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안으로는 쇄신을 둘러싼 갈등, 바깥에선 특검 수사에 직면한 국민의힘의 내우외환(內憂外患)이 깊다. 정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가운데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리고 있다. '영남 자민련'이라는 자조도 통하지 않게 된 형국이다.
이 와중에 차기 당권주자는 속속 늘고 있지만,
8월 전당대회가 당을 '새로고침'하는 흥행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지도부 "8월 전대, 당 체질 바꾸는 분기점 돼야"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달 중하순 전당대회를 여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최대한 빨리 차기 당대표를 세우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원내대표로 뽑힌 송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겸임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비대위 체제가 너무 길어졌다는 문제의식에 더해, '선출된 리더십'이 당을 힘 있게 정비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는
'윤희숙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구현할 리더를 뽑는 '혁신 전대'로 만들겠다는 게 지도부의 구상이다.
정점식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의 미래 방향을 결정짓게 될 전당대회와 혁신위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쇄신, 그리고 변화 없이는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절박한 각오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당대회는 당대표, 최고위원, 청년 최고위원 등 단순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절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당 체질을 바꾸고 국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위한 전환점이 되어야 하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 준비 중"이라고 부연했다.
당대표 선거를 '혁신안 경쟁 무대'로 꾸미겠다는 발상에 힘이 실린 이유는 역설적으로 처음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 대신 전대 출마를 택했기 때문이다.
'당원 100% 공천제', '인적쇄신委' 등 혁신안 경쟁 시작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원장을 사퇴하고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한 뒤 승강기를 타고서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을 중환자에 비유한 안 의원은 "메스가 아니라 직접 칼을 들겠다"고 선언한 뒤, 연일 강력한 개혁 메시지를 내고 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두 분 모두 과감하게 전대 출마 선언을 하시고, 당 혁신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자"고 도발하는가 하면, "(당대표 당선 시)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를 당원이 결정하게 하겠다"며
'당원 100% 공천제'를 약속했다.
당내 최다선으로 일찌감치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힌 조경태 의원은 "인적 쇄신, 인적 청산을 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라며,
'인적쇄신위원회'를 아예 당내 상설기구로 두겠다는 고강도 쇄신안을 내놨다. 당권 의지를 보인 양향자 전 중앙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도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친윤·원내·영남 기득권은 당장 탈당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한 전 대표는 여전히 출마를 고심 중이지만 '내가 혁신의 적임자'란 시그널은 계속 보내는 중이다. 여당의 내란종식특별법 발의를 비판하면서도 "우리는 강력한 쇄신과 반성을 통해 계엄과 탄핵의 바다를 건너야 한다"고도 했다. 구(舊) 주류인 친윤계와 대립해온 만큼 등판 시 같은 찬탄(탄핵 찬성)파인 안 의원 등과 혁신 로드맵을 겨루게 될 전망이다.
이밖에
5선의 나경원 의원과 장동혁 의원, 장성민 전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등이 자천 또는 타천 당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뉴페이스' 기근에 특검 수사·혁신위 파열음까지…"내전 될라"
하지만 후보군만 7~8명인 데 비해,
딱히 '신선한 얼굴'은 없다는 게 함정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당내에서나 언론에서 늘 예상했던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도 적극 참여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했지만, 현재로선 의외의 '루키'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계엄에 대한 반성과 혁신 필요성은 당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비대위 입장과 달리,
혁신위를 비토하는 파열음이 나오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나 의원은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는 갈등과 분열만 되풀이하고 야당의 본분은 흐리게 만드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고, 장 의원은 한술 더 떠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서로 남탓하며 내부총질을 하고 도망치는 우리 당의 못된 습성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윤 위원장의 혁신안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윤상현·임종득 의원 사무실 압수수색 등 좁혀오는 특검의 수사망과 계파 간 갈등 또한 전당대회 흥행을 가로막는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재선 의원은 "현 상황서 전대를 치르면 컨벤션효과는 고사하고 '내전'이 될 뿐"이라고 우려했다.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실을 압수수색 중인 11일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항의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