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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현대차, 숨진 직원 70대 老母에 손배소 책임 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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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맞서 비정규직 노조 파업 참여한 노동자…大法선 정규직으로 인정
그런데도 거액의 손배소 제기한 현대차, 노동자 숨지자 70대 어머니에게까지 배상금 책임 떠넘겨
"불법파견 피해자 유가족에 파업손배 책임 넘기는 건 '민사판 연좌제'…인간적으로 할 짓이냐" 비판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 손에손을잡고) 제공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 손에손을잡고) 제공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에 맞서 파업에 나선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파기환송심을 앞두고 당사자인 노동자가 사망하자 유가족인 노모(老母)에게까지 배상금을 받아내려 '소송수계'를 신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사측의 불법으로 불가피하게 벌어난 파업에 대해 수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심지어 유족에게까지 배상금을 받아가려는 전례없는 사태로,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 필요성이 다시 조명받게 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지로위원장)과 김주영 의원,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국회의원과 노동계 관계자들은 2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불법파견 피해자 유가족에 파업손배 소송수계는 '민사판 연좌제'"라고 현대차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2003년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던 송모 씨는 현대차의 불법파견에 맞서 비정규직 노조가 2010년과 2023년에 벌인 파업에 참여해 총 2시간 가량 생산라인을 멈췄다.

이후 12년에 걸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끝에 2022년 10월 대법원 승소 판결로 정규직 노동자 신분을 확인받았다.

하지만 현대차는 자신들의 불법파견에 항희한 파업에 대해 송씨 등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해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3년 6월 불법 쟁의행위로 생산 차질이 빚었더라도 매출 감소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손해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사건을 부산고법 등으로 돌려보냈고, 이에 따라 부산지법과 울산지법에서 손해액을 재산정하기 위한 심리를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송씨가 지난 1월 숨지자 현대차가 지난 19일 남은 유가족인 75세의 송씨의 어머니에 대해 부산고법과 울산지법에 '소송수계'를 신청한 것이다. 두 사건의 배상 원금은 6천여만 원이지만, 소송이 길어지면서 지연이자 등이 붙어 송씨의 어머니가 지급해야 한다는 총액은 1억 7700여만 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수계'는 소송 도중에 당사자·소송 관계인의 사망, 법인 합병, 파산 등으로 소송 절차가 중단될 때 타인이 그 지위를 이어받도록 해 소송을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계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나 기업이 손배소를 제기한 파업 노동자가 숨졌을 때 유족에게 소송수계신청까지 하며 소송을 이어간 일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병덕 의원은 "2004년 노동부가 불법파견이라 시정명령을 내렸고 2010년과 2012년, 대법원도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확정했다"며 "그런데 현대차는 시정도, 교섭도 거부했다. 오히려 비정규직 615명에게 23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쏟아부었다"며 불법을 저지르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거액의 손배소를 제기한 현대차를 비판했다.

이어 "13년의 법정 싸움 끝에 정규직이 되었지만세상을 떠난 노동자에게는 '어머니가 대신 갚아라'라며, 75세 노모에게 2억 3천만원 짜리 소송 수계 신청서를 보냈다"며 "손해배상이라는 탈을 썼지만, 본질은 보복이다. 우리에게 맞서면, 죽어서도 책임져라'는 협박이다"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손배소를 칼로 쥔 기업, 그 칼끝을 사람에게 들이대는 사회. 노동권은 생존을 위한 권리고, 죽음 이후에도 결코 짓밟혀서는 안된다"며 "노란봉투법이 왜 필요한지, 현대차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가 책임질 때까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서왕진 대표도 "비극의 시작은 현대차의 불법파견이었다. 노동부는 1만 명이 넘는 불법파견 피해자를 확인했지만, 현대차는 벌금 3천만 원 외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20년이 지나도록 반성도, 재발 방지도 없었다"고 정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짚었다.

이어 현대차를 향해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모든 손배소를 즉시 취하해야 한다"며 "불법파견의 책임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이 사태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대표는 "이것은 단순한 소송이 아니다. '경제적 폭력'이자, '노동 탄압의 진화된 얼굴'이다. 과거의 물리적 탄압 대신, 이제는 손해배상으로 노동자의 삶을 옥죄고 있다"며 "국제사회도 수차례 경고했다. UN(국제연합)과 ILO(국제노동기구)는 노동쟁의에 대한 손배소를 '보복조치'로 규정하며, 한국 정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해왔다"고 말했다.

또 "새 정부는 '사회대개혁'을 약속한 만큼, 노란봉투법 입법을 서두르자"며 "기업의 불법에 맞서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한 노동자가 탄압받는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는 생전은 물론 사후에도 법과 제도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생산직 노동자 출신인 윤종오 대표는 "울산공장에서만 제기된 소송이 17건, 청구 금액은 230억 원에 달한다. 노동자 한 사람이 평생 벌어도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라며 "명백히 노동권 행사를 위축시키려는 협박이며, 정당한 권리 행사를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또 "아들을 먼저 보낸 부모에게 수억 원의 소송 부담까지 지우는 일이 과연 인간적으로 가능한가"라고 묻고, "차는 즉시 소송수계를 철회하고, 파업을 이유로 제기한 민사소송을 전면 취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창민 대표 역시 "사망한 노동자의 노모께 소송 책임을 묻겠다는 현대차의 조치는 소송의 실익을 따져서가 아니다. 감히 원청의 위법을 따지며 단체행동에 나선 하청노동자들에게 괘씸죄를 묻는 패악질"이라며 "당장 패륜적인 소송을 취하하고 사망한 노동자의 노모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라. 과도한 손배소를 취하하고 불법파견 재발 방지를 사회적으로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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