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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숨진 부산 아파트 화재, 작은방서 시작…스프링클러 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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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모·50대 아들 참변…"'살려달라' 소리쳤는데…"
작은방서 최초 발화…출입문 막아 대피 못 한 듯
스프링클러 없어…전문가 "설치 유인책 필요"

지난 13일 오후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14일 오전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정혜린 기자지난 13일 오후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14일 오전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정혜린 기자
80대 노모와 50대 아들이 숨진 부산 아파트 화재는 작은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불이 난 아파트도 앞서 어린 자매들을 앗아간 두 건의 화재처럼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14일 오전 부산 북구 만덕동 한 아파트. 전날 오후 불이 난 호실 외벽과 창틀이 검게 그을렸고, 유리창은 윗집까지 모두 깨져 있었다. 이웃 주민들은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이 이뤄지는 모습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이 아파트 1층에서는 지난 13일 오후 12시 20분쯤 불이 나 80대 어머니와 50대 큰 아들이 숨졌다. 50대 작은 아들은 사다리를 통해 구조됐으나 중상을 입었다. 당시 이 가족이 창문 밖으로 구조 요청을 하는 모습을 지켜 본 주민들은 안타까운 심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한 주민은 "세 모자가 창문 밖으로 '살려 달라'며 손을 흔들고 소리쳤다. 그 뒤로 시커먼 유독 가스가 엄청나게 보였다"며 "밑에서 바라보던 주민들도 마음이 급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소방관이 더 빨리 와서 신속하게 구조 작업에 나섰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화재 당시 소방관들은 출동 지령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인명 구조를 위한 진입과 물 분사를 동시에 진행했고, 중상을 입은 작은 아들은 사다리를 설치해 구조했다.

부산 북부소방서 송종익 현장대응단장은 "불이 난 곳은 1층이지만 건물 구조상 다른 건물 3~4층 높이라 사다리를 설치해 구조했다. 아래에 주차 차량과 화단 등이 있어 에어매트는 설치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 결과, 불은 현관 앞에 있는 작은 방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출입문 쪽에서 불이 나면서 안에 있던 가족이 밖으로 대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북부경찰서 관게자는 "부검을 실시하는 한편, 작은 방에서 수거한 전자기기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을 맡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오후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14일 오전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정혜린 기자지난 13일 오후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14일 오전 합동 감식이 진행됐다. 정혜린 기자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5층 규모인 이 아파트는 2003년에 건축 허가를 받았는데, 당시에는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

소방시설법상 스프링클러 설치는 1990년 6월 16층 이상의 층, 2005년 11층 이상 건축물 모든 층, 2018년 6층 이상 건축물 모든 층으로 확대됐다. 법 제정 이전에 건축 허가가 난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여전히 수많은 아파트들은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남아있는 상황이다.
 
같은 문제는 최근 부산에서 잇따라 발생한 아파트 화재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 2일 기장군 기장읍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어린 자매 2명이 숨졌고, 지난달 24일에는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역시 어린 자매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 아파트에도 같은 이유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부산시는 앞선 두 화재 이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노후 공동주택의 소방설비를 점검하는 등 전수조사를 벌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건물에 대해 추가 설치가 가능할 경우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스프링클러는 자동으로 작동해 불을 끄기 때문에 화재 초기 진화에 큰 도움을 준다"며 "법 소급 적용은 어려운 만큼, 지자체나 정부에서 스프링클러 추가 설치를 유도하도록 화재 보험료 인하와 같은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건물에 따라 추가 설치가 불가능할 경우, 소화기 추가 배치나 안전교육 강화 등 다른 안전 대책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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