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김제시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은 한동안 무덤 사이 여유 공간에 가마니와 거적 등으로 임시 거처를 마련해 피난민처럼 생활했다. 주민대표 김창수씨 제공50년 전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당한 전북 김제시의 개미마을 주민들의 민원이 일부 해결됐지만,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가 없어 국가 권력에 피해를 입은 이들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있다.
김제시는 최근 성덕면 개미마을 주민들에게 공유재산을 매각했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으로 총 17명의 주민이 주택부지와 농지 소유권을 확보했다.
김제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주민들이 최소한의 보상을 받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남아있다.
이들은 1976년 산림청 화전정리 사업으로 공동묘지에 강제 이주당했으며, 당시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주민들은 2024년 3월 국민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제기했고, 권익위는 감정평가 기준으로 매각하되 개량비 30%를 감액한 조건으로 매각하라고 조정했다.
하지만 국가기관인 산림청과 전북자치도는 이번 조정 과정에서 공식적인 사과나 책임 인정을 하지 않았다.
주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순한 재산권 회복을 넘어 국가의 공식 사과와 명예 회복이다.
1976년 김제시 성덕면 공동묘지로 내쫓긴 주민들이 임시로 움막을 짓고 생활하고 있다. 주민대표 김창수씨 제공 개미마을 주민대표 김창수(80)씨는 "아직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지 못했다"며 "김제시만 사과를 했으며, 김제시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생존해 있는 동안 국가 차원의 공식 사과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76년 당시, 김제시 금산면 금동마을 32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화전민으로 분류돼 성덕면의 공동묘지로 강제 이주당했다. 주민들은 "마을의 역사가 100년이 넘고 화전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은 무덤 사이에서 가마니로 움막을 짓고 살았으며, 생존을 위해 구걸도 해야 했다. 주민들은 공동묘지 위에서도 열심히 살아보자며 스스로를 '개미'라 부르며 개미마을을 일구었다.
이 사건은 개발시대 국가 권력이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 전형적 사례로, 지금도 전국에 유사 피해자들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2023년 10월 16일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이원택 의원(김제·부안)은 공동묘지 강제 이주사건에 대해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원택 의원은 당시 국감장에서 "47년 전 국가가 산림녹화를 명분으로 김제 금동마을 일대에서 뽕밭을 일구며 평화롭게 살던 주민들을 하루아침에 공동묘지로 강제이전시켰다"며 "이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유린이며 헌법이 보장한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어 "지금이라도 당장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보상대책이 필요하다"며 "한시적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이들의 억울하고 한 맺힌 삶을 치유해 줘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이재명 정부에서 출범이 예상되는 제3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