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상금 456억 원을 얻기 위해 참가자들이 목숨을 걸고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3는 더 잔혹해진 게임 속에서 살아남은 참가자들의 마지막 운명을 담았다. 넷플릭스 제공"엄청 미로처럼 돼 있어서 혼자 들어가면 잘 빠져나오지 못해요."
배우들도 숨바꼭질 게임 세트장에서 길을 잃었단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박민수 역을 맡은 배우 이다윗은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밖에서 누가 불러주거나 길을 잘 아는 분이 안내를 해줘야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진짜 복잡했어요. 돌아다니다가 길 잃은 임시완 형도 만났다니까요."
이다윗은 "촬영 시작해서 막 뛰어 들어갔는데 아무리 가도 카메라가 안 나오더라"며 "'어디예요'라고 말하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었다"고 웃었다. 함께 게임에 참여한 남규 역의 노재원도 "여기가 어디쯤인지 싶을 정도로 헷갈렸다"고 귀띔했다.
이다윗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세트장 규모에 대해서도 거듭 감탄했다.
그는 "테마 파크에 온 거 같았다"며 "첫 촬영이 5인 6각 게임이었다. 3~400명이 운동장에서 앉아 있다가 이동하는데 흙먼지가 일어나는 걸 보고 스케일이 엄청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침대들이 놓여 있는 숙소 세트장도 스케일이 컸고, '둥글게 둥글게' 세트장은 색감이 너무 좋았다"며 "촬영할 때 다음 게임 세트장이 만들어지는 게 궁금해서 몰래 가서 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배우 이다윗의 첫 촬영은 5인 6각 게임부터라고 한다. 이 때문에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 당시 촬영에 참여하지 않아 영희를 직접 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줄넘기할 때는 CG 처리를 위해 철수와 영희의 다리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다윗은 영화 남한산성(2017)에 출연한 인연으로 황동혁 감독과 다시 만났다. 그는 "전역을 앞두고 인사를 드렸었는데, 이후 제작사 측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이 왔다"며 "남한산성 팀이 그대로 계셔서 편하게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극 중 박민수 역할에 대해선 "감독님은 민수가 20~30대의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고, 후반부에는 안타까운 감정을 전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민수가 타노스(최승현)와 남규에게 끌려다니며 소심하고 겁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이런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세미(원지안)와의 관계가 틀어지고 나면서 느끼는 죄책감과 화가 나지만 남규 앞에서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약물이라는 요소도 있어서 그런 복합적인 모습을 전달하려고 고민을 했다"고 전했다.
"민수 VIP 루머? 즐거웠어, 달걀 까는 황동혁 감독님 보며…"
촬영은 작품 진행 순서에 맞춰 이뤄졌으며, 탈락한 출연자는 즉시 퇴소했다. 대본도 배우마다 다르게 제공돼 출연자들끼리 눈치 보며 "다음 게임도 하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넷플릭스 제공이다윗은 첫 촬영 당시 전역 후 약 2년 만에 연기를 하는 만큼 무척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첫 대사가 '저 박민수'였는데 그 말이 너무 떨려 걱정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앞을 봤더니 원지안 배우도, 재원 형도 긴장하고 있더라고요. 그 옆에 있던 탑(최승현)형도 땀 흘리며 입술을 파르르 떠는 걸 보고 아 다같이 긴장하고 있구나 싶어 위로됐어요."
최승현과의 호흡에 대해선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타노스와는 정말 다른 결이었다"며 "만화 같은 느낌이어서 더 좋았다. 특히 머리 색부터 손톱, 문신까지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바꾸더라. 그렇게 디자인하는 게 너무 대단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노재원에 대해선 "형도 최대한 틀에 박힌 연기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생각지도 못한 호흡으로 연기하니 더 참신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즌2 공개 당시 '박민수 VIP' 루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시즌3 나오기 전까지 많은 얘기나 나와라 하면서 즐겁게 바라봤다"고 떠올렸다.
이다윗은 황동혁 감독의 일상에서 '오징어 게임'이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침에 촬영장에 가면 감독님이 삶은 달걀을 가지고 타이머를 누르며 껍질을 까세요. 어느 날은 성공하고, 어느 날은 실패하시는데, 뭐 하시냐고 여쭈어보니 '몇 초 안에 이걸 다 깔 수 있는지 본인만의 소소한 게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 오징어 게임이 나올 수 밖에 없었겠구나 라고 생각했죠.""차기작에서는 할 말 다 하는 역할 맡고 싶어"
배우 이다윗은 "탈락자가 생기고 침대가 하나씩 빠지면 벽에 숨겨졌던 '오늘은 나, 내일은 너'라는 라틴어 문장이 드러난다"며 황 감독의 디테일에 감탄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제공
이다윗이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과거 사촌누나가 아기 모델 선발대회에 당시 5살 여동생을 데리고 가 1등을 했다. 이후 여동생 옆에 따라다니다가 남자 단역이 필요하다는 말에 촬영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발을 들였다. 당시 그의 나이는 8살이었다.
그는 "2003년 KBS1 드리마 '무인시대'를 통해 데뷔했지만, 2001년, 2002년에도 단역으로 한 마디, 한 마디 대사를 하며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관심도 깊다고 전했다. 군 복무도 군악대에서 했으며 색소폰 연주도 가능하다. 그는 "피아노와 기타도 연주할 줄 알아서 뽑힌 거 같다"며 "최근에 기타를 다시 배우고 있고 김민석 배우와 밴드 구상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광화문 행사 퍼레이드. 넷플릭스 제공
차기작에선 할 말 다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이다윗. 그는 끝으로 '오징어 게임'에 참여한 소감을 돌아봤다.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퍼레이드 행사에 참여했어요. 이런 행사를 열 수 있을 만큼의 작품을 제가 또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감사했죠. 황동혁 감독님과 연이 이어졌으니 또 이어질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죠."
한편, 지난달 27일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3는 공개 2주차에도 전 세계 93개 국가에서 집계되는 톱10 순위에서 1위를 달성했다. 모든 국가에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시즌3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