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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차기 대통령, 최대 안보 난제는 '몸값 오른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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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 청구서'와 얽힌 '핵보유국' 김정은 
남북관계, 소통 채널 복원부터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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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년 전 이야기다. 트럼프 1기 출범을 앞두고, 백악관에선 오바마와 트럼프의 독대가 이뤄졌다. 떠나는 권력과 떠오르는 권력이 만나 정권 인수인계를 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바꿀 뻔했던 이야기가 나왔다.

오바마는 트럼프에게 이렇게 훈수를 뒀다. "30대 초반의 변덕스러운 지도자 김정은이 핵무기를 보유한 데다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개발할 것이다. 트럼프! 당신은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 핵 문제가 트럼프 1기의 최대 안보 골칫거리로 예견된 것이다.
 
예견은 틀리지 않았다. 이듬해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20여 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오바마의 말처럼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ICBM도 쏘아 올렸다.

트럼프가 오바마의 훈수를 마음에 새긴 걸까? 그는 김정은을 상대하기 위해 상당히 애를 썼다. 방법도 다양했다. 우선, 가장 강도 높은 대북 제재를 꺼내 들었다. 석탄, 철, 섬유 등 북한의 주요 수출품을 차단하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석유도 옥죄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도 이끌어냈다. 평양을 향해 말폭탄도 쏟아부었다. 북한이 미국을 계속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준비가 돼 있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사진. 백악관 제공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사진. 백악관 제공
스릴러 수준의 북미 관계는 이후 '브로맨스'로 장르가 바뀌기도 했다. 트럼프는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그리고 같은 해 판문점에서 두 차례 더 만났다. 1년 사이 미국 대통령을 세 차례나 만나는 것은 동맹국 정상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27통이 넘는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을 거듭했지만, 그 관계가 북미 관계 개선이나 북한 핵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6월 3일, 한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한다. 불행히도 후임 대통령을 위해 국정의 '훈수'를 건넬 전임자는 없다. 오히려 난데없는 계엄 내란으로 6개월간의 외교 공백 사태를 촉발했다. 차기 대통령이 마주할 외교 안보 현안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트럼프가 내밀 '안보 청구서'의 목록은 계속 늘어나고 복잡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언론이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을 보도한 데 이어,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에 대한 억제력이 우선순위"라며 '주한미군의 태세 조정(calibrate)'을 거론하고 나섰다. 차기 대통령은 북한 위협 억제라는 '싱글 미션'을 넘어서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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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적대시해온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도 복원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모든 사안은 북한 문제와 함수처럼 얽혀 있다. 결국 차기 대통령이 직면해야 할 최대의 안보 골칫거리는 '김정은'이 될 것이다. 8년 전, 트럼프처럼 말이다.
 
김정은은 더 이상 8년 전의 그가 아니다. 트럼프도 인정했듯, 그는 이제 '핵보유국(Nuclear Power)'의 지도자다. 더는 '외톨이'도 아니다. 러시아의 푸틴과 손을 잡았고, 미국과 맞서는 중국의 시진핑도 김정은을 두둔하고 있다.

누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든 국제 무대에서는 '신인'이지만, 김정은은 이미 트럼프, 시진핑, 푸틴 모두를 상대해본 외교 경력자가 되었다. 한국을 패싱하며 트럼프와 직거래하려 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몸값이 올라간 김정은을 상대하며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미·중 갈등이 아무리 최악으로 치닫더라도 워싱턴과 베이징이 반드시 유지하려는 것이 있다. 바로 군사 소통 채널이다. 오판에 따른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남북한은 2023년 4월 이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이 모두 끊긴 상태다. 우발적 충돌을 방지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단절된 것이다.

당분간 한반도의 '판'을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선'이라도 되살려야 한다. 그것이 차기 대통령이 반드시 챙겨야 할 첫 번째 대북 과제다.

박형주 칼럼니스트박형주 칼럼니스트
박형주 칼럼니스트
- 전 VOA 기자, 『트럼프 청구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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