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발표된 이재명 정부의 첫 내각 인선에서 유임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정권이 바뀐 상황에서, 그것도 새 정부 기조와 여러 차례 부딪혔던 장관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는 사례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재명 정부와의 손발을 맞출 수 있겠느냐는 의문부호까지 붙는 상황이어서 그의 '변신'이 주목된다.
특히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 시절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뚜렷한 각을 세웠던 인물이다. 쌀값 하락 대응을 위한 양곡관리법, 농산물 가격 보장 장치를 담은 농안법, 한우 사육 규제 등을 골자로 한 농업민생 4법을 놓고 그는 "농업을 망치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물론 농민단체와도 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런 송 장관이 새 정부에서 유임된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송 장관 스스로도 이날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유임 결정과 관련해 "저도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여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며 "우리 농정이 더 발전해서 국민들께 부담되지 않고 농업인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실용주의 인사"라지만…따라 붙는 의문부호
대통령실은 송 장관 유임을 "진영 구분 없는 실용주의 인사"로 설명했다. 실제로 송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음에도, 이를 공개적으로 고백하고 "알았다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같은 태도 덕분에 그가 전임 정부 핵심 인사이면서도 '윤석열 코드'에 완전히 들어맞는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바로 이 점이 송 장관을 '살아남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라고 본다. 정치적 진영에 과도하게 매몰되지 않은 전문성과 실용성을 앞세워 새 정부도 그를 적극 배제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송 장관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도시계획 석사·행정학 박사를 거쳐, 1997년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약 26년간 농업·농촌 정책 연구에만 매진해온 정통 농정 전문가다.
특히 재작년 12월 농식품부 장관으로 발탁되기 직전까지도 농촌개발과 정책 연구에만 몰두해온 이력은, '진영보다 전문성'을 중시한 이번 인사의 배경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싸웠는데…" 과연 변신할 수 있을까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연합뉴스하지만 송 장관이 완전한 변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의 눈초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송 장관과 부딪쳐온 한 민주당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사권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상임위에서)그렇게 싸웠는데 껄끄러운 게 사실"이라며 "지난 정부 일을 반면 교사 삼아 변신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업민생 4법을 두고 심한 갈등을 빚어왔는데, 그 태도가 한 순간에 바뀔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셈이다.
실제로 송 장관은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시장의 자율적 기능을 훼손하고, 쌀 과잉생산과 수급 불안을 유발한다. 막대한 재정 소요가 예상되고, 법이 만들어져도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또 지난해 11월 민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등 4개 농업 관련 법안이 통과되자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거부권)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정부의 농정정책에 대해 정 반대 입장을 취해온 인물인 셈이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농해수위 전체 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송 장관은 전적으로 시장만능주의 관점에서 농업정책을 펼치는 사람"이라며 "내란 정부 국무위원으로 내란에 동조한 인물"이라고 규정하고, 정부의 유임 결정에 항의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하기까지 했다.
전 의원은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어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의 양곡법 거부권 충실 이행자이자, 농업민생 4법을 '농망 4법'이라며 농민과 국회를 기만한 인물"이라며 "이재명 정부가 농업·농촌·농민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게다가 송 장관의 유임 결정으로 당장 농민 단체와의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송 장관 유임으로 정권 초기 농민 단체들을 적으로 돌릴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농은 "윤석열 내란농정의 수장이었던 '농망장관'·'내란장관' 송미령 유임은 곧 내란농정의 연장"이라며 "'남태령을 넘어 식량주권의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는 농민, 아니 온 국민의 염원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대답이 고작 이뿐이라면, 답은 다시 투쟁하는 것뿐"이라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인선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송미령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