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표현' 논란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윤창원 기자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TV토론에서의 발언이 성폭력적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도 김문수 후보의 과거 춘향이 관련 발언을 한동훈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묻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본인 행동에 대한 비판을 다른 이들의 행위와 비교하며 정당화에 나선 셈이다.
29일 이준석 후보는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를 제기한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는 집단 린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상식의 눈높이에서 묻는다.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 정말 성범죄자로 지탄받아야 할 사람은 누군가"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더욱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을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될 미래다. 표현의 자유, 검증의 의무는 사라지고 집단으로 가해지는 린치와 권력에 대한 충성만 남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저는 굴복하지 않는다. 진실을 덮으려는 시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견 후 취재진이 '전 국민이 보고 있는 TV토론에서 꼭 했어야 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준석 후보는 "표현에 대해선 역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민주당에서도 지난 몇 주간 룸살롱이라든지 굉장히 문제 될 수 있는 단어들을 사용해서 정치적 공세를 해왔다"며 "저는 (제 표현이) 할 수 있는 것(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표현할 때 저는 비속어를 사용한 것이 아니고 '굉장히 가치중립적인 단어'를 사용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거기서 문제가 되는 단어가 '성기'라고 한다면 그걸 무엇으로 순화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좀 더 표현할 수 있었다면 '은밀한 부위'라고 할 수는 있었겠지만, 그게 의미 있는 변형인지는 의문"이라며 "역치는 국민 개개인마다 다르지만, 제가 이를 넘어서는 발언을 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뒤이어 '단어가 문제가 아니라 성기와 젓가락이 만나면서 사람들이 이를 상상하게 만들고, 성적 불쾌감을 유발한 것 아닌가'란 질문이 이어지자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과거 김문수 후보의 '춘향이' 관련 발언을, 한동훈 후보가 홍준표 후보에게 물었다"며 "춘향이 발언의 경우에도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았으냐"고 답했다.
또 "그때 춘향이 발언의 경우에도 실제 발언을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적시해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고 생각한다"며 "난감한 것이 (이재명 후보의 아들) 이동호씨 발언의 경우 실제로 옮기기가 정말 민망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 순화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29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동탄=류영주 기자'본인의 발언이 생중계 TV토론회에서 적절했느냐'란 비판을 다른 인사의 사례를 들며 정당화에 나서는, 일종의 '물타기'를 하려 한 셈이다.
앞서 지난달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한동훈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향해 "'춘향전은 춘향이 X 먹으려는 이야기'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고, 홍 후보는 "이재명보다는 낫죠"라고 응수한 바 있다. 춘향전 관련 발언은 김문수 후보가 과거 언급했던 내용이다.
문제는 해당 토론회 당시에도 '막말 퍼레이드', '여성혐오' 등 비판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발언의 수위 등 구체적인 부분 이외에도 당시 사례와 최근 이준석 후보의 경우를 동급으로 치부하는 것 자체도 맞지 않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은 말 그대로 한 정당의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당내 행사인데다가, 토론회를 위한 방송사도 당이 주관해서 선정하고 시간대도 정한다. 주 시청층도 당연히 대부분 당원들일 수밖에 없다.
반면 이준석 후보가 성폭력성 발언을 내뱉은 토론회는 중앙선관위에서 주관하고, 당 후보가 아닌 대통령을 뽑기 위한 전 국민적 행사다. 최대한 많은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지상파 3사에서 동시에 생중계를 하고,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에 진행한다.
두 경우 모두 부적절한 발언이 나왔다는 점은 같지만, 사안의 경중에선 비교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준석 후보는 본인의 발언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심한 표현일수록 공공 영역으로 인용해 옮기기가 어려우니 검증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의 영역에서 참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굉장히 심한 욕설이나 물의가 될 만한 음란성 발언을 했을 경우에는 그것을 공적 영역에서 인용할 수 없어서 오히려 많은 국민들이 알 수 없다는 상황이 온다면 그거야말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 이재명 후보가 가족 관계 불미스러운 일 관련 혐오성 발언에 대해서도 유튜브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처리된 영상도 있다. 저는 이것이 오히려 발언 수위가 높으면 공적영역에서 비판하기 곤란하다는 역설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건 짚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면 안 되는 것처럼 원문 자체가 굉장히 수준 낮고 저열한 것은 앞으로 지적하면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보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치인이 사고를 쳐야 한다는 건가"라고도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막말은 언론에서 수차례 검증이 이뤄졌고, 지금도 계속해서 검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형수와 관련한 막말도 이른바 '형수 욕설', '찢다' 등 표현으로 인용되며 공공 영역에서 다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본인이 언급한 것은 이재명 후보 본인의 발언도 아닌 '후보 아들의 발언'인 데다가, 그 표현 자체와 이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언급한 것이 모두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건데, 이재명 후보의 막말과 동급 수준이라고 치부하며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등의 행위는 일련의 물타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이준석 후보의 말대로 '공공의 영역'인 만큼, 사적인 영역에서 벌어진 일들이 필터 없이 공공의 영역으로 넘어와서는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