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혜 작가가 17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간 '밤새들의 도시' 출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산북스 제공"예술은 나에게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가르쳐준 언어였다."
러시아 톨스토이문학상 수상 작가 김주혜가 두 번째 장편소설 '밤새들의 도시'를 들고 귀국했다. '예술'이라는 주제를 통해 다시 한 번 인간 존재의 존엄과 사랑을 묻는 이번 작품은, 한국 출판 시장에선 보기 드문 '러시아 발레'를 소재로 한다.
17일 서울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 바이 파르나스 서울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밤새들의 도시'는 한 예술가의 협주곡이자, 문학과 음악, 발레가 뒤섞인 한 편의 환상곡"이라며 작품 세계를 직접 설명했다.
김 작가는 2024년 '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문학상을 수상하며 국제 문단에서 단숨에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이후 2년 만에 펴낸 이번 신작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천재 발레리나 나타샤가 무대 위에서 삶과 예술, 사랑 사이의 균열을 경험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는 이번 작품을 "1인칭 화자의 솔리스트 협주곡"으로 비유하며 "모차르트의 콘체르토 A장조에서 받은 음악적 영감을 문학적으로 옮겼다"고 전했다.
이어 "'밤새들의 도시'는 제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배운 모든 것을 녹여낸 작품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예술가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진심으로 묻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의 유년 시절 발레리나 모습. 그는 집필하는 동안 클래식과 발레에 심취했다고 한다. 다산북스 제공그의 작품이 세계 고전문학의 중심에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 문학상을 수상한데 대해 김 작가는 자신을 "러시아 문학의 미적 감각을 내면화한 한국 작가"라고 규정하며,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출신 무용가에게 작품의 무용 장면 고증을 받았다. 러시아인조차도 '러시아 발레리나가 쓴 것 같다'고 말해줬을 때야 비로소 제대로 썼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한 "예술이 과연 이 시대에 사치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쟁과 양극화로 고통받는 시대에도 예술은 인간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마지막 언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작가는 이 작품을 집필하면서 클래식 공연과 발레 리허설을 수차례 관람하며, 음악과 몸짓에서 글쓰기의 리듬과 이미지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특히 번역 과정에서의 고충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어로 옮기는 작업이 정말 어려웠다"며 "'훨훨'이라는 단어 하나에도 불꽃과 새, 춤의 이미지를 모두 담고 싶었고, 그런 시적 감각을 살리는 데 온 에너지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로서 정체성에 혼란이 없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나는 지금도 한국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유년 시절, 최근에도 읽었던 유홍준, 김지하, 박노해 시인 등의 책에서 한국 지식인의 내적 전통을 배웠다"며 "내 문학적 DNA와 윤리적 기준은 거기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은 리즈 위더스푼 북클럽 선정작이자, BBC,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이 '올해의 책'으로 꼽은 바 있다. 김 작가는 "이 소설이 지금 몇 부가 팔리느냐보다, 50년 뒤에도 여전히 읽힐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며, "문학이 감정의 메타포이듯" 세계인의 보편적 사랑을 받는 문학이 되기를 소망했다.
다산북스 제공 김 작가는 오는 20일 서울국제도서전 별마당 도서관에서 '우리가 끝끝내 예술을 붙잡는 이유'를 주제로 독자와의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김주혜 작가의 신작 소설 '밤새들의 도시'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20년 전 의문의 화재로 폐쇄된 국립발레학교의 유일한 생존자인 여성 무용수가 '밤새들'이라 불린 동기들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긴 호흡으로 다가가는 이야기다.
기억과 환상, 무대와 현실이 교차하는 서사 속에서 예술이 인간의 고통과 생존의 경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질문하며, 미스터리와 서정성, 감각적 서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