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2시쯤 동대구역 앞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폭염 아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곽재화 기자7일 오후 2시쯤 동대구역 광장 앞.
역사 밖으로 막 나선 이들이 뜨거운 햇볕에 "어이구" 탄식과 함께 눈을 찌푸렸다.
사람들은 양산이나 가방으로 차양을 만들고 도망치듯 재빨리 걸음을 재촉했다.
계절학기 시험을 치기 위해 대구에 잠깐 들렀다는 대학생 김민수(22)씨는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하루에도 여러번씩 세수를 하게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역대급 무더위에 쿨링포그 아래 쉼터조차 시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비슷한 시각,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동구 신천동의 한 경로당에는 두 명의 어르신만이 땀을 식히고 있었다.
두 노인은 "너무 덥다보니 다들 낮에는 쉼터에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40도를 넘은 비닐하우스 내 온도계. 독자 제공하지만 폭염에도 생활전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폭염이 절정에 달한 이날 오후 대구 동구의 한 복숭아 농가. 비닐하우스 안의 수은주는 무려 42도까지 치솟았다.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했으나 뜨거운 열기에 금세 얼굴이 벌겋게 익고 작업복은 흠뻑 젖어버렸다.
하우스에서 일하던 30대 농민은 "얼굴에 흐르는 게 땀인지 눈물인지 모르겠다"면서 "숨이 막히는 게 사우나에 있는 기분"이라며 더위를 호소했다.
7일 오후 12시쯤 대구 북구 칠성시정 상인들이 폭염에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곽재화 기자이날 오후 대구 북구 칠성시장에도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고춧가루를 판매하는 이영훈(63)씨는 "고춧가루를 빻을 때 매운내와 함께 기계가 돌아가면서 열기가 발생한다"며 연신 목에 걸린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댔다.
이씨는 "올해가 유독 더워 냉풍기를 들인 상인들이 많다. 내부는 37도인데 냉풍기에서 30도짜리 바람이 불어 그나마 시원하다"며 힘빠진 와중에도 애써 웃어보였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여성은 "기력 없는 노약자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의 더위"라면서 "나 같아도 여긴 안 오겠다, 차라리 마트를 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찜통을 방불케 한 더위에 상인들은 차가운 미숫가루를 마시며, 냉장고 문짝에 얼굴을 비비며 간신히 열기를 식혔다.
장을 다 보고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홍영자(78)씨는 "진짜 못 살겠어요. 어디 시원한 나라로 도망가고 싶다"며 손에 든 부채를 쉬지 않고 흔들었다.
이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대구와 경북의 낮 최고기온은 40도에 육박했다. 안동 길안 39.2도, 대구 동구 신암 38.7도, 의성 옥산 38.4도, 의성과 구미 38.3도, 대구 37.4도, 안동 37.6도, 청송 37도, 경주 36.7도 등으로 기록됐다. 구미는 이날 역대 7월 중 가장 높은 기온을 경신했다.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포항은 9일째, 대구는 8일째 열대야가 계속 되는 중이다.
한편 더위가 한동안 지속되겠지만 오는 8일부터 기온이 낮은 동풍의 영향으로 최고기온은 소폭 떨어질 전망이다.
대구지방기상청은 "낮 최고기온이 2~3도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예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