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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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된 두 전직 대통령 박근혜·윤석열의 김문수 지원 사격, 보수 결집에 도움이 될까요?
6.·3 조기 대선을 사흘 앞두고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섰습니다. 이에 국민의힘에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선거판에 뜬 두 '파면 대통령'의 행보가 보수 결집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김문수 후보 선거운동복을 입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현장의 취재진과 만나 "제가 대구에 온 지가 좀 됐지 않았습니까. 시간이"라며 "여기 계신 분들 생각을 사실 많이 했다. 가서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하고 생각은 많이 했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며칠 전에 김문수 후보께서 동성로에서 유세하실 때 거기 많은 분이 저를 한번 보고 싶다는 말씀하셨다고 들었다"며 "제가 가슴이 뭉클해서 진작 가서 봬야 하는데 이렇게 됐구나 싶어 오늘 이렇게 오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대선을 하루 앞둔 2일 부산·울산·경남을 차례로 찾아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 표심 결집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집회에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이동호 전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이 대독한 호소문에서 "이 나라의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 나라를 정상화하기 위해 6월 3일 반드시 투표장에 가서 김 후보에게 힘을 몰아주기를 호소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금 기회를 놓치면 너무 많은 시간과 희생을 치러야 하고 또한 자유민주주의와 정상 국가의 회복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한마음 한뜻으로 용기를 내고 힘을 합치면 우리의 자유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 지금 김 후보에게 우리의 힘을 모으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31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결정에 의해 파면된 두 전직 대통령의 지원 사격에 국민의힘은 거리두기를 하는 등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막판 표 결집을 시도 중인 상황에서 이번 조기 대선의 원인을 제공한 윤 전 대통령이 나서는 것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일 경기 의정부시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전날 보수단체 집회에 보낸 서한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윤 (전) 대통령께서는 이미 우리 당도 아니다. 탈당했다. 제가 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대신 이충형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특정 집회와 관련해선 저도 후보도 어떤 내용인지 알지 못한다"며 "아시다시피 윤 전 대통령은 당을 떠났고, 현재 자연인으로서 당과 관련 없이 계시기 때문에 저희가 아는 내용도, 언급할 내용도 없다"고 했습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인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 되어야 한다"며 "지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바로잡겠다.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공식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 등 국가 사법부의 결정은, 당론을 결정하는 불가역적인 판단 근거"라는 것입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오늘 국민의힘은 당헌을 개정하여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명문화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방지' 당헌 개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당헌을 개정해 윤 전 대통령을 자동 출당시키는 조항을 신설하려고 했다"고 설명하며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했습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김 후보 지원 사격에 나서는 것에는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2일 오전 부산 수영구 부산시당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현장 회의를 마친 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PK(부산·울산·경남)를 방문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에서 공개 일정을 수행하는 것과 관련해 "사회가 많이 양분화돼 있는데, 전직 대통령께서 국민을 통합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전직 대통령께서 탄핵의 강을 넘고자 하는 의지와 국민 통합의 역할을 해주신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9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4차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른 대선 후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김 후보 지지 메시지를 두고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청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의 본질이 윤석열·전광훈의 '아바타'라는 것을 국민께서 꿰뚫어 봐달라"며 "김 후보의 당선은 곧 상왕 윤석열의 귀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한 것과 대해 "국정농단 책임자에다가, 부정부패로 대통령직을 국민들에게 쫓겨난 사람들 아니냐"며 "그분들이 다 뭉쳐서 그게 국민들에게 소구력이 있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국정농단 세력인 박근혜 (전 대통령), 부정부패 세력 이명박 (전 대통령), 국가 반란 세력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세 팀이 모인 거 아니냐. 반란, 부패, 무능. 이 세 팀이 연합하면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냐.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1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지난 6개월의 혼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때문이다. 적어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권위가 살아나서는 안 된다"며 "김문수 후보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 의사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윤석열=김문수=국민의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2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이 부울경 지역을 찾아 김 후보 지원에 나서는 것을 두고는 "보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하자는 식의 전략"이라며 "필패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탄핵 대선인데 지금 전략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새로움을 보여주고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영끌을 하자. 이런 모습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대선의 막바지까지 이런 모습을 만들면 그 다음에 있을 선거 등에 굉장히 안 좋은 분위기가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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