토론장에서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발언이 이준석 후보의 그제 발언과 비슷한가.  
 
2017년 토론과 그제 토론이 다른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준석 후보의 공세에 대응하는 나머지 후보들의 모습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문제적 발언이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는 이준석 후보의 질문에 권영국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가 계속 몰아세우자 "묻는 취지를 잘 모르겠다. 성적인 학대 부분에 대해선 누구보다 엄격하게 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는 공세의 화살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시간을 충분히 주고 질문하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다 "이준석 후보님은 정부가 앞으로 나아갈 길, 국민의 더 나은 삶보다는 그런 신변잡기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은데 본인의 신변잡기도 한번 되돌아보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응수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여의도공원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1분 가까이 성폭력 발언을 전한 이준석 후보가 현장에서 들은 비판이라곤 그저 '신변잡기에 관심 많은 후보' 정도였다. 두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휘두른 폭력에 대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섰던 것 같지만  그 자리에서 이준석 후보 발언을 문제 삼는 후보가 없었던 것에 참담함이 남는다. 2017년 대선 후보 토론이었다면 즉석에서 엄중한 비판이 있었을 것이라는 허망한 아쉬움 역시 지우기 어렵다.
   
가뜩이나 여성 의제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받는 이번 대선이다. 계엄 세력에 대한 단죄가 더 중요하다, 경제위기 극복이 더 중요하다는 이유들을 늘어놓으면서 일단 10대 공약에서 여성 공약이 쏙 빠지기도 했다. 

비판 끝에 나온 민주당표 여성 공약들은 피해자 보호와 범죄 예방 및 처벌 강화, 경력보유 여성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민의힘 여성 공약 역시 여성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여성계와 시민단체에서 요구했던 공약들은 대부분 빠져 있다.
 
여성 공약이 외면받고 여성 후보가 사라진 대선에서 남은 건 결국 제대로 단죄받지 못한 성폭력 발언뿐이다. 권영국 후보는 그제 토론에서 법조인과 공직자 출신 국회의원이 많다며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국회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여성 후보 0명. 다시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5 대 5에 가까운 남녀 인구를 감안했을 때 이번 선거는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선거인가. 첨언하자면 계엄 시도를 단죄하기 위해 한겨울 광장에 모였던 여성의 비율은 60.9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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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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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VER궁민2025-05-29 07:38:41신고

    추천1비추천2

    폭력?
    그냥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본다.
    이준석 지지자 아니지만
    오버가 넘 심해 다들..
    부적절하다 정도 지적할하고
    여성단체 사과요구도 좋은데
    그이상은 오버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