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 연합뉴스 10일(한국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정규리그 맞대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라이벌전답게 경기는 초반부터 난타전 양상으로 전개됐다.
다저스가 5-6으로 뒤진 5회초 2사 2루 득점권 기회에서 9번 타자 중견수 김혜성의 타석이 돌아왔다. 마운드에는 샌디에이고의 불펜투수 마쓰이 유키가 서있었다. 김혜성은 왼손 타자, 마쓰이는 왼손 투수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지난 5월 초 콜업된 이후 철저히 플래툰 체제 아래 김혜성을 기용해왔다. 김혜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총 61타석에 들어섰는데 그 중 왼손 투수를 상대한 타석은 두 차례가 전부였다.
야구에는 왼손 투수가 왼손 타자에게 강하다는 속설이 있다.
김혜성은 4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팀내 입지는 백업 유틸리티다. 선발로 출전해 두 타석만 소화하고 교체된 경우도 많았다. 김혜성은 이날 이미 2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을 빼지 않았다. 왼손 투수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기회를 줬다. 한일전이 보고 싶었던 것일까.
앞선 3회초 2사 2,3루 기회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닉 피베타의 커브 공략에 실패해 삼진으로 물러났던 김혜성은 자신에게 찾아온 두 번째 득점권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혜성은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에서 몸쪽 낮게 들어온 슬라이더를 보고 자신있게 방망이를 돌렸다. 잘 맞은 타구는 1루 쪽 파울라인 안쪽에 떨어졌고 외야 펜스를 향해 흘러나갔다. 그 사이 2루 주자 맥스 먼시가 홈을 밟았다. 김혜성은 2루까지 갔다.
시즌 3호 2루타.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김혜성이 빅리그 무대에서 왼손 투수를 상대로 때린 3번째 안타이기도 하다.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성과는 나쁘지 않다. 김혜성은 올 시즌 왼손 투수를 상대로 3타수 3안타를 기록 중이다. 안타 3개 중 홈런과 2루타가 각각 한 개씩 있다.
물론, 표본은 매우 적다. 유의미하다고 결론짓기 어렵다. 그러나 충분히 희망적이다. 김혜성은 KBO 리그 시절에도 좌우 스플릿의 편차가 아주 크진 않았다. 오히려 왼손 투수를 상대로 더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시즌도 여러 차례 있었다.
다저스는 김혜성의 활약에 힘입어 6-6 동점을 만들었다. 그런데 김혜성에게는 더 이상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8회초 1사 김혜성의 타석을 앞두고 샌디에이고는 좌완 불펜투수 아드리안 모레혼을 기용했다. 김혜성과 다음 타자 오타니 쇼헤이 모두 왼손 타자라 이 부분을 겨냥한 교체로 보였다.
로버츠 감독도 반응했다. 4할대 타율에, 바로 앞 타석에서 왼손 투수 공략에 성공했던 김혜성을 빼고 오른손 타자 키케 에르난데스를 대타로 기용했다. 5회초에는 '좌우 놀이'를 참았지만 8회초는 달랐다.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타율이 0.237이다. 왼손 투수를 상대로는 0.192로 오히려 더 안 좋았다. 2014년에 데뷔한 에르난데스는 2019시즌까지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오른손 투수 상대 기록보다 확실히 좋았다. 그 이후에는 좌우 스플릿 차이가 크지 않다.
그가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라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타격 감각이 뜨거운 김혜성 대신 베테랑을 선택한 로버츠 감독의 판단은 빗나갔다. 에르난데스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야구는 결과로 말하는 스포츠다. 'X'를 비롯한 SNS에서는 로버츠 감독의 결정을 아쉬워 하는 현지 팬들의 목소리가 적잖았다.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김혜성은 이날 3타수 1안타 1타점의 성적으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타율은 0.410이 됐다. 출루율은 0.438, 장타율은 0.590이다. 시즌 타점은 10개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