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물품. 오른쪽 사진은 사고 열차 내부. 독자 제공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방화를 저지른 60대 남성이 들것에 실려 나가다 검게 그을린 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에게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3분쯤 여의나루역에서 마포역으로 향하는 5호선 열차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화재 원인은 방화였다.
방화 혐의 피의자로 붙잡힌 60대 남성 A씨는 마포역으로 향하는 열차의 4번째 칸에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휘발유와 점화기 등을 이용해 옷가지에 불을 붙였다. 열차 안은 순식간에 연기로 가득 찼다. 사고 열차에 약 400명의 시민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혼란에 빠진 승객들은 일제히 다른 칸으로 이동하며 "불이 났다"를 외쳤다. 이러한 와중에도 일부 시민들은 "침착하라. 문이 곧 열릴 것"이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사고 열차 내부는 시설물이 녹아내리고 검게 그을렸다. 독자 제공그리고 열차 기관사는 마포역에서 약 3백 미터 떨어진 지점에 열차를 세웠다. 이어 불이 난 칸으로 가 일부 시민들과 함께 소화기로 불을 직접 껐다. 대형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결정적 행동이었다. 실제로 신고를 받고 소방당국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불이 거의 꺼져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날 현장 브리핑을 한 서울 마포소방서 김진철 소방행정과장도 "기관사님의 신속한 대처와 승객의 도움을 받아서 진화했다"고 밝혔다.
열차가 멈춰 서자 시민들은 선로를 따라 여의나루역과 마포역으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불을 낸 혐의를 받는 A씨도 열차를 벗어나 선로를 따라 사라졌다.
열차 내에는 그의 것으로 추정되는 점화기 등의 방화 범행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경찰도 방화로 인한 화재로 의심하고 추적에 나섰다.경찰은 터널 선로를 빠져나와 역에 도착하는 승객들을 한 명 한 명 주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부상자로 분류돼 들것에 실려 나오던 A씨, 그리고 유독 검게 그을려진 그의 손이 경찰 눈에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독 검게 그을려진,
전형적인 방화범의 손이었다고 한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이 A씨를 붙잡고 추궁했고, A씨는 범행을 인정했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목격자들도 A씨를 향해 "저 사람이 맞다"라고 지목했다. 경찰은 범행 1시간 만인 이날 오전 9시 45분쯤,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곧장 영등포경찰서로 옮겨져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점화기와 유리통 등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물품을 확보한 상태다.
A씨는 범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과정 등에 대해 진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에 대해 면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