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B. 그로스만, '파랑(BLUE)', 캔버스 위에 아크릴, 140x140cm, 2014. 김리아갤러리 제공남색 바탕에서 파란색, 하늘색으로..연두빛 하늘의 구름 속으로…점점 빛의 세계로 빠져든다.
작품을 계속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명상을 하게되는 듯 하다.
그만큼 깊이와 울림이 있다.
헬렌 B. 그로스만, '봄(SPRING)', 캔버스 위에 아크릴, 140x140cm, 2016. 김리아갤러리 제공독일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헬렌 B. 그로스만(Helen B. Grossman)의 개인전 '빛 앞에서(Before the Light)가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그로스만이 우리나라에서 갖는 두 번째 개인전이다. 작가 특유의 빛과 색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한층 깊이 있게 선보인다.
'빛을 향한 여정'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작가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마주한 빛과 색채의 흔적을 따라가는 길에 초점을 맞춘다.
헬렌 B. 그로스만, '마술피리(MAGIC FLUTE)', 캔버스 위에 아크릴, 60x60cm, 2020. 김리아갤러리 제공이번 전시에서는 2010~2022년 제작된 회화 22점이 소개된다. 하늘과 지평선에서 영감을 받은 색채는 산의 능선이나 일렁이는 태양빛을 연상시키며, 색의 흐름 속에서 빛의 스펙트럼을 체험하게 한다.
굉장히 부드럽고 얇은 붓으로 200번 이상 덧칠해 완성된 작품은 맑고 청량하게 빛 앞으로 마주하게 한다.
작가는 빛을 단지 회화의 구성 요소가 아닌, 관람객이 '느끼고 마주하는 존재'로 바라본다.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작품을 통해 빛과 직접적으로 교감하도록 유도한다. 색과 빛은 어둠과 밝음을 넘나들며 감각적인 몰입의 순간을 끌어낸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ERCO(에르코)'의 조명이 전시 공간에 더해져 작품마다 포커싱한 조명으로 집중도를 높인 시각적 연출 효과를 냈다. 김리아갤러리 제공.그로스만은 "내가 회화에서 관객들이 무언가를 연상하도록 만들면, 그 다음은 관객의 차례가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관람객은 그로스만이 추적해온 빛의 여정을 따라가며, 색과 빛이 만들어내는 깊이와 감각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여정은 시각을 넘어 몸과 마음으로 확장된다. 그로스만은 지난 4일 전시 오프닝 때 딸 하이크 그로스만과 함께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관람객과의 만남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로스만(왼쪽)은 지난 4일 전시 오프닝 때 딸 하이크 그로스만과 함께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관람객과의 만남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리아갤러리 제공'빛을 느끼는' 체험으로 기획된 '싱잉볼(singing bowl) 명상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동독 시절, 동양 철학을 공부하는 등 일찍부터 동양의 매력에 심취한 작가는 82세인 지금도 매일 명상을 한 뒤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회화와 명상이 결합된 이 경험은 관람객이 작품 너머의 감각을 더욱 섬세하게 인식하도록 이끈다.
빛과 색, 감각이 교차하는 이 시간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공간과 존재를 사유하는 체험으로 이어진다. 그로스만의 작품은 명상과 결합되어 관람객과 예술의 의미를 함께 탐구하는 진정성 있는 교감을 선사한다.
그로스만은 지난 4일 오프닝 때 딸 하이크 그로스만과 함께 전시장을 직접 방문해 관람객과의 만남을 이어가기도 했다. 김리아갤러리 제공그로스만은 "작업실에 갔을 때 아침에 작품이 다르고, 점심에 작품이 다르고, 또 저녁에 봤을 때 다르다"며 "빛의 컨디션이나 그 관람객의 마음가짐에 따라서 다 다르게 읽혀질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게 내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전시장도 최대한 '빛'을 살렸다. 1층은 최대한 자연 빛을 살렸고, 2층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ERCO(에르코)'의 조명이 전시 공간에 더해져 작품마다 포커싱한 조명으로 집중도를 높인 시각적 연출 효과를 냈다.
전시장 2층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ERCO(에르코)'의 조명이 전시 공간에 더해져 작품마다 포커싱한 조명으로 집중도를 높인 시각적 연출 효과를 냈다. 김리아갤러리 제공김리아갤러리 김세정 대표는 "헬렌 그로스만의 작품 앞에 섰을 때, 마치 신비로운 빛의 스펙트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세상의 아름답고 숭고한 빛을 마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헬렌 그로스만은 독일 드레스덴 출신의 작가로, 1981년부터 1985년까지 드레스덴 미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동독 시절, 그는 드레스덴과 베를린을 오가며 왕성하게 예술 활동을 이어갔다. 1988년, 독일 통일 전 서독 뮌헨으로 이주한 후 새로운 창작의 길을 열었고, 1994년부터 뮌헨시가 제공하는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로스만은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인 말레비치 재단에서 주목한 예술가이며, 2005년에는 뮌헨 에어빈 폰 크라이빅 미술관에서 회화 부문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 프랑스 남부, 로마, 멕시코,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빛과 색채, 공간에 대한 깊은 탐구를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베를린 맥라프린 갤러리 초청으로 개인전을 열었고, 독일 평론가와 컬렉터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다.
독일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헬렌 B. 그로스만(Helen B. Grossman)의 개인전 '빛 앞에서(Before the Light)가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김리아갤러리에서 열린다. 김리아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